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찾아온 변화 - 셀프 반삭 (바리깡 사서 직접 밀어본 후기!)

2018. 8. 25. 19:17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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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절정에 다다른 7월 말.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를 느끼게 됐다고 해야하나, 아님 겪었다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님 계속 뭔가의 압박이 마지막으로 터졌는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계속 받고 있었고 그로인해 뭔가 신경이 계속 예민해진 그 때.

 

 

7월 말, 친구를 따라 배드민턴 띠동갑 야유회를 따라갔다. 동갑들이 모이는 배드민턴 동호회로 강원 영월에서 래프팅도 하고 야유회도 겸한다고 해서 갑작스레 친구의 권유를 받고 따라 나선 것이었다.

 

[국내여행] - 동갑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이 깃든 1박 2일 : 영월 동강 래프팅

 

동갑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이 깃든 1박 2일 : 영월 동강래프팅

다음 날, 아침 8시도 못 되어 햇살이 날카롭게 내리 쬐네요. 역시 무더운 여름이에요. 바쁘게 음식 준비를 하는 동갑내기 친구들, 그리고 주변 정리를 하는 동갑내기 친구들. 꽤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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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 뒤, 나만 겪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동갑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내 내면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었기에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행 직후 남자 이발기, 일명 바리깡을 구매했다. 머리를 확 밀어보면 어떨가, 하는 마음에서였는데 어차피 회사를 출퇴근 하는 직장 생활자도 아니었고 (자유업의 유일한 장점이랄까. ^^'') 이제 나이도 앞자리가 4로 바뀌니 남이 날 어떻게 보든 덜 의식하게 된다고 할까, 그런 생각이 드니 머리를 미는게 그리 어렵게 생각되지 않았다.

 

새벽 내내 잠을 못 이루다 사게 된 바리깡은 그렇게 긴 생각 끝에, 짧은 충동으로 구매를 하게 됐다. 친구들을 만나 거하게 취한 불금, 친구네서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토요일에 물건을 받았다. 

 

중국집 홍차이 - 옌타이 고량주와 팔보채와 함께 한 날

 

이 날 수제 맥주로 달리기 시작해 옌타이 고량주 한 병, 친구네서 맥주를 들이키고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그리고 전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와 4mm 바리깡으로 밀어버렸다.

 

그렇게 셀프 반삭을 한 다음 주에 떠난 여행이 안동 여행이었다.

 

[국내여행] - 안동의 밤 하늘 - 시골집 넓은 마당에서 친구들과 함께한 캠핑

 

안동의 밤 하늘 - 시골집 넓은 마당에서 친구들과 함께한 캠핑

안동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나 친구네 세컨드 하우스 (feat 시골집) 넓은 마당에서 매일 캠핑을 즐긴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저녁만 되면 도심에서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선선해지고 무엇보다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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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머리 밀고 온 나를 보더니 다들 놀라워했고 (흉악범이냐? ㅋㅋㅋ) 더 경악했던 건 저리 반삭으로 빡빡 밀고도 모자를 안 쓰고 다니는 반 사회적 범죄(?)를 저지른다고 구박했다.

 

대체 머리를 얼마나 밀었길래 그러냐면 아래 사진과 같다. ^^''

 

화난거 아니에요. 흉악하지 않아요. 물거나 뜯지않아요. ㅎㅎㅎ;;

 

8월 초, 처음 머리를 밀고 난 뒤 부터 머리 숱이 많은데다 빨리 자라는 덕분에 매주 밀었는데 오늘 구레나룻 없앤다고 바리깡 커트 조절기 없이 밀었다고 옆 머리 확 밀려나가 안 그래도 엉망인 머리 모양이 더 어처구니없게 됐다. 그래도 정면 사진은 옆머리까지는 보이지 않으니 다행이다. ㅎㅎㅎ

 

반삭 초창기 모습은 세컨드 블로그에 예전에 올렸는데 지금 보니 그 때 그 사진을 올린 건 당시 미쳤거나 아님 취했거나 정말 밖을 나갈 마음을 포기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ㅋㅋㅋ 매주 주말마다 밀었으니 벌써 4번째 반삭한 모습이다.

