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빨강머리 앤 (100주년)

Posted by 톰하 3H의 신나는 인생
2018.11.13 01:29 잡담/책리뷰

지난 번 서울시청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전자책 도서관에 가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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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방콕 여행 때 따로 책을 들고 가지 않고 ebook을 통해 책을 읽기를 시도했는 데 그 책이 바로 빨강머리 앤 100주년 기념 공식판이었습니다.


Anne of Green Gables - 빨강 머리 앤 - 서귀포시 중앙도서관에서


위 퍼즐판 빨강 머리 앤은 올해 4월 한 달간 제주도에 머물 때, 서귀포시 중앙도서관 매점에서 걸린 빨강 머리 앤을 찍은 것입니다. 옛날 기억에 봤던 빨강 머리 앤을 드문 기억하는 데에 비해 노래는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요. ^^


그러다보니 동심의 옛 세계를 막연히 쫓다 보면 스머프가 나오고 빨강 머리 앤이 나옵니다. 결말 기억도 안 나는데도 말이죠.


최근 넷플릭스에서 'ANNE'이 방송중이라 봐야지 하면서도 최근 미드 보는 재미가 시들해져서 안 보고 있었는데 마침 책으로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빨강머리 앤 (100 Years of Anne) - 루시 M. 몽고메리


초록 지붕의 집과 마릴라 아주머니와 매슈 아저씨. 그리고 빨강머리 앤.


100년이 지나도록 사랑받는 '빨강머리의 주근깨, 홍당무' 등의 표현을 지극히 싫어하는 수다쟁이, 상상하기 좋아하는 실수투성이 소녀 앤의 이야기입니다.


인생의 반을 살고 있는 시점에서 읽은 감상은 이렇습니다.


초반부의 앤은 '애가 너무 말이 많아. 너 조금 숨도 셔가며 말하면 안 될까?' 그리고 '헛된 상상과 더불어 지극히 외모에 대한 현실 부정이 강한 아이'였습니다. 제가 너무 속된 어른이 된 탓일테죠.


하지만 앤이 매슈 아저씨를 기차역에서 만나 고아의 어린 소녀 앤의 눈으로 에드워드 섬을 매슈에게 표현할 때 그 감정은 오롯이 남습니다.



앤이 마차에 앉아 매슈 아저씨에게 초록 지붕으로 가는 길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한다


잘못 배달된 아이 (?) - 앤이 남자이길 바라며 간 길에 어쩔 수 없이 데리고 온 앤이 마음에 든 매슈 아저씨.


왜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줌마는 결혼을 안 했을까요? 100년 전 당시만 해도 결혼은 흔한 일이고 왠만한 상황이라도 경제력만 갖췄다면 다들 결혼하던 시절이었을텐데요. 그리고 당시 에드워드 섬의 사람들이 대부분 신실한 교회 신자임을 감안하면 더욱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작가가 그런 환경을 설정했으니 아예 없지는 않았나 봅니다.


이제 나이가 제법 들어 책을 읽으니 앤이 아닌 다른 환경들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


당시 유행하던 퍼프 (뽕) 소매가 갖고 싶던 앤, 그리고 무엇보다 검소함을 중요시 여기던 마릴라 아주머니. 그래서 가끔은 앤이 마릴라 아주머니에게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마치 둘리가 길동이 아저씨한테 막 대하듯이요. (물론 앤은 둘리에 비하면 천사지만요. ㅎㅎㅎ)



"앞으로 알아야 할 온갖 것들을 생각하면 신나지 않나요? 그럼, 제가 살아 있다는 게 즐겁게 느껴지거든요. 정말 흥미진진한 세상이잖아요. 우리가 모든 걸 안다면 세상을 사는 재미가 절반도 안 될 거에요. 그럼 상상할 것도 없지 않겠어요?


그렇게 상상하는 동안은 정말 마음이 편했어요. 하지만 뭔가를 상상할 때 가장 나쁜 점은 상상을 끝내야 할 때가 결국엔 오고, 그럼 마음이 아프다는 거죠."

