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해봤다 쿠팡 물류센터 야간 후기 (일당 스샷 포함)

Posted by 톰하 3H의 신나는 인생
2018.09.12 16:21 잡담



글이라는 것은 제아무리 많이 쓴들 읽어주는 이가 없으면 일기나 메모 같은 잔상에 머무른다. 글로 먹고산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주장, 경험을 모두의 것으로 환원시켜야 하는 작업이다.

삶의 끝이 오니 보이는 것들 / 김욱



블로그가 직업이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수입과 재능에 대한 한계 (글, 사진 등)를 느끼기에 만족을 위해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읽혀야 글로써의 보람을 다하는 것인데 최근 쓴 글들이 갑작스레 네이버 검색에 노출이 안 되거나 하위 페이지에 머물면서 쓸 기분도 안 나고 본업인 전업투자자는 언제나 시간과의 싸움이라 느긋하기만 해서 뭘 하며 생각의 시간을 가져볼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친구를 만나 주말 야구 보고 그 날 저녁 술 마신 게 다인데 10만원도 더 썼더라고요. 혼자 낸 것도 아닌데도 말이죠. 가볍고도 가벼운 돈이여!


차라리 여행이라도 가서 쓴 돈이면 안 아까운데 요새 친구들 만나 조금 먹고 놀면 10만원은 우습게도 돈이 나가니 직장 생활하는 친구와는 다르게 난 좀 아껴야겠는걸, 더 생산적인 일에 돈을 써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육체노동을 해봐라, 그럼 돈의 소중함과 앉아 하는 일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거라는 누군가의 댓글을 보고 충동적으로 알바 사이트에서 쿠팡 물류센터 알바를 지원했습니다.




솔직히 갑작스레 지원해서 당일 일할 수 있는 곳이 물류센터 알바 외에는 없었어요. ㅎㅎㅎ


그 중에서 쿠팡 물류센터라고 야간에 일할 수 있어서 아침에 문자에 간략히 이름과 성별 전화번호 적어 문자 보내니 언제 부터 가능하냐고 바로 문자온 뒤 오늘 가능하다고 했더니 간단 설명 및 쿠펀치 어플 설치하는 링크랑 계정생성 안내 블로그 주소 (네이버) 알려주더군요.


쿠펀치는 쿠팡 출퇴근 어플인데 출퇴근 로그인은 현장에서만 가능하고 계정생성은 미리 해야해요.


# 복장 사항 : 반바지, 레깅스, 나시, 민소매, 샌들(크록스), 슬리퍼, 구두 착용 금지



제가 일할 곳은 쿠팡 호법 M팀.


워낙 외진 곳에 있다보니 출퇴근 셔틀버스가 운행되는데 본인 집과 가까운 곳에서 타면 되요. 저는 군자가 그나마 가까워서 군자에서 오후 5시 20분 행을 타면 됐어요. 조금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버스는 5시 15분 정도에 미리 와 있고 군자 외에는 천호 한 곳 더 들렸다 바로 호법으로 갑니다.


여러 출퇴근 노선이 있으니 각 노선에 따라 다르니 출퇴근 설명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단 하나, 돌아오려고 해도 연장근무가 있을 경우 잔업이 끝나야 같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퇴근 시간은 유동적이에요. 물론 잔업 근무시 추가근무수당은 주더라고요.



# 쿠팡 호법 M팀 야간 근무시간은 오후 7시 - 새벽 4시까지에요. (저녁 식사 30분, 휴식 30분 포함) - 79,000원이었어요.

- 저녁 식사 제공이었고 밥은 저녁 10시에서 10시 30분까지 먹으니까 천천히 먹는 사람들에게는 좀 빠듯한 시간이에요. 밥은 그냥저냥 먹을만 했어요.



관광버스용 차량으로 이동하는데 이틀 간 일하면서 보니 오후 6시 30분 전후로 도착해요.


사무실은 3층인데 여기서 저녁도 먹어요. 가방은 대충 놔두면 됩니다.


사람들 내려갈 때 눈치껏 빨리 내려가면 쿠펀치 출근하라고 해요. 그 때 처음 지원할 때 문자보면 어느 팀이라고 아니까 그 팀으로 가시면 되요. 전 M팀이니까 물어 가니 쿠펀치 출근 도장 찍는 법 친절히 알려주시더라고요.


쿠펀치 출근 도장찍고 종이에도 서명하고 나면 체크인하라고 해요. 체크인은 자기 핸드폰 번호 뒷자리 8자리에요. 그거 입력하고 줄을 서면 되는데 모르면 처음 왔다고 하면 어디로 서라고 해요.


# 쿠펀치 출근 도장 어플로 찍고 나면 스마트폰 회수하니 참고하세요. 그래서 현장 근무 사진이 없어요. ㅎㅎㅎ




근무시간 : 저녁 7시 - 새벽 4시 (연장근무 여부는 미리 알 수는 없어요)


첫 날은 1층에서 박스 만들기 (박스 테이프로 붙이기만 하면 되요) / 물건 담기만 했어요.


