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한국 여행자들과의 벙개

2018. 3. 25. 15:51톰군/방콕 파타야 후아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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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여행 : 한국 여행자들과의 벙개


지나고나면 참 별 쓸데없는 고민들도 막상 그 때는 참 중하고 어려운 걱정들인게 있다. 남들에 비해 조직 생활이나 인가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많이 겪으며 살지 않은 은둔 자유업 (전업투자자다)으로 살다보니 막상 인간관계로 문제가 생기면 잘 대처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방콕이나 태국에서 사람들을 거의 안 만나거나 지나가다 우연히 봐도 서로 모르는 체 하며 지나가는데 (이는 나만 그런게 아니다. 다른 한국 여행자들도 내가 한국인임을 알아봐도 조용히 지나친다) 우연히 아님 고의로 한국 여행자와 술 한 잔 하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 Mango Tango -




- Somboon Seafood Siam Square One -


방콕에서 여행자들을 만나다 보면 대부분 여행의 목적도 노는 방식도 다르게 마련이라 누군가를 만난다는게 자칫하면 여기저리 끌려다니기 쉽상이라 혼자 노는걸 더 선호하게 된다. 그리고 라이브 재즈 바 등을 혼자 가게되면 모르는 누군가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옆 테이블에 혼자 온 사람들과 말이라도 섞으며 서로 여행 정보 등을 공유하기도 해서 솔직히 한국 사람들과 벙개를 하는게 그닥 즐거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날 모임은 나보다 젊은 친구들 위주라 무척이나 밝은 모습이었다. 호주 등에서 워킹홀리데이 및 어학연수를 한 젊은 친구들이 있어서 굳이 내 나쁜 발음으로 영어를 말할 필요가 없었고 나름 방콕이나 태국 여행이 많지 않아서인지 그리고 아저씨들이 없어서인지 내가 말이지~ 방콕 블라~ 여행 블라~이런 불편한 일방적인 대화를 들을 필요가 없어 편했다.


쏨분 씨푸드는 두세 번 갔지만 시암 스퀘어 점은 처음이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다 보니 대기줄이 엄청났다. 그래도 어떻게 들어가 밥은 먹었는데 역시 가격이 제법 나가는 곳이었다. 서로 어색하고 그럴텐데 젊은 친구들이라 자연스레 쉽게 친해지는 듯 했다.




- Mango Tango (망고 탱고) -


후식으로 망고 탱고를 먹고 어디 음악이라도 들으러 가자고 해서 그 떄 한참 The Iron Fairies에 빠져있던 떄라 우버를 불러 통로에 가서  음악을 들었다. 친구들도 좋아했는데 나중에 계산이 안 맞아 직원들과 약간의 다툼이 있어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지만 영어로 싸우는데 잘 싸우더라. ㅎㅎㅎ


그렇게 울분을 삭히느라 The Iron Fairies 근처의 바에 가서 나를 포함한 몇몇 친구들은 맥주를 스튜어디스였던 아가씨와 다른 젊은 친구는 위스키를 들이부었다. 술이 술을 먹고 필 받은 아가씨가 늦은 시간 술집 찾기가 어려우니 자기 호텔로 가서 한 잔 더 하자고 하고 우리는 그녀의 호텔로 가서 로비에 직원들에게 술 살 수 있는 곳을 물어본 뒤 나를 포함 몇몇은 술을 사러 나갔고 여자들은 그녀의 룸에서 먹을걸 세팅하고 그녀가 머무는 호텔은 수쿰빗 부근에서 보면 약간 외곽 4성급 호텔이었는데 중국 단체로 여행 온 애들 새벽에 뭔 짓을 하는지 방에 연기 작렬이고 여튼 좀 정신 사나운 호텔이었던 듯 하다.


사 온 맥주를 다 마시고 스튜어디스라던 아가씨 엄청 취해 룸 서비스 및 미니바 술 다 마시고 과연 룸 서비스 및 미니바 술 값 얼마나 나왔을지 궁금하다. 그렇게 서먹하던 사이는 폭주로 친해지고 다시 폭주가 끝난 다음 날 우리는 언제 우리가 만났냐는 듯 다시 서로의 여행을 계속 이어갔다.


특별히 재미나지 않았지만 특별히 나쁜 추억 또한 없는 그냥 웃어 넘길 수 있는 헤프닝의 하루였다. 



요즘 별로 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는 글을 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무래도 좀 쑥스럽지만, 요 한 달 동안 꽤 많은 책을 읽었다. 일상적인 얘기를 글로 쓰면 이런 식의 일이 종종 일어난다. (중략) 무책임하다고 하면 무책임한 일이겠지만, 뭐 세상이란 원래 다 그런거다.


-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저 -


블로그 또한 시간을 기록하고 글로 남기는 곳인지라 예전 내 글을 보면 민망할 때가 많다. 그 때는 그런 생각과 계획을 품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지금와서 보니 이렇게 변해있다. 그 때는 이런 말들을 했는데 지금은 다르게 저런 말들을 내뱉고 있다. 물론 내 블로그가 유명한 곳은 아니기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도 내 자신은 아는지라 여간 민망한게 아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처럼 뭐 세상이란 원래 다 그런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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