앤은 그 누구보다 상상력과 감수성이 풍부한 어린 소녀였던 것이었어요.


처음에 말 많고 뭔가 엉뚱한 상상을 잘 하며 실수도 많이 하는 어린 소녀 앤이 보통 고아로 자란 아이들이 철이 일찍 든 편에 비해 너무 엉뚱하게 보여지기도 했는데요. 학교에 다니며 수학은 못하는데 작문이나 글 쓰기 등을 잘 하는 내용을 볼 때 꽤나 상상력과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의 역량을 가진 소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작은 '이해'가 세상에서 가장 공들인 '교육'만큼 효과가 큰 법이다.

매슈 아저씨는 공부를 잘 했던 편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 누구보다 앤을 이해하는 힘을 가졌어요.


그래서 앤은 매슈 아저씨를 영혼이 통하는 친구로 생각했죠.


하지만 마릴라 아주머니에게는 고마운 아주머니이지만 가끔은 인정머리 없는 사람, 으로 표현하기도 해요. ㅎㅎㅎ


그리고 학교 생활과 절친 다이애나, 전 솔직히 인정 많고 귀엽고 볼이 통통한, 예의바른 다이애나를 더 좋아했어요. ㅎㅎㅎ


또래의 친구들과 맞수 길버트. 그리고 마릴라 아주머니의 사랑 이야기의 길버트 아버지까지 시대를 흐르는 로맨스가 있어요.


"진짜 모습, 여기 가슴속의 저는 언제나 똑같아요. 제가 어디를 가든, 겉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든 제 마음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요. 제 가슴속은 언제나 아주머니의 작은 앤이에요."

자란 앤은 숙녀가 되어갑니다.


'유령의 숲'과 '케이크 실수', '머리 염색 사건' 등을 저지르던 상상력 넘치고 수다스러운 앤은 드디어 속으로 상상하고 적게 말하는 숙녀가 되었죠. 그런 앤이 걱정된 마릴라 아주머니에게 앤이 한 말이에요.



"제 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요. 목표가 좀 바뀌었을 뿐이죠. 저는 좋은 선생님이 될거에요. 아주머니의 눈도 지켜드릴 거에요. (중략) 퀸스 학교를 졸업할 때는 제 미래가 곧게 뻗어 있는 길로만 나아갈 줄 알았어요. 그 길을 따라 가면 많은 이정표를 볼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이제 그 길에 굽은 길이 생겼어요. 그 모퉁이를 돌아가면 무엇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지 저도 몰라요. 하지만 좋은 게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거에요. 모퉁이 너머에 어떤 길이 있을지 궁금해요.

앤은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습니다.


길버트와 화해하고 초록 지붕으로 같이 걸어 옵니다. 그 동안 친구가 될 기회를 놓친 그 시간이 아쉽기만 할텐데요. 그리고 초록 지붕의 집 앞에서 잠깐 멈춰 서서 나눈 대화가 30분이나 흘렀다니... 이건 로맨스죠? ^^


남자 아이를 원했지만 엉뚱하게 오게 된 '앤'이 없었다면 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주머니는 얼마나 외로운 삶을 살았을까요?


헛된 상상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아이는 커서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고 누구보다 굳은 의지를 가진 착한 숙녀가 되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멋진 미래를 포기하고 다시 굽은 길 앞에서 긍정적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자신이 사랑하고 갖고 있는 초록 지붕의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 또한 배우게 됩니다.


이제 책을 읽었으니 미드로 보고 캐나다 여행 한 번 다녀오면 되는 건가요? ㅎㅎ


어른이 되어 읽은 책 앤에 대한 제 리뷰는 이렇습니다. 상상력이라고는 형편없고 표현 또한 메마른 어른인지라 앤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앤을 읽으며 여러 옛 감정들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어요. 공항가는 리무진 버스에서 그리고 아시아나 방콕 행 비행기에서 와인 홀짝이며 읽는 재미 또한 컸습니다.


빨강머리 앤은 제 영원한 동심 속 귀엽고 사랑스러운 앤으로 남을 겁니다. 남성 분들도 읽을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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