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3. 20:35ㆍ생활정보/생활 건강
강남호텔배커 : 강남 호텔에 머무르며 배달알바를 하는 배민커넥터, 바로 필자다.
강남 호텔에 머물면서 배달알바를 한 지도 어느덧 7일차다. 호텔에 숙박하며 사흘째 도보로 배달을 하다 보니 이제 슬슬 지치기도 한데 아무래도 무릎부터 허리, 어깨까지 안 아픈 곳이 없다.
그럼에도 강남 도보 배달을 하면 몇 가지 좋은 점이 있어 소개하기로 하겠다.
첫 번째는 걸으면서 잘 웃게 된다.
코로나로 인해 웃을만한 일이 많이 줄었는데 따스한 햇살, 포근한 날씨가 미세먼지로 뒤덮인 뿌연 서울 하늘임에도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호텔에만 갇혀 있다보면 사실 탁한 내부 공기로 인해 피부만 거칠어지고 무료한 시간 TV나 넷플릭스나 보며 시간이나 죽이며 지낼 텐데 밖으로 나와 뭔가 할게 생기니 활력이 생기고 자연스레 잘 웃게 된다.
실없이 웃으면 남들이 미쳤다고 생각하기도 하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웃으니 크게 티도 나지 않아 불편하지만 편한면도 없지 않기도 하다.
두 번째는 느림의 미학을 경험하게 된다.
한 때 한국 사회에서 느림의 미학이 유행한 바가 있다. 인문학이 크게 유행했던 시절 바쁜 현대 사회에서 오히려 느림이 가질 수 있는 여유와 통찰이 역으로 더 소중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 물론 배달알바는 숲이나 강변을 느리게 걷는 행위와는 차별적인 경보 수준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모바일 지도를 보며 주변을 살피며 걸어야 하기에 단순히 어느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의 의미 이상의 주변을 주의깊게 살펴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서울의 현대적인 도시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
왼쪽은 B마트 강남논현점 팍스타워, 오른쪽은 강남 파이낸스 센터.
배달지를 향해 바삐 걸어야 하기에 사진으로 담을 수 없지만 강남구청 역에서 압구정 역 방향으로 걷다보면 골목 안 아트 느낌이 물씬 나는 건물들을 볼 수 있다. 언주역 주변에는 라움 아트센터를 포함 가까이에는 선릉 근처의 많은 고층 빌딩들을 역삼역 주변에는 GS타워를 포함 다양한 느낌의 고층 빌딩들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저 고층 빌딩에서 일하는 사무자들의 주문 수요가 강남이 서울 전체 지역에서 탑 주문량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기에 점심 시간 심심할 틈 없이 운동 삼아 배달 부업을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달알바 스테이 인 강남 7일차
도보 | 5건 (2.3km) |
수입 | 21,800원 |
강남 호텔에서 3박을 마치고 오늘 체크아웃을 한다. 오후 4시 체크아웃이기에 점심 피크 시간 배달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한 뒤 낮잠까지 잘 수 있었다. 레이트 체크아웃은 메리어트 호텔 멤버십이 가지는 장점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8년 넘게 메리어트 (SPG, 스타우드), 힐튼 호텔 멤버십을 같이 유지하다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자연스레 호텔에 투숙할 이유 역시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호텔 멤버십 유지를 이어가기로 했는데 힐튼 호텔이 아닌 메리어트 호텔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오후 4시 레이트 체크아웃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힐튼 호텔에서는 매번 레이트 체크아웃 시간을 요청해야 한다. 심지어 8~9년차 다이아몬드 (연 60박 이상) 회원임에도 항상 레이트 체크아웃을 요청 해야 한다.이에 반해 메리어트 호텔은 리조트가 아닌 도시형 호텔에서는 100%, 오후 4시 체크아웃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러다 보니 힐튼 호텔에 숙박하게 되면 선심쓰듯 해 준 오후 2시, 오후 3시 체크아웃이 꽤 피곤함이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낮잠을 자면서도 체크아웃 준비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상당해 잠을 이루기도 쉽지 않을 때도 있다. 메리어트 호텔의 오후 4시 체크아웃에 익숙해진 결과일 수도 있지만 레이트 체크아웃 보장 제도는 다양한 회원 혜택 중 꽤 가치있는 보장 제도라고 평가하고 싶다.
강남에서 도보로 배달을 하다보면 아주 많이 집에 두고 온 전기자전거가 그리워진다. 전기자전거나 전동킥을 타고 나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가끔은 걷다 서글픈 마음까지 들 때도 있다. ㅎㅎㅎ 직선거리이긴 하지만 1km 미만인 도보 배달거리가 걸어서 가면 왜 그리 멀게만 느껴지는 지 자전거로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는 거리라서 더 그럴 것이다.
호텔 체크아웃 후 집으로 돌아왔지만 누구도 반길 이 없는 집에 금요일 저녁 그대로 머물기에는 아쉬움이 있어 전기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도보 (강남) + 전기자전거 (북부) | 10건 (8.6km) |
수입 | 45,700원 |
점심 시간에 도보로 5건 2.3km (픽업지 ~ 전달지까지 직선거리)를 걸었으니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시간 전기자전거로 5건 6.3km를 탄 셈이다. 배달 한 건당 평균 1.26km였다.
도보에 비해 꽤 먼 거리 배달을 수행해야 하지만 전기자전거는 정말 편하다. 너무 편해 운동이 안 되서 그렇지 걷다 타면 정말 편안한 감을 쉬이 느낄 수 있게 된다. 저녁 일을 마치고 마트에서 버드와이저 750ml를 샀다. 배달로 운동하다 보니 맥주를 자주 마시게 되는데 매번 같은 사이즈인 마시다 대용량 사이즈를 보니 자동으로 눈길이 가 업어왔다.
※ 2주 동안 강남호텔배커로 활동했는데 다음 주는 신도림에 위치한 쉐라톤 디큐브시티에 머물 예정이라 배달알바 스테이 인 강남 편은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