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55세부터 헬로라이프 (은퇴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다)

2018. 11. 28. 20:10문화/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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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 무라카미 류', 두 키워드는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계기가 되었습니다.


'55세' 단어가 주는 의미는 제가 잠시 쿠팡 물류센터 알바를 했었습니다. 감정 기복으로 인한 우울증을 겪었는데 몸이 고되면 잠도 잘 자고 정신적 몸이 바쁘면 생각할 시간도 줄어들기에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55세는 온라인 알바 구인란에 물류센터 (노동 알바) 취업제한 연령입니다. 정확히는 쿠팡 나이제한 연령이겠네요.


'무라카미 류', 키워드는 제가 좋아하는 일본의 두 무라카미 - '하루키'와 '류' 작가 중 한 분입니다.


비슷한 동년배이자 서로 교류하지만 (하루키 씨는 예전에 류 씨로부터 고양이를 선물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친척 관계는 아닌 두 사람의 소설은 꽤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데요.


하루키 씨 소설은 카프카를 연상하게 한다면 류 씨 소설은 밀란 쿤데라를 떠올리게 합니다.


두 작가의 책을 읽으면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표현하기에는 참 어려운 소설들이구나, 싶습니다. 하루키 씨와 달리 무라카미 류 작가는 공격적이며 거칠고 가학적인 얘기들을 많이 다뤘습니다.


최근 읽었던 무라카미 류 작가의 '마이 퍼니 발렌타인'은 영화 <도쿄 데카당스>,를 그대로 떠올리게 하더군요. 참고로 영화 도쿄 데카당스는 무라카미 류 씨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물론 책을 통해 무라카미 류 작가가 미식과 재즈 음악에 깊은 지식이 있음을 알 게 된 건 너무나 기쁜 일이었습니다.


리뷰 :  영화 상류사회 그리고 마이 퍼니 발렌타인



이런 두 키워드가 책을 고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55세부터 헬로 라이프는 <결혼 상담소>,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 <캠핑카>, <펫로스 - pet loss>, <여행 도우미> 이렇게 다섯 편의 중편 소설을 한데 묶은 것입니다.


은퇴.


일본의 단카이 세대 (47~49 년) ,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 (55~64 년) 전쟁 뒤에 태어나 가난을 겪었고 또한 국가의 번영 겪었던 세대들입니다.


사회의 번영 이면에 드리워진 그늘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무라카미 류 작가 (52 년) 역시 단카이 세대에서 몇 년 벗어난 시대에 태어났습니다.


일본 전공투 세대였고 사회주의 학생운동에 빠져든 세대이지만 끝내 개혁하지 못하고 주류 사회에 편입하며 은퇴를 맞이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 세대의 사람들이 화려했던 경력을 뒤로하고 은퇴라는 뒤안길로 사회에 퇴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수많은 은퇴 후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대부분 노후자금 등의 은퇴 관련 경제 플랜에 국한된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언제가 찾아올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오니 너무나 뜻밖이었던 은퇴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찾아오는 이혼, 무기력, 꿈이 없는 삶과 희망 부재 등에 대해 무라카미 류 작가는 다섯 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에게 찾아오는 뜻밖의 괴물 - "은퇴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혼란과 희망 부재' 속에서 과연 무엇을 찾아야 하나, 에 대해 덤덤하게 하지만 희망이라는 작은 새싹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제가 알던 무라카미 류 작가는 사라지고 가학적이고 공격적이던 언어는 여성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대작가다운 깊이있는 소설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에 달려 있다 무엇을 우선시하냐에 따라 원하는 상대가 달라질 것이다.


<해바라기, 영화 소피아 로렌 주연>가 그토록 서글픈 까닭은 세월과 상황으로 인해 사람이 바뀐다는 사실을 노골적일 만큼 정확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분명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절망이나 실의를 겪고 난 뒤에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삶의 방식을 발견했다고 해서 단순히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이 순간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55세부터 헬로라이프, 결혼 상담소>에서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과 <캠핑카>에서는 남성 가정의 고민과 갈등, 혼란의 모습을 잘 묘사했습니다. 


그리고 <펫로스, pet loss>, <결혼 상담소>에서는 여성의 입장을 잘 나타냈고요.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 씨나 류 작가가 여성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생각을 담아 이야기로 쓸 수 있을까, 의문을 갖던 중에 읽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여행 도우미>는 <결혼 상담소>와 같이 늘그막한 이의 사랑을 다뤘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각기 다른 사랑이지만 이뤄지지 않은 사랑이기도 했습니다. 꽤 담백했고 예전에 볼 수 있었던 '허무하면서 의미없는  젊은이들의 방황이 아닌', 그리워하고 가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잘 남아 있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 에 대해 요새 생각이 많아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끼인세대이기에 위로도 아래로도 조금씩 곁눈질 하게 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이 든 이들의 사랑, 그리고 가정에서의 관계, 이혼, 퇴직과 희망근로 등에 대한 여러 다양한 생각들을 책을 통해 한 번 더 음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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