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19. 14:32ㆍ생활정보/생활 건강
배민커넥트, 쿠팡이츠에서 전기자전거로 9개월 가량 배달알바, 부업을 하고 있다. 배달 알바를 하려고 강남 호텔에 숙박하는 건 결코 아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강남 호텔에 머물며 숙박 후기 및 배달 알바 경험기를 써 보고자 한다.
소낙눈이 함박눈 마냥 미친 듯 퍼 붓던 저녁, 영상의 기온임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호텔에 숙박하기 전날인 이 날 갑작스레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는 내가 배달 알바를 한다는 걸 아는 몇 안 되는 베프였기에 이렇게 눈, 비가 퍼붓는 날에는 내가 배달 일을 하지 않는 걸 알고 술이나 한 잔 하자며 부른 것이다.
마트에서 삼겹살과 고기보다 더 비싼 상추를 사서 저녁을 함께 했다. 베란다에서 쌓이는 눈을 바라보며 올 겨울은 서울에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네, 라며 친구에게 말을 건냈는 데 사실 30대 이후로 한국에서 겨울을 보낸 게 몇 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웃펐다. 과연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앞으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 것인가, 하는 생각에 빠지며 말이다.
내일 호텔에 같이 갈까 싶지만 역시 아재 둘이 호텔에 가는 건 낯설다. 예전 쉐라톤 팔래스 호텔에 갈 때는 사우나, 라운지 등을 이용할 수 있어 그나마 할게 있었는 데 3성급 부티크 호텔에서는 남자 둘이 술 마시는 것 외에는 딱히 할게 없다. 친구는 호텔에서 심심하면 자기네 놀러와서 술 마시자고 오히려 역 제안까지 하고 말이다. ㅎㅎ
하긴 호텔 스위트 룸이 커봐야 집 보다 크겠는가? 집이 오히려 술 마시기 더 편한 감은 있다. 친구네 가기 전 다음 날 숙박을 위해 짐과 배달 알바 필수품 배달 가방을 챙겨왔기에 짐이 상당해 거추장스럽다. 아~ 호텔 가는게 예전 만큼이나 마냥 설레고 즐겁지만은 않다. 호텔에 투숙하며 배달 알바라도 하자는 게 숙박을 위한 동기 부여가 되다니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
1404호 - 파로나믹 스위트 룸
보통 호텔 체크인은 오후 3시다. 사실 일찍 갈 마음이 없었는 데 친구 녀석이 배드민턴 모임이 오후 1시라고 나보고 혼자 집에서 뒹굴다 가란다. 아무리 베프라도 남의 집에서 혼자 뒹굴기 뭐해서 서둘러 나와 호텔로 향했다. 전날 쌓였던 눈은 문정역 부근 큰 도로는 다 녹았고 안쪽 작은 도로만이 전날 큰 눈이 왔음을 일깨워줬다.
룸이 준비가 되지 않았으면 짐 맡겨 놓고 주변 커피숍에 앉아 있어야겠다 생각하며 지하철을 탔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경인데 다행히도 직원분이 바로 체크인이 가능하단다.
여기서 잠깐! 크레센도 호텔의 파라나믹 스위트 룸은 1404호, 단 한 개 뿐이다. 그러므로 직원 분이 방을 빨리 주고 싶어도 전날 투숙하는 분이 있었다면 사실 방을 빨리 주기 어렵다. 그러므로 꽤나 럭키한 일이었다.
겨우 일박하는데 백팩에 배달 가방을 담은 옆으로 매는 트렁크 가방까지 들고 방으로 올라갔다. 남들이 보면 집 나온 아저씨인 줄 알겠다, 싶으니 괜시리 웃음이 난다. ㅎㅎ
호텔은 1층 로비에 프론트 데스크가 운영되고 있으며 분리되어 있는 공간에 428 레스토랑이 있다. 루프탑은 현재 공사중이라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11층에 이그제큐티브 라운지가 있는데 아코르 플래티넘 이상 회원이라도 무료로 이용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신 돈을 내면 2시간 동안 무한 와인 + 스낵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 곳에서 하는데 가격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
파노라믹 스위트 룸 구조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오른편에 붙박이 수납장이 있고 그 안에 목욕 가운이 놓여 있다. 그리고 리빙룸과 침실이 분리되어 있다. 욕실은 방 안 쪽에 위치해 있다. TV는 침실과 거실에 각각 한 대씩 있어 침대에 누워 침실 TV와 거실 TV를 볼 수 있다. 침실 TV에는 넷플릭스를 볼 수 있다.