박스 테이프 붙이기는 쉬운 편인데 전 좀 느리다고 약간 뭐라고 얘기 듣고 물건 담기는 빨리 잘한다고 칭찬도 들었지만 다른 분들은 별 소리 안 듣고 하는 것 보니 제가 좀 느린 편인 듯 해요. (딱히 일로는 잔소리 하지는 않는 분위기에요)


물건 담기하니 가득이나 안 좋은 허리 완전 비명 지르더라고요. 장갑을 나중에 받긴 했는데 이미 손톱 끝 부분 찢어지고 부어오르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이건 제 손이 워낙 연하고 예민해서 그래요)


첫 날 연장했어요. 요새 추석이라 바쁜가 봐요. 새벽 5시 30분까지 연장했고 휴식시간은 새벽 3시 - 3시 30분이었어요. 둘째 날도 동일했어요.


둘째 날은 지하에서 PDA로 바코드 찍어서 물건 찾아오는 일이었어요. 하루 종일 그 일만 했는데 마냥 걸어다니고 물건 찾아서 바코드 찍고 가져 오기만 하면 되는 단순 노동의 연속이었죠.


가뜩이나 첫 날 잠을 못 잔 상태에서 손톱이 너무 부어올라서 물건 꺼낼 때 너무 아팠어요.


둘째 날은 개인적으로 장갑도 챙겨오고 밴드로 손가락을 감고 미리 연고도 발랐는데도 너무 아프더라고요. 신기하죠? 그저 손가락 끝 손톱 옆에가 찢어져 부어오른 것 뿐인데 이리 아프다니요.


새벽 노동 이틀에 첫날 아파서 잠도 못 잤더니 거의 혼이 나가 있었어요. 이 날, 매니저인가 파란 조끼 입은 분한테 일 끝나고 뭐 찾아오라고 시켰는데 아무것도 안 들리더라고요. 뭐라뭐라 처음으로 혼났는데 그 분만 그런거 보면 원래 그런 스타일인 듯 했어요.



그렇게 해서 얼마 받았냐고요?


쿠팡 일급 입금 내역


이틀 모두 1시간 30분 연장근무해서 받은 돈은 100,995원씩 총 201,990원이었어요.


월요일 - 목요일 근무 : 다음 날 오후 4시 - 오후 8시 사이 입금

금요일 - 일요일 근무 : 월요일 오후 4시 - 오후 8시 사이 입금


입금은 다음 날 오후 6시에서 7시사이에 들어오나봐요. 

(단, 월요일 입금 날은 금요일-일요일 주말 근무 일당이 함께 나오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연장근무를 안 할 경우, 79,000원 정도였으니 연장 1시간 30분을 더 반기는 분위기더라고요.


모두 돈 벌러 나온거니 딴 소리 하는 분들은 없었어요.


둘째 날은 일하고 와서 18시간 잤어요. (아침 9시 - 오후 6시 / 저녁 00시 - 아침 9시)



일하면서 느낀 점을 간단히 말하면..


1. 일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저처럼 원체 약골이거나 노동 일 안해 본 사람이라면 꽤 힘들 수 있어요)

2. 하루 이틀 단기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직원들이 살갑게 대하지는 않아요 (다들 돈 벌러 나온거니까요)

3. 빨리 하라고 다그치지는 않아요 (저는 제가 일이 미숙해서 조금 미안했어요 사람 부리는 게 돈이니까요)

4. 장갑, 커터칼, 개인용 물통(물은 있어요) 등은 챙겨가면 조금 더 편해요

5. 스마트폰은 회수하고 시계가 없으니 시간을 알기 어려워요 (주변 분들 움직일 때 같이 움직이는 게 좋아요)



일하고 나서 느낀 점은 참 돈 벌기 어렵구나, 였어요.


물론 적은 돈 아니고 최저시급도 많이 올라서 돈은 되지만 일은 고되구나, 앉아서 일하면서 불면증 오고, 나이가 들면서 감정 불안 등을 겪는 일이 많은데 노동 일 해보니 그냥 잠 오는구나, 몸이 아파 죽겠으니 감정적인 불안이나 혼란을 이야기 할 상황도 안 되는구나 느꼈어요.


물론 그렇다고 앉아서 하는 일이 육체 노동에 비해 가치가 없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어떤 일이든 일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일은 다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젊은 분들은 취업 시험이나 회사 등에서 나름 힘들테고요. 오히려 단기로 노동 일 해보시면 뭔가 색다른 경험이나 느낌을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저처럼 앉아 근무하는 또래 분들이라면 허리 조심하시고요. 생각의 전환을 가져볼 수 있을 듯 해요.


전 최근 우울증 또는 조울증이 왔거든요. 병원에서 진단받지 않은 상황이라 정확한 병명은 모르겠어요.


친구들이 병원가서 약 먹으라고 하는데 일 이틀 해보니 정신적인 감정 기복 현상이 나이에 따른 문제가 아닌 삶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되더라고요. 매너리즘이라든지 성과에 대한 집착과 과오가 낳은 현상이 아닐런지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일을 계속하면 제가 좋아하는 일을 못하고 본업도 못하겠어서 우선은 주말에만 나가볼려고요. ㅎㅎㅎ


그런데 일을 잘 못해서 다른 분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모르겠네요. 몸이 적응되면 조금 더 나을려나요.


여튼 이렇게 이틀 간의 쿠팡 물류센터 알바 후기를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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