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을 읽고서

2020. 2. 23. 23:15문화/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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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몽고반점은 이상문학상, 채식주의자는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습니다.

 

처음 이 책들을 따로 읽었을 때에는 이게 한 편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내용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이 수정판이 나오면서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을 엮은 책이 나와 같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를 설명하면 처음 읽는 분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읽으며 느꼈던 소감 위주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한강 -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채식주의자

 

한강 작가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는 소식과 그 작품이 '채식주의자'라는 소식에 개인적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한강씨 작품을 좋아하기에 수상에 기뻤고 두 번째 이유는 너무나 어려운 내용이기에 과연 어떻게 번역했기에 작품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인 데요.

 

요새 영화 '기생충'을 보더라도 번역가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떠오르게 됩니다.

 

자 그럼 작품 이야기부터 하도록 하지요.

 

어느날 아내가 미쳤다(?)

 

내가 그녀와 결혼한 것은, 그녀에게 특별한 매력이 없는 것과 같이 특별한 단점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가정생활을 즐기던 남편은 결혼 5년차에 접어들 무렵 아내에게 이상증후를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그 전부터 아내가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걸 답답해 하기는 했지만 남자로써 착용감이 얼마나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지 알 길이 없었으므로 의아하긴 했지만 다른 모든 면에서 그의 기대에 걸맞게 평범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열렬히 사랑하지 않았으니 특별히 권태로울 것도 없었다.

 

아내가 꿈을 꾼 그날 이후 아내는 채식주의자가 됩니다.

 

심지어 냉장고에 쟁여둔 모든 고기를 내다 버렸을 뿐 아니라 유제품 및 계란 요리마저도 먹지를 않습니다.

 

식성이 좋고 고기 요리를 좋아할 뿐 아니라 요리 또한 잘하던 아내가 채식주의자로 변했을 뿐 아니라 채식 요리 외에는 남편을 위해 그 어떤 요리도 하지 않게 변한겁니다.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여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꿈을 꾼 이후 계속해서 같은 악몽에 시달리며 매일 야위여 갑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그녀는 확실히 미쳤습니다.

 

회사 부부동반 모임뿐 아니라 처가댁 모임에서도 그리고 병원에서도 그녀의 행동들은 일반인들의 눈으로 볼 때 미쳤다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과연 우리는 그녀의 꿈과 그녀의 갑작스런 채식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꽤 어려운 내용이기에 책 말미에 허윤진 님의 헤설을 통해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와 무관하게 책을 읽으며 점점 가속이 붙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이해도 안 되는데도 표면적인 현상 자체만으로도 책 읽는 가속이 붙는 것으로도 충분히 책 자체를 즐길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몽고반점

 

몽고반점은 채식주의자인 처제와 영상 예술가인 형부, 그리고 가장 잔혹한 예술 영상을 무심코 봐야했던 채식주의자의 언니의 이야기입니다.

 

채식주의자 영혜, 처제와 이혼한 동서.

 

어느날 아내로부터 채식주의자 동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있다는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됩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그에게는 그녀의 몽고반점이 그의 머리속을 지배하게 됩니다.

 

사실 몽고반점을 이상문학집에서 읽지 않고 어느 뻔한 삼류 성인 영화로 봤더라면 참 재미었고 신선하지도 않네, 라며 무심코 넘겼을 게 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 이 한강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새삼 느끼면서도 책은 술술 잘 읽히는 게 마냥 신긴하기만 합니다.

 

처제의 몽고반점을 예술 작품으로 만들려는 남자의 강한 집착은 '채식주의자'의 무신경하고 평범하기만을 바라는 남편과는 대척점에 놓여있습니다.

 

'채식주의자'의 남편은 처형에게 매력을 느끼고 '몽고반점'의 남편은 처제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우리의 일생 또한 어쩌면 그러하지 않을까요?

 

최선보다는 차선을 선택한 삶 뒤 어느 순간 반드시 후회가 찾아오게 됩니다.

 

하필 그 후회가 동서지간 간의 엇갈린 운명일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소설 내용은 삼류 막장처럼 아내가 '채식주의자' 동생의 예술과 외설을 분간하기 어려운 영상 작품을 본 것으로 끝이 납니다.

 

 

나무불꽃

 

'채식주의자' 영혜 언니의 이야기입니다.

 

이렇듯 한강 작가의 세 작품은 서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날 남편과 동생 영혜의 사건이후 남편은 모든 것을 잃고 떠나고 '채식주의자'는 다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가부장적 아버지 밑에서 항상 인내하며 살아야 했던 언니의 삶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채식주의자' 영혜의 마지막 선택, 자기파괴 '풍화'의 모습을 지켜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에 이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임에도 두 작품 모두 이해와 무관하게 책 자체로는 가속이 붙는 묘한 매력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됩니다.

 

어쩌면 한강 작가의 세 작품은 우리가 가진 일반적인 사고를 거꾸로 세워야만 이해가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또는 세 작품을 통해 엄격하기만 했던 아버지와 그 때의 학대와 '개 사건' 이후의 징후들이 자매들이 자라고 난 뒤에도 계속 뒤따르고 있음을 작품을 통해 이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아직 안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문학 작품 한 번 읽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어렵지만 잘 읽히는 게 장점입니다. ^^;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 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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