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

2018. 8. 22. 21:17문화/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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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 <빅 픽처, 2010>의 원작인 이 소설은 작가는 미국인이지만 활동은 영국에서 했고 인기는 프랑스에서 많이 얻은,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인물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고를 때 작가의 독특한 이력 때문에 책을 고르게 됐는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책 읽는 속도가 꽤 느린 편인데다 대부분 외출할 때 읽거나 아님 잠들기 전 침대에서 읽다 보니 더 더디게 읽는 편입니다. 보통 300 페이지 내외의 장편 소설 한 권을 읽는데 10시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렇다고 꽤 정독해서 읽는지도 모르겠는데 전날 읽었던 페이지를 대충 다시 읽다보면 한참 새로운 부분을 막 읽어내려가다 아! 어제 읽은 부분이네, 하며 어제 어디까지 읽었더라, 하며 찾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단 이틀만에 그것도 어제 저녁부터 늦은 새벽까지 읽어 책을 다 마쳐야 했을 정도로 속도감이 붙는 책이었어요. 스릴러 영화 한 편을 책으로 읽는 느낌도 들었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생각이 개인적으로 너무 와 닿았기에 거의 밤을 새며 책을 읽었습니다.



빅 픽처 - 더글라스 케너디


두 아이 (벤과 조시)의 아빠, 벤.


그는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입니다. 사장이 아버지와 부시와 같은 예일대학교 동창이죠. 그런 이유로 그는 이 로펌에 운 좋게 입사할 수 있게 됩니다. 


그가 맡은 부서는 유산 상속 분야를 다루는 신탁유산 파트입니다. 일명 법률 부서에서 가장 조용한, 아웃사이더 부서로 통합니다. 벤은 변호사이지만 변호사 일에 관심이 없는 생계를 위해 그냥 주어진 일을 처리합니다. 


'돈이 곧 자유야.' 그렇죠, 아버지. 하지만 그 자유를 얻으려면 일에 몰두해야 하죠.

벤은 사진가가 꿈이었지만 아버지의 설득에 로스쿨을 준비한다



어릴 적부터 사진에 남다른 매력을 느꼈던 벤은 사진가로서 성공을 꿈꾸지만 현실은 사진 판매점 직원으로 일해야 했고 아버지의 도움 없이는 비싼 사립 대학 등록금을 낼 수 없었죠. 아버지는 '돈이 곧 자유' 라며 금융가 또는 변호사가 되어 돈을 벌어서 멋진 취미로써 사진가의 꿈을 이어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일에 몰두해야 하는 건 당연한거죠.


"이제 와서 가장 참기 힘든 게 뭔지 아나? 언젠가 죽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걸 알면서도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인 양 살아왔다는 거야. 이제는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 수 없게 됐어.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완전히 비껴난 것이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잭, 벤과 같은 아웃사이더 고참 변호사



벤을 지지하고 응원하던 신탁파트의 최고 변호사 잭은 화가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벤과 같이 생계를 위해 꿈을 포기했죠. 그리고 일에 매달려 살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습니다.


벤은 자신이 따르던 잭의 시한부 판정과 아내와의 불화로 인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했지만 아내와의 사이는 점점 멀어질 뿐입니다.


그리고 의혹이 확신이 된 아내의 외도. 그것도 경멸해하던 이웃집 사진가 게리라니, 맙소사!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이혼 얘기가 오가게 되고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게 됩니다. 그것도 허풍쟁이 이웃, 사진가 게리라니 믿기지도 않지만 의혹은 직접 목격으로 인해 현실이 되고 맙니다.


게리를 만나 대화를 나누다 아내와의 외도를 눈치채게 만든 와인 (클라우디 베이 쇼비뇽 블랑) 병을 내리치고 맙니다. 스트레스와 흥분에 못 이겨 내리 친 그 가격은 다시는 벤으로 살 수 없게 만드는 살인자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는 불행했지만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웠고 갖고 싶은 것들을 무한정 가졌고 사고 싶은 것들을 걱정없이 살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저 살인만 저지른 게 아니었다. 내가 이룬 세상을 스스로 경멸한 자기혐외도 죄악이었다. 생의 마지막 한두 시간을 남기고, 나는 가장 잔인한 아이러니와 마주쳤다.

벤은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기 처지에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는 사실을요. 벤은 사진가가 되지 못했다는, 스스로 자기 인생을 포기했다는 자기혐오를 갖고 살았는지 모릅니다. 그로인해 아름다운 아내, 사랑스럽고 건강하게 자라는 두 아이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생활 등에 전혀 만족하지 못했죠.


하지만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야 그 모든 것에 감사하고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살 자신이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때는 늦었습니다.


소설은 영화의 반전 스릴러를 향합니다. 그러기에 이 이상 줄거리를 계속 말한다면 혹시 소설 또는 영화를 보는 분들에게 폐가 될 듯 해서 내용을 더 언급하지는 않을게요.


벤은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야 제 2의 인생을 살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많은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그 계획을 실행해 옮깁니다. 그리고 제 2의 인생, 사진가가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아름답게 얘기가 흐른다면 너무 식상하겠죠. 살인을 저지른 벤이 그렇게 평탄하게 잘 풀리는 인생을 살 수만 있다면 이 세상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로망 소설이 됐을테지만 소설은 스릴러 장르답게 계속된 반전을 꿈꿉니다.


사진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와 형편없는 사진을 찍는 블로거지만 꽤나 호기심을 가지고 읽게 됐어요. 그래도 이왕 하는 블로그니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진을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도 꽤 하게 됐고요. 사실 빅 픽처라는 소설이 흥미로웠던 건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꽤나 빠르고 연결 부분이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이어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저와 상황은 다르지만 제가 겪었던 비슷한 감정을 책에서 말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소설이나 영화는 어쩌면 그 안에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일지도요.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자유, 그 텅빈 지붕과 마주하게 되면 두려움밖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유란 끝없는 무의 공간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영역을.

빅 픽처 본문에서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꿉니다. 특히 저는 자유업, 전업투자자의 삶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죠. 그리고 보란 듯이 강릉 및 해외에서 10여년을 살았습니다. 꿈만 같은 자유의 삶이죠. 누구나 꿈꾸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 수 없는, 그래서 제 자신이 대견해보였고 저만의 뭔가를 이루며 살고 싶었습니다.


책으로 돌아가면 벤은 게리가 됐고 몬태나 주에 살게 됩니다. 그리고 루디와 앤을 만나게 됩니다.


소설은 영화처럼 흥미진진하면서도 빠르고 경쾌하게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속도감이 더해져 책의 페이지가 끝나야만 책을 덮고 잠에 들 수 있을 듯 하네요. 그리고 결국 책을 다 읽고 덮을때야 비로서 잠에 들었습니다. 하늘이 밝아지는 것 보니 밤을 샌 듯 하네요.


결말은 제가 원했던 방향,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것과는 조금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꽤나 진부할 듯 한 소재를 가지고 스릴러라고만 말하기에는 드라마적 요소도 강하고 반전이라는 강력한 무기와 함께 사진이라는 예술적 소재와 언론 매체 등을 통한 상세한 소개 등은 다양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 게 만듭니다.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이지만 안 읽어 본 분들이라면 책으로 한 번 읽어보시길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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