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 인도차이나의 지붕 판시판산을 오르다

2018. 7. 4. 14:49톰군/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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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말이나 글로써 우리는 이런 표현을 많이들 입에 담고 글로 쓰지만 실제 그걸 느끼게 되는 현장감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제주에서도 여러 차례 느끼는 것이지만 이 곳 사파에서도 또 한 번 그런 풍요로운 자연이 주는 환경과 풍경은 이 곳에 제가 머물렀기에 무척 행복했다는 막연한 표현으로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담아낼 수 밖에 없습니다.



판시판산 - 해발 3143m 높이의 인도차이나의 지붕


도착한 첫 날은 사파 시내를 둘러보고 호수에서 보트도 탔어요. 저녁에는 BBQ 요리 등을 먹으며 보냈고요. 둘째 날은 판시판 산은 꼭 가봐야지 했기에 비가 내리는 상황은 날씨 운이 안 따라주네 정도였지 그렇다고 못 오를건 없지! 란 의지만 더 불태울 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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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 가든 호텔에서 조식을 먹을 때 직원에게 비가 이렇게 내려도 판시판 레전드, 사파 스테이션에서 케이블은 운행하지? 라고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몇 시 부터 운행하냐고 했더니 아침 8시인가로 들었어요.


그렇게 조식을 든든히 먹고 사파 스테이션에서 푸니쿨라 & 케이블카 콤보 티켓을 구한 뒤 판시판 산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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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신판산은 예전 다큐 여행 프로그램 등에서 몇 번 봤었기에 꼭 가봐야지 하는 곳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푸니쿨라와 케이블카를 이용해 편하게 오를 줄 몰랐는데 비가 억수로 내리기도 하고 베트남 여행 내내 몸 상태가 좋지 못했던 탓도 있기에 가장 편한 방법을 자연스레 선택했어요.




Hoang Lien Station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면 판시판산 정상 입구에 도달하게 됩니다. 날씨가 무척 좋았다면 정말 환상적이었겠지만 1,947미터인 한라산도 맑은 날이 드물고 날씨 변화가 심한데 3,143미터인 판시판산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기에 입구에서 우비 및 발을 감쌀 수 있는 비닐을 제공했습니다. 저는 쿨하게 우비 및 발목 우비를 착용하지 않고 올라갔는데 덕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었습니다. 시간이 꽤 걸려도 비가 내리면 우비 및 발을 감쌀 수 있는 비닐을 착용하는걸 추천합니다.



Thanh Van Dac Lo - cổng tam quan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하면 전통 건축 양식으로 지은 문이 보입니다. 사람들은 이 곳을 판신판산의 현관이라 부르기도 하더라고요. 4 개의 기둥이 있는 cổng tam quan의 방식으로 건설되었다고 합니다.



판시판산의 첫 입구인데 오르자마자 운동화가 젖기 시작합니다. 밑에서는 그래도 비가 이렇게 내리진 않았는데 위로 올라오니 비도 비지만 바람 또한 무시 못하게 부네요. 


Hong Chung


비오는 궂은 날씨라 흐릿하게 보이지만 높이가 32.8 미터, 5층으로 되어있습니다. 위 지붕은 2층 구조로 총 8개의 지붕으로 지어졌습니다. 각 층에는 13 ~ 14 세기에의 Tran 왕조를 모델링한 청동 종이 메달려 있으며 정해진 시간에 맞춰 종을 친다고 합니다.


Bich Van Pagoda


첫 번째 사원에 다다릅니다. Tran 왕조의 건축 스타일로 건축된 Bich Van 사원을 만나게 됩니다. 산사를 만나면 꼭 들어가 둘러보기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비도 너무 내려 잠시 피하러 들어가서 20분 정도 머물렀습니다.


저는 어느 사원을 가나 가볍게 서서 짧은 기도를 드립니다. 가끔은 기도라기 보다는 형식적인 인사에 불과할 때도 많아요. 터키나 말레이시아의 모스크에서도, 동남아의 사원에서도 유럽의 교회에서도 그 문화 및 종교를 존중하는 의미가 강합니다.


