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 소년이 온다 (민주주의는 공기처럼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2020. 3. 27. 10:28문화/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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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었기에 다른 소설은 뭐가 또 있을까 찾던 중에 발견한 소설이 소년이 온다,였다.

 

채식주의자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하여 몽고반점과 나무불꽃까지 내리 읽었는데 역시 수상작품은 언제나 이해하기가 쉬운 편은 아니었다.

 

한강 -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을 읽고서

한강 작가의 몽고반점은 이상문학상, 채식주의자는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습니다. 처음 이 책들을 따로 읽었을 때에는 이게 한 편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내용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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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사전 지식없이 책을 접한 나로서는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쥐고 읽게 된 <소년이 온다>는 읽은 후 다른 의미에서 마음 무거운,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한강 - 소년이 온다

영화 <택시운전사>와 소설 <한강이 온다>의 공통 분모는 광주 시민운동과 군인의 지역봉쇄, 정부의 언론통제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그 곳에서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기 어려운 경험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탱크를 끌고 총으로 무장한 경험 많은 특수부대에게 총 한 번 제대로 쏜 적이 없는 어린 학생 및 시민들은 맞서 싸우며 애국가를 부른다.

 

군인은 국가를 위해 존재하고 국가의 안위를 위해 움직인다.

 

한마디로 군인은 국가가 보낸 것이고 국가는 광주를 버렸다.

 

국가와 무장한 군인들이 광주시민군인 자신들을 빨갱이 폭도로 몰아 죽이는데도 시민들은 애국가를 목청껏 부르는 장면에서 중학생 동호는 의아함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떠 올라 너무 슬펐다.

 

도대체 무슨 일이다냐,라며 정작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무슨 이유로 군인이 들어와 무고한 시민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것인지 이해도 못하고 죽어간, 군인들의 군화발에 무참히 맞고 고문당하며 자백을 강요하는 군인과 국가를 향해 애국가를 부르며 자신들이 빨갱이 폭도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임을 알리고자 하는 그들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불거지며 눈물이 나오려 했다.

 

그 때 쓰러진 게 정대가 아니라 이 여자였다 해도 나는 달아났을 거다.  
형들이었다 해도, 아버지였다 해도, 엄마였다 해도 달아났을 거다.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

 

길거리에서 친구 정대가 총에 맞고 쓰러졌지만 구하지 못한 동호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그의 양심이 무참한 살육앞에 살고자 했던 욕망에 부끄러웠으리라.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유도 모르고 죽어가던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자 했던 욕망 앞에 무릎꿇고 고문앞에 자백을 강요받았을 때 없던 거짓을 진실로 둔갑하여 그들이 원하고자 하는 내용을 자백해야 했을 때 그들은 자신의 양심이 죽었다고 죄없이 죽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살아서 미안하다고 했을 것이다.

 

왜 자신이 살아야 하는지 죽지 못하고 살아남아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지내는 그들은 그 날의 일을 증언합니다.

 

우리들을 희생자라고 부르도록 놔둬선 안돼.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민주주의는 공기처럼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한국의 근현대사를 보면 위 말은 정말 가슴 시리도록 와 닿는다.

 

그들은 영웅이 아니다. 그렇다고 빨갱이 폭도는 더 아니었다.

 

그들은 양심에 따라 무고한 시민들이 학생들이 죽어나가는 것에 분개한 시민들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무심한 권력과 폭력앞에 민주주의를 피로 배웠다.

 

두 번은 다시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할 역사의 한 페이지로 그리고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로 그들이 겪고 고통받아야 했던 진실 앞에 민주주의는 공기처럼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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