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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기사단장 죽이기 (무라카미 하루키)

잡담/책리뷰

by 톰하 3H의 신나는 인생 2018.08.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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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김훈, 윤대녕 작가를 좋아한다면 일본에서는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이번에도 꽤 장편인, <기사단장 죽이기 1,2권> 소설을 무려 한 달에 걸쳐 읽었습니다.


리뷰라고 할 정도로 이해를 제대로 한 게 맞나 싶어 소개 정도로 표현하고 싶네요.


기사단장 죽이기 -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동네)


현현하는 이데아, 1권, 초반부를 읽었을 때는 그럴리가 없지만, 공포 영화 곡성이 떠올라 섬뜩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으로 인해 악몽을 꾼 적도 있었어요.


책을 덮을까 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 공포스러운 이야기로 계속 흐르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에 계속 이어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공포감을 자아내는 소설이나 영화를 어느 순간부터 싫어하게 되서요)


소설은 1,2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꽤나 긴 장편 소설이에요. 이데아와, 메타포 같은 어려운 얘기도 나오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일본의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역사도 나옵니다.


아마다 도모히코가 그린 일본화 <기사단장 죽이기> 와 주인공 화자인 <잡목림 속의 구덩이>, <흰색 스바루 포레스터의 남자>는 묘한 관계를 이루며 현실과 비현실 세계를 넘나듭니다.


아내의 외도를 눈치채지 못했던 남자, 그리고 갑작스런 아내의 외도 고백 및 이별 통보, 남자는 집을 나와 정처없이 일본 곳곳을 떠돌다 어느 외딴 식당에서 낯선 여자를 만나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데 그 때 마주친 <흰색 스바루 포레스터의 남자>가 계속 기억 속에 떠돕니다. 


요양원에 입원해 몸 조차 움직일 수 없는, 죽음을 향해 거의 종착역에 도달한 친구 마사히코의 아버지 도모히코가 자신이 그린 일본화 <기사단장 죽이기>를 보러 작업실에 들렀을 때 주인공은 자신이 일본 곳곳을 누비던 당시, 아내를 강제로 범한 성몽을 기억하게 됩니다.


육체는 딴 곳에 머무는데 정신, 이데아가 다른 곳에서 현실적인 감각을 발휘합니다. 이곳은 정말로 현실세계일까요?


"이 세계에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는지 몰라. 하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믿을 수는 있어."

기사단장 죽이기

아내와의 이별, 그리고 친구 아버지의 외딴 집, 집 천장에서 발견한 미공개 작품인 <기사단장 죽이기>와 수리부엉이, 그리고 새벽 2시가 되면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방울소리와, 알 수 없는 이웃 멘시키, 그리고 아키가와 마리에와 고미, 그리고 자신의 아내 유즈.


오페라 <돈조반니>의 이야기를 그렸으나 서양화가 아닌 일본화로 그리는 묘한 역설을 통해 마사히코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이데아인 그림 속 기사단장이 현실로 나타나고 멘시키와 마리에의 관계에 빠져들며 이혼이라는 절망감에 빠진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발전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소설이 대개 그렇듯 독백하듯 말하며 내적 자아에 대한 이해를 많이 표현하기에 이해하기 상당히 어렵긴 해요. 그리고 초현실적인 이데아와 메타포인 긴얼굴, 이데아인 기사단장을 죽이므로써 마리에와 실질적으로 어떻게 연결된 건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이 놓쳤던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비현실 속 과정에서 고미와 돈나 안나를 통해 가졌던 어떤 생각이 변하고 다시 현실속으로 돌아가려는 의지가 생겼다는 건 확실한 듯 해요.


그래도 나는 멘시키처럼 되지 않는다. 그는 ???가 자기 아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의 밸런스 위에 자신의 인생을 구축하고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을 저울에 달고, 끝나지 않는 미묘한 진동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아내려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귀찮은 (적어도 자연스럽다고는 하기 힘든) 작업에 도전할 필요가 없다. 나에게는 믿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좁고 어두운 장소에 갇힌다 해도, 황량한 황야에 버려진다 해도, 어딘가에 나를 이끌어줄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순순히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단장 죽이기 본문에서


그것이 상실과 구원, 인생의 공백을 메우려는 멘시키와 소설 속 주인공의 여정, 그리고 그 여정 끝에서 배운 것이라면 저 내용이 가장 들어맞는 (최소한 주인공이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 얘기가 아닐까 싶어요.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두 권의 책을 이렇게 짧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제가 설명을 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에 엄청 긴 분량의 이야기 중에 그나마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부분만을 언급했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덕분에 모짜르트의 돈조반니도 들어보게 됐고요. 오페라 속 내용이 책에도 나오지만 다시 한 번 검색해 내용을 추가로 알아보기도 했네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수필집을 보면 재즈 및 음악을 무척 사랑하고 레코드 LP판으로 듣고 모으는 걸 걸 꽤 좋아한다고 하는데 책 속에서도 음악 얘기가 무척 많이 나와요.


하루키 씨 소설에는 상당 부분 음악의 어떤 소재가 책을 쓰는 영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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