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서촌 오후 4시 / 김미경

2018. 8. 6. 15:44문화/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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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오후 2시에 이어 서촌 오후 4시를 쓴 작가.


글을 쓰는 화가라고 해야할까요? 옥상화가로 유명한 김미경 씨의 서촌 오후 4시입니다.



서촌 오후 4시라는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뭐랄까 이 책이 서촌이 어떤 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찾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공간이 되었는지 설명해주지 않을까 싶어서였어요.


물론 책의 첫 페이지를 읽자마자 그런 수필은 아님을 알게 됐지만요. ^^''


과감하게 버려야 지키고 싶은 것들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버려야 새로운 것들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고 믿는다.

서촌 오후 4시 / 김미경


한국에서 미국으로 과감하게 자신의 안정된 자리를 던지고 나갔던 김미경 씨는 또 한 번 미국에서의 생활을 버리고 과감히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면허, 자격증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여기는 세상이 됐다. 하지만 사랑하기, 숨쉬기, 걷기, 춤추기, 노래하기, 그리고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세상살이에 가장 중요한 이 모든 것들은 모두 면허가 필요 없는 일들이다. 

서촌 오후 4시 / 김미경


그리고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학위도 가지고 있지 않는, 체계적으로 미술을 해오던 사람이 아닌 사람이 그저 좋아하기에 너무 그리고 싶어 이름없는 화가가 되었습니다.


이 시대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는 '가난 앞에 당당하게, 의연하게, 행복하게 살기'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예전보다 조금 가난해졌지만, 조금 많이 행복해졌다.

서촌 오후 4시 / 김미경


시대가 변하고 각자의 개성이 중시되는 사회에 들어서면서 많은 이들이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찾게 됩니다. 그러기위해 몇몇 포기해야 할 것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 가장 큰 부분은 경제적인 것이겠지요.


김미경 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그리는 일을 위해 자신이 몸 담았던 회사 근처의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젊은 2,30대도 하긴 어려운 도전을 나이가 들어 이제 편안한 꽃 길만 걸어도 될 나이에 접어들어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김미경 작가 또는 화가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일 수 있는 용기.

그것을 위해 자신이 현재 가진 가장 소중해 보이는 것들을 버릴 수 있는 요기.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용기.

그 용기만이 나를 진정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서촌 오후 4시 / 김미경


용기.

자신의 내면과 진정 대면하고 마주 할 용기. 그리고 내면이 원하는 것을 위해 현재의 내가 가진 것들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라고 말합니다.


사실 이렇게 쉽게 글로 쓸 수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과론적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 하다보니 잘 된 몇몇 사람들을 간혹 뉴스를 통해 듣게 되지만 실제 많은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하다 생계의 곤란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보게 되니까요.


'멀쩡한 회사까지 때려치우고 화가가 되겠다고 나섰으니 죽을만큼 열심히 그리는 수밖에 없다!'고 마음먹었다. 고달픔도 있지만, 하루와 계절의 리듬에 맞춰 일하는 풍요로움도 함께 보인다.

서촌 오후 4시 / 김미경


단순히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기존의 안정적인 것을 포기하고 떠난 게 아니라 너무나 죽을만큼 하고 싶었기에 더 열심히 할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듯 보였습니다. 사실 자유업을 하는 제게 이 문장이 꽤 와 닿았습니다.


누가 하라고 떠민 게 아닌, 제가 원해서 선택한 삶이니 죽을만큼 열심히 해보는 게 어떨까 하고 말입니다.


하루와 계절의 리듬에 맞춰 일하는 풍요로움.

맞네요. 자유업의 가장 큰 삶의 혜택은 계절의 맞춰 시간적 탄력성을 가진다는 점도 있겠네요.


모든 사람은 누에고치라고. 모두 고치 속에 어마어마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고. 단지 풀어내지 않았을 뿐이라고. 풀어내기 시작하면 엉켜 있던 선들이 끊임없이 풀려 나올 것이라고. 각자 다른 모양의 선들이 말이다.

서촌 오후 4시 / 김미경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일을 너무 하고 싶어하지만 과연 내가 재능은 있는지 그리고 미치듯 하다 보면 내게도 좋은 날이 찾아올 지 누구나 망설이게 됩니다. 당연한 것이죠. 작가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말합니다.


우리 모두 고치라고. 그 고치 속에 어마어마한 스토리 (재능)를 갖고 있는데 단지 풀어내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입니다.


정말 세상에 망친 그림은 없다. 세상에 망친 인생은 없듯 말이다.

서촌 오후 4시 / 김미경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세상 다수의 길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뭔가 빈약하고 닫겨 있는 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비춰질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쩌면 평생을 아님 꽤 오랜 시간을 그런 동정과 비난의 눈길을 받으며 살아가야 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에 망친 인생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자 자신의 색을 가졌 듯 남들이 이해하고 선망하는 색으로 밝게 빛나지 못할지라도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조금 많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라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부와 명예를 얻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땅을 샀더니 땅 값이 몇 배, 몇 십 배 오르고, 집을 샀더니 집 값이 폭등하고 누군가는 로또를 샀더니 1등에 당첨되고 그렇게 누군가는 내 인생과 무관하게 너무 잘 나갑니다.


하지만 그런 인생이 아니더라도 내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용기.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 그 용기를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으면 됩니다.



책 내용이 길지 않고 뒷부분은 작가의 개인적인 얘기들이 더 추가되어 어떤 감상을 추가로 쓰지는 않지만 책을 통해 제가 하는, 그리고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조금은 더 정신적으로 건강한 영양분을 얻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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