Bich Van Pagoda는 3037 미터 높이에 세워진 절이라고 하네요. 하늘과 땅이 조화롭게 만나는 곳, 음과 양이 수렴되는 곳으로 모든 슬픔이 사라져 영혼에 평화와 만족 만 남기고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판시판 레전드 안내문에서


부처께 공양 올리는 물건들을 보니 과일부터 nabati 크림 웨하스 같은 것들도 보이고요. 꽤나 한국에 비해 형식적 구애를 덜 받는 듯 싶어요. 솔직히 교회나 불교, 이슬람 모두 너무 형식적인 것에 얽매여 스스로를 옭아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한 저로써는 이런 분위기 좋습니다. ^^*


마지막 사진은 물병인지 술병인지를 기울인 모습이 몹시 독특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나? 엉뚱한 생각마저도 하게 되네요. ^^'' (제가 불제자가 아니기에 모르는 부분이 많음을 양해바랍니다)





저 멀리 큰 부처상이 보이는데 계단을 바라보며 헉~ 소리부터 절로 나옵니다. 3천미터가 높은 곳에서 비바람에 몸이 젖어 무거워져있는데 높은 경사를 지닌 계단을 마주하니 어제 사파 호수에서 신나게 페달을 돌리며 마음껏 즐겼던 제 다리 근육들이 자연스레 높은 계단 위에 풀렵리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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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 위에 멋지고 큰 부처 상이 흐릿하게나마 보이는데 어쩔 수 없죠. 올라야죠. 그렇게 올라가는데 비바람이 더 거세집니다. 춥네요. 6월의 하노이는 최고온도가 36도까지 올랐는데 사파는 20도 남짓, 이 곳 판시판 산은 10도 내외일 듯 합니다.




중간쯤 오른 뒤 밑을 내려다보니 어질하네요. 바닥도 약간 미끄러워 조심조심 손잡이를 붙잡고 발을 떼워 오릅니다. 부처님 만나러 가는 길은 항상 이렇게 고난이죠. 불심은 제게 쉽게 생기지 않을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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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오대산 상원사를 오를 때도, 최근 망월사를 오를 때도 느끼지만 불심으로 오르는 곳의 이름난 사찰은 너무나 힘이 듭니다. 아마도 오르다 너무 힘들어 속세의 번민 또한 자연스레 잊혀질 듯 해서 그렇게 높은 곳에 위치한 것이지 않을까 혼자 만의 생각에 잠시 빠져봅니다.



tuong phat


베트남에서 가장 큰 부처 상 중 하나로 상의 높이는 31 미터입니다. 맑은 날이었다면 멀리서도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텐데 워낙 비가 내려 가까이 가서야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한바퀴 도는데 바람이 몹시 불어서 우산이 필요 없을 지경이네요. 그래도 한바퀴 돌며 불상의 크기와 위용에 감탄해봅니다.



판시판산 정상


비에 젖은 모습이 처량해서 스티커로 가려줍니다. 이런 궂은 날씨에도 엄청난 사람들이 정상에서 자리를 뜨지 않고 사진을 찍어서 저도 남의 카메라에 엑스트라로 출연했을터이고 제 카메라에 남들 또한 엑스트라로 출연하게 되네요. 한국분들이 아니라서 굳이 모자이크나 스티커 처리는 안 했습니다.


다들 엄청난 높이의 정상에서 오늘의 멋진 추억 한 페이지를 저장하느라 즐거워보입니다. ^^*



인도차이나의 지붕 판시판산 3143m


추운데 내려가기는 싫고 비는 계속 쏟아지고 모두들 쏟아지는 비에도 아랑곳 않고 이 순간을 즐기는 모습이네요. ^^



Kim Son Bao Thang Tu - Chua Thuong


높이 3,091 미터에 위치한 Chua Thuong은 Tran 왕조의 건축 양식에 맞춰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전설적인 판시판 꼭대기의 웅장한 공간에 있는 Chua Thuong은 신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고 신성한 장소로 평화와 평온함을 가져다 준다.

- 판시판 안내서 -


밑으로 내려다보니 사원이 흐릿하게 보이는데 구름에 가려 자세히 보이지 않더라고요. 맑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여행도 삶도 항상 맑은 날만 제 앞에 있지 않을테니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요.




다음에 다시 사파를 여행하게 된다면 판시판산을 하이킹으로도 한 번 올라와 보고 싶네요. 많은 비로 인해 푸니쿨라와 케이블 카를 이용하면서 몇몇 아름다운 곳을 놓치기도 했고 위에 올라와서도 모든 곳을 다 둘러보지는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온 몸이 젖어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판시판산의 현관에 되돌아옵니다. 커피가 간절한데 사파 스테이션에서 구매한 티켓에 포함된 10만동 바우처를 여기 하이캉 레스토랑에서 구입할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네요. (실제로 따듯한 커피가 너무나 마시고 싶어 물어봤더니 푸니쿨라를 탔던 Muong Hoa Station, 푸니쿨라 도착역 2층에 위치한 하이캉 레스토랑에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몹시나 즐거운 여행이었지? 이렇게 젖어어도 말이야. 다음에 또 이런 상황이 온다면 비에도 상관없이 순간을 즐길거야?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물론이지!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행을 즐길거야. 그 순간에 몰입하고 즐길거야. 그게 내가 원하는 여행이니까.


제 추억의 한페이지가 이렇게 또 쌓여갑니다. 행복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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