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 책이 아닌 사람에게서 스승을 만나다

2020. 3. 2. 15:12문화/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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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톰하입니다.

 

저는 현재 발리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한국 상황이 워낙 안 좋기에 서울에 머무는 연로하신 아버지와 누님 걱정으로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여행지에 와 있지만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발리 꾸따 해변에서 끊임없이 밀려드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온 이야기를 곱씹어봅니다.

 

"아니, 당신이 읽은 그 많은 책들이 다 무엇이오? 그게 뭐가 좋다고 읽고 있는 거요? 그런 질문에 대한 해답이 책에 없다면 도대체 뭐가 쓰여 있단 말입니까? ... 그러면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것은 있겠지요?"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키치스 지음

이 책을 처음 접한 분들이라면 사전지식으로 알아두면 좋을 두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리스인 조르바'는 실존 인물로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실제 크레다 해안에서 사업을 벌였을 때 만난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작가가 살았던 시대의 그리스는 터키의 지배하에 있었고 그리스의 독립운동을 겪으며 누구보다 '자유에 대한 갈망'을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소설에서 조르바와 두목 (?)의 이야기를 통해 독립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으므로 자연스레 그 당시 그리스가 갖고 있던 시대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수 있을 터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작가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이 작가 스스로에게 '자기해방에 대한 욕구'를 크게 갖게 되며 정신적으로 니체의 사상과 부처의 사상으로 그리고 그의 삶에 구원을 준, 많은 곳으로의 여행을 다니게 됩니다.

 

작가가 그리스인 조르바를 쓸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이러한 여행에 대한 사랑과 여행을 통한 배움, 그리고 사람에게서 배우고자 하는 자세를 갖췄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 작가 카잔차키스는 1957년 중국을 여행했다 얻은 독감으로 인해 독일에서 사망합니다.

 

인간 '조르바'를 책을 통해 배운 그 어떤 것보다 더 위대한 것으로 여겼던 것도 바로 인간 조르바가 가진 순수함과 뜨거운 열정을 존경했기 때문입니다.

 

"힌두교도들이 '구루 (사부)'라고 부르고 수도승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삶의 길잡이를 한 사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틀림없이 조르바를 택했을 것이다. 주린 영혼을 채우기 위해 오랜 세월 책으로부터 빨아들인 영양분의 질량과 겨우 몇 달 사이에 조르바로부터 느낀 자유의 질량을 돌이켜 볼 때마다 책으로 보낸 세월이 억울해서 나는 격분과 마음의 쓰라림을 견디지 못한다."

 

산투리를 켜고 자유롭게 춤을 추며 그 무엇보다 자유를 사랑하는 조르바에게는 어떤 특별한 매력이 있었기에 노벨 문학상 후보로 두 번이나 거론됐으며 그리스가 낳은 최고의 작가이자 내무부 장관까지 지낸 작가의 인생에서 가장 존경할만한 사람으로 남았을까요?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 모두 깡그리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그랬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후부터였다. 엄청나게 복잡한 필연의 수렁에 빠졌다가 자유가 한켠에서 따로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 손안에 잡을 수 있는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극복할 수 있는 인내와 용기를 실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조르바는 말합니다.

 

단순해지라고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이렇게 머리로 복잡하게 계산하며 살면 영원히 끈을 자를 수 없다고! 오히려 더 붙잡아 맬 뿐이라고!

 

니체와 부처를 통해 당시 그리스인의 신에 대한 존재보다 인간에 대한 그것도 '초인'에 대한 강한 영향을 받았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만나며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하지만 책으로 밖에 알 수 없었던 참 스승을 만나 참된 자유를 배우게 됩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묻습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불안과 참된 자유는 무엇인지를..

 

그리고 답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처음 책을 접했을 때 그리스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그리스로마신화'가 전부일 정도로 그들의 나라에 대해 아는 게 없었기에 두목과 조르바가 나누는 대화, 두목이 얻고 싶은 깨달음과 친구들이 벌인 운동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사전지식으로 두 가지 사항을 알려드린 이유는 제가 처음 이 책을 접한다면 미리 알았다면 조금은 더 쉽게 책을 읽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또한 책 내용이 꽤 긴 편인데다 드라마나 책에 나오는 극명한 이분법적인 '선과 악'과 대비해 조르바라는 인물은 이중적인 가치를 지닌 인물로 다소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이 주는 핵심적인 메세지는 시간이 지나도 그 빛을 잃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 지, 신과 인간, 우리이게 주어진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에 대한 사색할 수 있는 시간과 힘을 준다는 점에서 저는 이 책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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