[책리뷰] 계엄령의 밤 / 김성종

2018. 7. 22. 17:57문화/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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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시드니 셀던 작가의 추리소설을 읽기를 좋아했던 저로서는 한국의 시드니 셀던이라고 불릴 만한 작가가 누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아마도 김성종 작가가 가장 먼저 떠오를 듯 합니다. 한국 추리 소설의 대부로써 그의 소설은 꽤나 직설적이고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았왔습니다.



계엄령의 밤 / 김성종 - <출처 다음 책>


2017년 초에 출간한 최근 작품으로 김성종 씨가 계엄령의 밤을 냈더라고요. 김성종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 제목이 최근 기무사 관련 계엄령 문건으로 인해 정치적 이슈가 한창일 때라 더욱 책에 관심이 가게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김성종 씨의 작품은 뭐랄까.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 씨의 일화를 먼저 언급하려고 합니다.


며칠 전 우리 집 고양이가 죽고 말았다. 이 고양이는 무라카미 류 씨에게서 얻어 온 아비시니언 종으로 이름은 '기린'이었다. 류 씨 집에서 왔기 때문에 '기린'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맥주 '기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 무라카미 하루키



친인척 관계가 아닐까 궁금했던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 무라카미 류 씨와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친인척 관계는 아니지만 친분은 있다는 내용을 하루키 씨가 수필집에서 썼더라고요.


김성종 씨의 책 얘기를 하다가 왜 엉뚱한 무라카미 하루키 씨와 류 씨를 언급하냐고요?


누누히 말하지만, 나는 절대로 자폐증 같은 건 아니다. 내가 자폐증이라면 무라카미 류 씨는 자개증이다.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씨가 어느 인터뷰인가 책에서 하루키 씨를 자폐증이라고 말하자 하루키 씨가 내가 자폐증이면 그는 자개증이다. 라고 언급한 얘기가 나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와 류 씨는 동시대를 살았고 일본 전공투 시절에 대학을 다녔던 경험에 의한 부분이 하루키와 류 씨 소설에 녹아있다는 점이 김성종 씨의 소설과도 비슷한 부분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에는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작가의 사상이나 가치관, 생각 등이 투영되어 녹아내리기 마련인데 김성종 씨의 소설은 '자개증'이라고 불리는 무라카미 류씨와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었거든요.


그 동안 생각해왔지만 쓸 기회가 없었는데 오랜만에 김성종 씨의 새 소설을 읽게 되면서 무라카미 류 씨를 떠올랐습니다. 사회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내면화하기 보다는 표면적으로 들어내놓고 과감히 써 내려갑니다. 그러다 보니 마초적인 성향의 작가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지만 적나라하면서도 강하게 핵심에 다다르는 부분은 그 통렬함에 박수를 보낼 만 합니다.


김성종 씨의 새 작품, 계엄령의 밤 역시 연세가 지긋한 나이가 되셔도 변함없으시네요.


또한 그 적나라하고 과감하게 드러난 문체가 필요 이상이 지나쳐 문학 작품으로서는 어렵지 않나 사회 문제 인식을 다루는데 꼭 여자가 그것도 미인인 여자가 등장해야 하고 사랑을 해야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이 소설의 감미료 역할을 하는 지도 모르겠네요.


이 소설의 이야기는 M, 원숭이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시절, 계엄령의 이야기입니다.


작품을 재미로 읽는 다면 나쁘지 않는데 김성종 작가 분 꼐서 많은 작가들이 어려운 주제를 피하고 이런 어두운 과거의 얘기를 작품으로 잘 내지 않는데 본인이 촉매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작품 내용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기는 합니다. 기존 책에서 읽었던 수사를 계속 쓰는 것은 좋지만 역시나 개연성이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계속 들게 됩니다.


작품이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 어두운 과거를 뚫고 새로운 시대에서 새로운 평가를 내릴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너무나 허구성이 강하고 쓸데없이 장황한 묘사 부분이 많아 읽는 재미를 떨어 뜨리는 면이 없지 않아 있어 아쉬움이 더했습니다.


그럼에도 리뷰를 쓰는 이유는 여행기에서는 쓸 수 없는 개인적인 생각 등을 책 리뷰에서는 쓸 수 있고 제 생각을 조금 더 표현하기 쉽다는 점이기도 하고 이 책에서 김성종 씨가 바랬던, 우리 역사의 어두운 과거 터널을 작가들이 양심을 가지고 마음껏 써내려 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엿볼 수 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문단에서 작가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돈 되는 글에만 힘을 쏟을 때, 하고 싶은 말을 글에 마음껏 쓸 수 있는 기개는 꽤나 멋져 보였습니다.


앞으로도 추리 소설의 대부로써 사회 문제 인식을 그 분 만이 갖는, 수사학을 통해 적나라하고 공격적으로 어두운 그림자들을 발가벗길 수 있는 통렬함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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