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4. 11:17ㆍ문화/영화
마음이 답답한 요즘 조금이나마 가슴 따듯한 이야기가 있는 영화를 찾아보게 되는데 오늘 소개할 집이야기도 그런 종류의 영화였다. 2019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집이야기 (I am home)
감독 : 박제범
배우 : 이유영 (은서 역), 강신일 (진철 역), 공민정 (경란 역), 서영화 (미자 역), 조현식 (경식 역)
집이야기 내용
은서는 살던 집의 계약이 끝나가자 살고 싶은 다른 집을 알아본다. 여러 번 머물 집을 알아보지만 끝내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하는데 이유를 찾지 못한다.
제주도로 이민 (?) 간 엄마의 재혼에 참석하는 은서는 큰 언니와 엄마의 행복한 모습에 어딘가 못마땅한 기색이다. 서울로 올라온 그녀는 열쇠를 잃어버린 것을 깨닫고 집 문을 열기 위해 아빠를 부른다.
아빠는 열쇠공이다. 그것도 최신 디지털 문은 열 줄 모르는 아날로그 열쇠공이다. 고지식하기로는 천하제일인 진철은 막내 딸 은서가 집을 구할 때 까지 자신의 집에 머물기로 한 것에 마음이 들 뜬다. 새 수건을 사고 청소를 하고 밥을 짓고 딸이 좋아하는 복숭아 김치를 담근다.
하지만 열쇠라면 그 누구보다 더 잘 여는 진철은 자식의 마음은 열지 못하는 아빠다.
"차 말고 집을 사야지."
말 버릇처럼 좋은 집을 사라고 말하는 진철에게도 후회스런 일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아파트를 사지 않은 일이었다. 창문없는 방에 지내면서 언젠가는 새 집으로 이사가 가족들과 더 행복한 삶을 살아야지, 가슴 속 다짐만 했던 진철은 가족들이 다 떠나고 아픈 지금 그 때 그 시절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한 채 살았던 자신이 후회스러웠을까.
집이야기 결말
진철의 병은 계속 나빠지지만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는다. 재혼 후 지구 반대편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엄마 미자에게묻는다.
"아르헨티나는 왜 그렇게 가고 싶은건데?"
미자는 말한다. 결혼 후 신혼여행을 떠나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며 백화점에 데리고 가 여행용 가방을 사줬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멀리 날아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아파트만 장만하면 우리도 언젠가 저 비행기를 타고 지구 반대편까지 가보자,고 남편 진철의 다짐하듯 한 약속을.
그 동안 살고 싶은 집을 구하지 못한 은서는 함께하지 못했던 자신의 가족을 오랫동안 원망했다. 하지만 엄마가 그토록 가려고 하는 지구 반대편 신혼여행이 이해되었고 창문도 없는 아빠의 방에 걸려진 달력의 그림이 이해가 됐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닫아둔 마음의 벽이 하나씩 허물기 시작한다.
1시간 30분 남짓의 시간에 고지식한 아빠와 흩어져 지내는 가족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은서의 이야기를 응축해 차분히 우리에게 전한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스토리를 통해 충분히 가족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고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매력적이었다.
숨은 진주같은 영화가 있는데 집이야기가 아마도 내게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진철을 통해 아버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여행이 좋아 떠돌아 다니던 내 마음 또한 은서의 어딘가와 닮아 있던게 아닌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