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

2018. 6. 20. 11:11문화/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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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남자들에게는 자기가 어떤 남자가 되고 싶은지를 선택할 때가 온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면, 남자에 대해 모르는 것이다'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에서, 프레드릭 배크만




북유럽 소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어느 작가 분의 책에서 북유럽 사람들은 책을 엄청나게 읽는다는 글을 보게 되면서에요. 독서량이 엄청났는데 기억은 희미하지만 무척이나 그들의 독서량에 놀라웠어요. 프랑스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사람들과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라는데 우리는 드라마나 예능을 봐야 가능하겠네요. ^^


그런 사소한 이유로 북유럽 작가들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몇몇 책들은 책 읽는 속도가 붙질 않거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거나 책 두께가 얇은데도 도저히 끝까지 다 읽을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제 독서 수준의 바닥을 알게해주는 책들도 있었죠. 그런 책들은 리뷰에 담지 않고 지루한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걸로 만족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책상에 앉아 리뷰를 쓰는 책들은 꽤나 와 닿은 책이거나 편하게 읽혔기 때문이에요.


오베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품위라는 건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는 권리 -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자부심,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어떤 길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아는 것.


그렇게 믿고 살아가는 한 남자, 오베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요새 말로는 앞뒤 꽉 막힌 남자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소명'을 가진 흔치 않은 남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척이나 말이 없는 남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말'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몇 안 되는 남자 중의 남자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내용은 무척이나 가볍고 경쾌합니다. 그리고 고지식하고 무뚝뚝한, 하지만 속정이 넘치는 남자의 새 이웃으로 무척 대조적인 성격의 패트릭과 파르바네의 가족이 이사오면서 시작합니다.


우리가 욕쟁이 할머니의 욕설에서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오히려 잔잔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듯 직설적인 인물이자 새로운 문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대의 고지식함이 묻어나는, 옛스런 따스한 정이 남아있는 오베에게서 우리의 욕쟁이 할머니를 떠오르게 합니다.


동물을 싫어하지만 길 고양이를 키우고 옆 집으로 이사 온 새 이웃 어리버리 멀대와 그의 임신한 이란 아내 파르바네에게서 그리고 그녀의 아이들에게서 새로운 사랑을 배웁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무엇을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말할 시간이 넘쳐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나면, 우리는 그 자리에서 서서 '만약'과 같은 말들을 곱씹는다.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 중에서


오베는 사실 어릴 적 아버지를 잃고 혼자 자랐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서 배운 자동차 정비 기술과 아버지가 죽은 뒤, 아버지가 일하던 철도 회사에서 정비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우연히 그의 아내가 될 소냐를 만나기 전까지는요.


소냐를 만나 오베의 인생에는 여름이 찾아옵니다. 그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이었죠. 그의 유일한 가족이기도 합니다. 물론 여느 부부처럼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별스럽지도 않은 라디에이터 온도 설정 문제로 신경을 곤두세우고는 합니다. 아내는 무계획적인 여자이고 오베는 무척 고집 센 계획적인 남자였기에 그들은 가끔 서로에게 불평을 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서로 사랑하는 부부였죠. 그리고 이제 아내는 없습니다. 파르바네, 새 이웃이 이사오기 전 오베가 자살을 계획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내가 죽었습니다.'


그런 그의 계획에 유일한 방해꾼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앞에서 언급한 임신한 여자, 파르바네의 등장입니다. 샤브가 아닌 다른 자동차는 진정한 자동차가 아니라고 믿는 오베에게 새로 이사 온 패트릭 파르바네 부부의 차가 정원을 덮치면서 시작됩니다. 후진도 못하다니!


그렇게 하나하나 오베의 삶에 패트릭, 파르바네의 부부 그리고 그들의 두 아이가 그의 삶에 계속 훼방을 놓습니다. 자살을 하려고 하는 순간까지도요. 오! 맙소사! 그냥 편하게 죽게 해달라고!!


임신한 파르바네의 도움 요청을 무시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투덜거리는 성격까지는 버리지 못하는 오베. 잔소리가 듣기 싫어 말을 따르지만 속으로는 어여 일을 끝내고 자살하여 아내 곁으로 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파르바네와 그녀의 두 아이는 결코 그를 그렇게 쉽게 놔주질 않을 것 같습니다.


자살하기에는 내일도 오늘 못잖게 괜찮은 날이다.


오베의 자살 계획은 파르바네와 두 아이 덕분에 하루 또 그렇게 연기됩니다.


사건은 오랜 갈등으로 남았던 그의 유일한 친구에게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사건은 계속 뒤죽박죽 이어지며 관여하고 싶지 않았던 이웃들의 문제에 계속 빠져갑니다. 계속 긴장과 웃음의 끈을 놓치않고 꽤나 두터운 책임에도 속도를 가지고 읽게 만들어줍니다.


"최고의 남자는 잘못에서 태어난다고 했어요. 나중에는 한 번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을 경우보다 훨씬 나아진다고요."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더.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 중에서


오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그는 과연 자살에 성공해 그의 유일한 가족이자 사랑이었던 아내의 곁으로 갈 수 있을까요? 고집불통 오베는 과연 자신의 오랜 갈등을 털어낼 수 있을까요?


유쾌할리만은 없는 한 남자의 일생이 읽는 내내 흐뭇함과 함께 따듯한 미소를 직게 만듭니다. 물론 가끔은 폭소를 유발하기도 하고요. 이 책을 다 읽고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마음에 베트남 여행 준비를 당일에서야 했어요.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뒤 책 리뷰를 쓰게되는데 몸이 아직 정상이 아닌지 제가 원하는 리뷰를 쓴 건지 모르겠네요. 몸이 붕 떠있는 느낌이에요. 감기 약 기운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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