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시간과 살아갈 시간에 후회는 없을까?

2018. 9. 2. 18:20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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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에 나는 마흔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길 바랬을까?


마흔에 나는 예순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길 희망할까?


친구들과 산책길에서


토요일 저녁 갑작스런 친구들과의 모임을 가졌습니다. 안동 여행 때 같이 뭉쳤던 친구들로 여행의 뒷얘기나 하자며 모였는데 늦은 시간이라 저녁은 먹었고, 친구네 집 근처인 인덕원에서 만나면 으레 가는 힉컵 (HICCUP)으로 가서 항상 마시는 IPA를 마시며 남자들의 수다를 떨었습니다.


최근 앓고 있는 제 우울증 얘기도 잠시 나왔는데 아무래도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 치료를 받는 게 낫지 않겠냐. 얘기도 나오고 조울증과 우울증은 다르다며 혼자 이것저것 알아보며 실험하지 말고 병원에 가서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으라는 당연한 얘기도 들었습니다.


쌉싸름한 IPA 맥주의 목넘김 뒤로 추억의 옛 시절을 얘기하기도 했는데요. 과연 스물의 나는 마흔의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거라 생각했을까, 잠시 친구들의 얘기에서 벗어나 혼자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울증이라는 게 찾아올거라 생각했을까? 아마 못했겠지, 마흔에 나는 꽤 멋진 인생을 살거라고 멋진 인격과 풍요로운 삶을 꿈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마흔의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생각의 꼬리를 물다 친구들과의 안동 여행 얘기로 옮겨가며 대화에 다시 빠져 끝이 없이 이어질듯한 생각들을 잠시 머리 속에서 지울 수 있었습니다.



친구가 추천한 맛집 옹기해장국, 돌솥밥 설렁탕


힉컵에서 IPA와 벨지안 화이트 에일 그리고 클라우드까지 언제나 같은 코스의 맥주를 마셨는데 마감 시간이 1시여서 그 시간에 맞춰 일어나 2차로, 그리고 3차는 친구네 집으로 옮겨 술을 새벽 5시가 될 때 까지 마시다 잠이 들었네요.


그렇게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남자들의 수다가 은근 꽤 길었던 하루였습니다.


가장 주된 화제는 부동산 얘기였는데 집 값과 중산층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술자리에서 흘러가는 대로 얘기하고 잠시 토론과 논쟁에 빠지다가 술을 마시고 다시 다른 주제로 이어지고 그런 식의 대화였습니다.


30대 초반에는 친구들과 억 단위 얘기를 하면 크게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이제는 10억 단위의 얘기를 하는 것을 보며 집 값이 얼마나 올랐으며 부자가 아닌 중산층 수준이 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자산이 있어야 하는지 놀랍고 이제는 따라 가기도 벅차네, 싶습니다.


아마도 제 우울증의 다양한 원인 중에 하나는 이런 격차를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울의 변두리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만 있어도 5억. 새 아파트는 6~7억.


중심부로 갈수록 10억 단위의 아파트가 널려 있다는 현실에 회사를 다니는 친구도 작은 사업을 하는 친구도 돈 별로 못 버는 자유업인 저도 마흔에 이것 밖에는 이룬 게 없나, 하는 자학적인 유머도 뒤섞어 가며 대화를 나누었습다. 일에 묶인 회사 노예, 아파트 담보 대출에 묶인 은행 노예, 카드 노예, 저나 친구들의 삶은 노예의 삶이라고 말이죠.


선지 해장국이 먹고 싶다는 친구들 때문에 소문난 맛집이라고 옹기해장국을 찾아 갔습니다. 맛집인 듯 조기축구회 사람들도 밥을 먹고 나오더군요. 1,2층을 사용중인데 자리가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은 것 보니 맛은 꽤 괜찮나 봅니다.


선지를 못 먹는 저는 설렁탕을 먹었는데 집에서 꼬리곰탕 국물로 자주 요리를 해 먹어서인지 설렁탕 맛은 그렇게 맛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양고기가 나오는데 오히려 이게 별미더군요.


밥을 먹고 커피까지 한 잔 하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잠시 진지한 고민에 빠져봅니다.


살아온 40은 지나쳐 버린 많은 기회를 놓치며 살아왔을 수도 그저 큰 기대없이 무난하게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 어느 위치에 놓여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이 기다릴지는 알 나이이기에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뭇 진지함이 묻어난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많이 벌어 많이 쓸 것인가, 적게 벌어 적게 쓸 것인가.


어떤 삶으로 살아야 살아갈 남은 시간 후회가 없을 것인가, 친구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얘기를 나눠보지만 뾰족한 해답은 찾을 수 없습니다. 그걸 찾아 나만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 수 있을 있을테지만 말이죠.


지난 시간은 지난 간 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회나 미련이란 단어 보다는 스물의 나에게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남은 시간 또한 감사하면서도 미안할 나에게 그래도 나름의 방식대로 인생을 즐겼고 예순과 팔순이 되었을 나에게 상상할 수 있는 멋진 모습이 아닐지라도 후회나 미련 따위를 가지며 살지는 말자고 이 글을 남기고 싶습니다.


고민했고 번뇌한 시간, 그리고 갖추지 못한 많은 것들로 인해 내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어쩌면 마흔에 찾아 온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열리지 않을 꿈과 희망을 잃지 않으며 어느 길로 인도할지 모르는 앞을 향해 묵묵히 걷는 제 자신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아, 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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