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2. 20. 10:14ㆍ문화/영화
영화 마약왕
감독 : 우민호
출연 : 송강호 (이두삼) / 조정석 (검사) / 배두나 (이두삼 애인) / 김대명 (사촌동생 이두환) / 김소진 (이두삼 아내)
예고편 : 마약왕
개봉일에 맞춰 영화를 봤을 정도로 송강호 씨에 대한 기대가 컸던 영화였습니다
시작은 꽤나 화려하고 밝은 분위기입니다.
다만 유일한 아쉬움은 송강호 씨가 최근 흥행 작품들이 대부분 1970 - 1980 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평범한 소시민에서 눈을 떠 사회를 돌아보며 시대에 맞서 싸우는 역할을 계속 맡은 송강호 씨 였기에 비슷한 캐릭터 연기는 보는 이 또한 피로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금은방 세공' 에서 가품 밀수꾼, 뽕 밀수꾼으로 발전하며 평면적인 캐릭터에 머물지 않고 성장, 발전, 그리고 파멸로 이어지는 과정을 송강호 씨의 연기를 통해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 잠시 영화 속 이야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헌신했던 아내
'목사의 딸', 그리고 가품 밀수꾼의 아내. 남편을 위해 이혼 및 위장 결혼까지 한 아내.
평범하지 않았던 마약왕 이야기에 맞는 이두삼 아내입니다.
다만 가정을 지키기 위함인지 아님 욕망을 위함인지 그것도 아님 남편을 사랑하고 잘 살려고 하는 그 시대를 반영한 평범한 여자들의 꿈인지 모호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마약왕 이두삼 (송강호)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초창기에 가장 노력을 많이 했던 인물입니다. 요즘 같았으면 바로 이혼 당했을텐데 옛 시절 아이까지 여럿 있다보니 이혼은 쉽게 생각하지 못했던 시절이라 이두삼이라는 인물이 나올 수 있었겠죠.
마약왕이 돼지를 키워?!
사촌동생 이두환과 함께 고베를 다녀온 뒤 돼지를 키우는 일 (?)에 빠져듭니다.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말썽쟁이 사촌동생 이두환이지만 이두삼이 마약왕이 되기까지 도움을 주기도 한 그입니다. 하지만 마약에 빠져 자신의 삶을 빠르게 망쳐 버리기도 한 인물로 나옵니다.
새마을 운동을 지지하는 이두삼
범죄자, 나쁜 놈일수록 국가의 일에 적극 참여하고 자원봉사 등에 열심히 참여합니다.
정치인 및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 돈을 그냥 받을 수 없으니 이렇게 범죄자들과 나쁜 놈들은 세탁한 신분으로 그들에게 돈을 댑니다.
"돈에는 냄새가 안 나!"
일반 사람들의 돈이나 구린 놈의 돈이나 돈에는 '잉크 냄새' 외에는 구린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서서히 하지만 파멸을 향해 치닫는 마약왕
"뽕꾼 빽이 대한민국 검사보다 더 좋아."
대만에서 원료를 수입해서 한국에서 만들어 일본에 내다 파는 제품명 '메이드 인 코리아' 를 통해 자신이 한국의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자신하는 마약왕.
고위 지위층들과 교류하며 돈을 뿌려 댄 마약왕은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움직인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이 나라는 내가 다 먹여 살렸다 아이가."
미국 드라마 '나르코스' 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전개는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와 더 비슷한 면을 갖고 있습니다. 어쩌면 두 미드를 혼합해서 만든 느낌을 지우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뽕 밀수꾼은 뽕으로 망한다' 영화 초반에 영화의 끝을 미리 알려주는 복선 역할을 하기도 한 저 말대로 마약왕은 빠르게 파멸의 길로 빠져듭니다. 뽕으로 말이죠.
초, 중반부의 빠른 전개로 꽤나 흥미진진한 내용은 갑작스레 태도를 바꿔 조정석의 무게가 커지면서 너무나 뻔한 결말, 아무 예고없이 빠르게 마무리되어가며 미친듯한 송강호 씨의 연기력으로 모든 걸 뒤덮으려는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영화가 마약왕이라 그런지 영화 자체도 약을 먹어서인지 갑작스레 마지막 부분은 취한 듯, 맛이 간 듯 영화가 뒷부분부터는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마약왕의 심리적인 부분에만 신경을 쓰느라 다른 부분은 다 내팽겨친 듯 보였습니다.
송강호 씨의 연기력은 명품 연기였습니다. 특히 마약에 찌든 이두삼의 심리 상태를 잘 표현했어요.
클래식 장면과 함께 저택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장면은 압권이었죠.
하지만 1970 - 80 년대 영화에 너무 많이 출연했던 송강호 씨의 입체적인 연기 또한 분명 피로감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뻔한 결말과 영화 후반부에서 보여주는 갑작스런 파멸로 치닫는 전개는 뭔가 더 그럴만한 요소들을 관객에게 보여주며 '인간 마약왕'을 표현하고 싶었는지 아님 '마약에 대한 폐해'를 그리고 싶었는지 명확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좋은 점 하나를 들자면 영화 속 출연자들의 살아있는 캐릭터 연기는 너무 멋졌습니다.
보통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2차원적인 세계관, 인물구도는 꽤나 지루한 모습인데요. 영화 마약왕에서는 친구와 적, 그리고 인물의 캐릭터가 고정되지 않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성정, 발전, 파멸의 모든 단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들을 소화해낸 배우들의 연기력을 보는 즐거움은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