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5. 21:00ㆍ문화/영화
심은경 씨가 일본 아카데미 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 기생충이 전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사이가 나빠진 일본에서 한국 여배우의 여우주연상 소식은 정말로 뜻밖이었다.
그래서 더욱 어떤 작품일까 호기심이 일었는데 전하는 내용 또한 너무나 훌륭해서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감독 : 후지이 미치히토
배우 : 심은경 (요시오카) / 마츠자카 토리 (스기하라) / 다나카 테츠시 / 다카하시 카즈야
내용
나는 진실을 알려야 하는 기자예요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을 충격적인 익명의 제보
고위 관료의 석연치 않은 자살과 이를 둘러싼 가짜 뉴스
쏟아지는 가짜 속에서 단 하나의 진실을 찾기 위한 취재가 시작된다
예고편 : 영화 신문기자
영화 감상평
우리에게도 국정원 댓글 부대 이슈가 있었다.
영화 속 일본 또한 내각부 소속 공무원들의 댓글 조작 및 이슈를 만드는 일을 전담하는 팀이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및 시위를 하는 세력들, 최고 권력자에게 흠을 줄 수 있는 사건들을 덮는 게 그들의 일이었는데 그들은 국가를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 하녀 노릇을 할 뿐이었다.
'심은경이 왜 여기 나와?'
뜬금없이 심은경이 일본 신문기자로 나와 놀랐는데 영화 속 요시오카 (심은경)의 출생을 먼저 살펴보겠다.
요시오카의 일본인 아버지는 뉴욕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중 한국인 어머니를 만나 결혼했다.
한마디로 영화 속 심은경은 미국에서 자란 일본인이자 절반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일본어가 조금 낯설어도 한국 여배우가 일본인 기자를 맡는다는 설정이 그렇게 억지스럽지는 않다는 점이다.
또한 영화는 실제 일본 총리의 사학 스캔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일본 사회는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극히 집단적, 조직적 문화를 강조하기 때문에 현 정부의 최고 권력을 향한 사회 고발을 담은 영화에 일본 여배우들의 출연을 고사했기 때문에 한국인 여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실제 영화 감독은 외부 압력은 없었지만 영화가 완성된 후 홍보하는 과정에서 꽤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가도록 하자.
어느날 신문사에 선글라스를 낀 양의 그림과 함께 정부의 기밀문서가 팩스로 들어온다.
의료 특화 신규 대학 설립에 관한 건이었는데 어딘가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다름아닌 대학 설립 인가를 내준 곳이 문부과학성이나 후생성이 아닌 내각부라는 점과 대학 경영을 맡은 곳이 민간 기업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된다.
요시오카와 신문사 동료들은 최고 권력의 지위 남용과 정부 세금의 사적인 유용을 직감하는데..
요시오카 (심은경) 기자가 사건을 파고 들수록 내각부는 진실을 감추기 위해 여러 수단을 마련한다.
사실 요시오카의 아버지는 일본 최고 권력자의 비서를 고발하는 기사를 썼으나 오보로 큰 고통을 안은 채 자살을 하고만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요시오카가 의료 특화 신규 대학 설립건에 대한 전임자 칸자키를 찾아 나서지만 칸자키 또한 자살을 선택하고 마는데..
그 둘의 공통점은 비리 사건을 고발하려고 했으나 공교롭게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점인데 이 둘과 엮인 건 기자 요시오카만이 아니었다.
칸자키를 외교부에서 일하던 시절 상사로 모신 경험이 있는 내각부 공무원 스기하라가 있었다.
스기하라는 자신이 속한 내각부에서 칸자키를 공작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칸자키를 찾아나서지만 칸자키는 자살을 결심하고 스기하라에게 미안하다,는 작별인사를 남기고 떠난다.
그를 구하지 못한 자책감과 함께 임신한 아내마저 위험한 상황에 혼자 남겨두어 스스로 큰 고통을 겪게 된다.
일반인을 사찰하는 일과 댓글 및 이슈를 만드는 자신의 일에 대한 회의감과 자신의 옛 상사를 죽음으로 내몬게 정작 자신이 현재 일하고 있는 내각부에서 만들어낸 일이라는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다.
그리고 요시오카를 통해 상사인 칸자키가 내부 고발을 결심하다 자살한 것임을 알게되고 그녀를 돕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내각부는 요시오카 (심은경)의 자살한 아버지를 겨냥하며 이번 사건을 고발해봐야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오보가 될 것이라며 여기서 멈추라는 경고를 보낸다.
나는 진실을 알려야 하는 기자에요. (요시오카 에리카, 심은경)
그 누구보다도 스스로를 믿고 의심하라 (요시오카 타다시)
하지만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 기자의 사명임을 잊지 않고 끝까지 정부의 비리, 최고 권력자의 비리를 파헤치기로 결심하는 요시오카와 스기하라.
그들은 진실을 알리는데 성공하지만 이에 대한 내각부의 역공은 무섭게 이어진다.
신문기자의 결말
영화는 실제 일본 총리의 사학 스캔들을 고발하는 기자의 내용을 담았고 우리는 이미 그 결과를 알고있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 속 엔딩 장면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요시오카(심은경 분)는 스기하라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모습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연한 의지가 담긴 표정과 스기하라의 소리없는 입모양을 통해 계속 진실을 향해 싸울것임을 암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 자체가 큰 재미를 선사하지는 않을지 모른다. 사실 재미 자체로 볼만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 그 진실이 파묻히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사회가 국가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영화를 통해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