거실에는 캡슐 커피 머신이 있는데 캡슐 커피는 기본으로 두 개가 놓여져 있는데 하우스키퍼 분에게 부탁해 더 받을 수 있었다. 소문대로 닌텐도 위도 있는데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굳이 혼자 즐길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커플로 오거나 애들과 함께 오는 경우라면 꽤나 재미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은 기본 네 병. 역시 하우스키퍼 분에게 두 병을 추가로 받았다. 세이프 박스는 냉장고 바로 위 서랍을 열면 나온다. 목욕 가운은 두툼해서 몸에 착 감기는 맛이 좋다. 호텔에서 목욕 가운 걸치고 커피 한 잔 내려 마실 때 이게 호캉스구나 하는 기분이 드니 말이다. ㅎㅎㅎ
욕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유럽식 부티크 호텔이라는 느낌이 든다. 꽤 클래식하면서도 나름의 멋이 깃들여져 있는데 수전이 특히 그랬다. 샤워기도 꽤 무게감이 느껴지는 데 옛 스러움이 느껴진다. 스위트 룸답게 세면대는 두 개로 나뉘어져 있고 어메니티 또한 기본 두 세트가 놓여져 있다.
욕조에 좋은 향이 나는 샤워 젤을 풀어 거품을 충분히 낸 뒤 욕조에 몸을 뉘여 본다. 재즈 음악을 켜 놓고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니 이게 호텔의 맛이구나 싶다. 전날 친구네서 과음한 탓에 샤워를 마치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짧지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제 배달 알바를 위해 배민커넥트 북부 전기자전거에서 강남서초 도보로 지역 및 운송 수단을 변경했다. 주문이 많은 배민커넥트를 주로 하는데 한 주 15시간 내외를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하루 2시간 정도를 배달알바를 운동 삼아 하고 있는 셈이다.
쿠팡이츠는 따로 지역 변경없이 운송 수단만 변경하면 되기 때문에 편하다. 쿠팡은 매일 피크 시간 이벤트를 통해 추가 프로모션을 하기 때문에 쿠팡이츠 앱에서 보이는 수입 내역보다 실제 정산 받은 수입 내역이 더 크다. 실제 1월 22일 ~ 31일 9건을 배달로해 45,750원 수입이 발생했는데 프로모션 정산은 실제 정산일에 이뤄져서 최종 입금된 금액은 세후 72,490원이었다.
이렇듯 쿠팡이츠는 프로모션이 쏠쏠한 데 이 날도 저녁 시간 한 건만 해도 1만원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중이어서 호텔 방구석에서 놀기 보다는 운동삼아 호텔 주변 마실이라도 다닐 겸 밖으로 나왔다.
한 시간 정도 밖에 돌아다니며 주문을 기다렸지만 주변이 빌딩가라 그런지 직장인들 쉬는 주말은 콜이 들어오지 않았다. 배달의 민족도 켜서 한 건이라도 할까 하다가 그래도 내돈내고 머문 스위트 룸인데 아쉬운 생각에 오늘 강남 도보 배달은 쉬기로 했다.
전날 친구네서 놀고 이 날 포함 이틀을 쉬었지만 배민커넥트 18만원, 쿠팡이츠 7만원 총 25만 7천원 정도 주급을 받았다.
호텔 바로 옆 맥도날드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에서 버드와이저 맥주를 샀다. 보통 호텔 미니바는 꽤 비싼 편인데 여기는 미니바는 비워져 있는 대신 맥주를 프론트 데스크에서 구입할 수 있다.
맥주 가격은 무척 저렴한 편인데 1캔 2,500원, 5캔에 10,000원이다. 전날 과음하긴 했지만 5캔 구입해 욕조에 물을 받아 재즈 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 잔 마시는 즐거움을 맛 봤다.
친구가 묻더라. 호텔 혼자라 심심하거나 외롭지 않냐고? 천만에 혼자라 편하고 즐거울 때가 더 많다. 누군가 같이 있으면 함께 하는 즐거움이 있겠지만 혼자여서 알몸으로 돌아다니고 재즈 음악 틀어놓고 욕조에 누워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 맥주나 와인 한 잔하는 그 맛은 혼자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이지 싶다.
크레센도 서울 선릉 뷰가 이뻐서 파노라믹 스위트 또는 발코니 룸을 선호한다는 데 아저씨라 감정이 메말라서 그런가 휑한 기분이 든건 나뿐인건가?!
그래도 거실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하며 바라본 선릉은 나름 운치는 있었나 싶다. 메리어트 8년차 플래티넘이라 라이프 타임을 위해 메리어트 호텔을 검색했다. 크레센도는 아코르 호텔이라 회원 등급이 가장 기본인 나로써는 오후 1시 체크아웃이 최선이었다. 그렇기에 다음 날 오전에도 배달 알바를 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배달알바 강남 호텔 투숙기를 마치고자 한다. 그럼 이렇게 허망하게 강남 호텔에 머물며 배달 알바한 후기는 없는 거냐고 궁금한 분들이 계신다면 아님을 미리 밝히고자 한다. 다음에 머문 강남 호텔에서는 실컷 배달 알바를 했기 때문이니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