 

오늘 전까지는 옆 끝과 뒷머리 끝쪽은 4mm로 그 외에는 10mm로 밀었다. 바리깡이 저렴한 걸로 사다보니 여러 번을 밀어야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확 밀리지 않아 초보가 사용하기에는 다행인 면이 많았다. 오늘 처음으로 구레나룻 없앤다고 뻘짓만 안 했어도 그나마 괜찮았는데 그래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짧지만 균일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삐뚤빼뚤 뛰어 나온 곳이 많아 아쉽긴 하다.

 

사실 내 두상을 보건데 머리를 밀면 밖을 나가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밀고 보니 못 나가겠다 싶었지만 안동 여행을 다녀오고 그 뻔뻔함이 하늘을 찔렀고 생각 외로 사람들이 내가 밀든 기르든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재확인 할 수 있었다. ㅋㅋ

 

사실 밖을 돌아다니는데 미친짓만 하지 않는 다면 요즘 세상에 머리 반삭이 뭔 대수란 말인가. 아무도 신경 안 쓴다. 또르르 ㅠ

 

다만 아주머니들이 예전과 달리 날, 정확히 말하면 내 머리를 유심히 쳐다본다. 가끔 아저씨들도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아주 가끔 여자분들도 쳐다보지만 오히려 내가 그 사람들을 제대로 안 쳐다보니까 대부분 서로 안 쳐다보고 지나치는 게 보통의 경우이다. 

 

어쨌거나 저를 혹 본 분들이라면 저 화내는 거 아니에요. 흉악하지 않아요. 물거나 뜯거나 그러지 않아요. ㅋㅋㅋ

 

그저 평범하지만 셀프 반삭을 했을 뿐이에요. ^^'

(셀프 반삭을 위해 쓰는 도구는 남자 이발기입니다. 가격은 1만원대 후반주고 샀으니 저렴하게 샀다 하겠네요.)

● 셀프 바리깡 사용 6개월 후!

 

처음 4mm로 삭발하다시피 밀었을 때는 친구들이 흉악범처럼 생겼다고 놀렸는 데 앞머리 기르니까 역시 사람이 달라보이긴 하더라고요.

 

친구들도 나쁘지 않은데, 하며 놀라워하는 데 문제는 뒷머리 처리는 엉망이에요.

 

삐뚤빼뚤. 누가 봐줄 사람이 없다보니 손으로 만져가며 밀다보니 처리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밖에 나돌아 다닐 정도는 되서 다행입니다. ^^

 

 

● 나이 마흔에 찾아온 변화

 

반삭의 다른 이유들을 찾자면 앞 숫자가 4로 바뀌면서 조금은 나기 시작한, 어느덧 제법 자리를 잡아가는 새치가 영 신경쓰였고 그래서 염색을 해야하나 하는 고민과 더불어 항상 짧은 머리를 유지하며 모히칸 스타일을 고집했는데 머리 숱도 많고 빨리 자라는데다 직모라 앞머리 세우는 게 여간 힘들고 3주에 한 번 꼴로 미용실을 가서 이발하는 것도 지칠 때라 이번 기회에 밀어버린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를 덧붙이자면, 예전 남유럽과 파리, 터키 등에서 4개월을 머물러봤지만 북유럽과 동유럽 등에서는 머물러 보지 못했고 북중미 또는 남미에서 거주하며 아메리카 대륙 여행하는 꿈도 아직 이루지 못했다. 외국에 나가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이발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이발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인데 바리깡으로 셀프 반삭을 한 것. 이런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언젠가 다시 장기 거주의 여행을 시작할 때를 대비 미리 반삭의 머리로 살며 여행하겠다는 내 미래를 위한 준비랄까.

 

숫자 4로 바뀌며 내가 좋아하는 것 3가지를 굳이 꼽자면 여행, 책, 잠 세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다섯 가지로 두 가지 더 추가하라고 한다면 음악과 술이 추가로 들어갈테지만 말이다.

 

다시 반삭인 머리로 돌아가 머리를 밀고나서 좋은 점을 꼽자면 헤어 스타일링도 잘 못하는데 손질 할 일이 없고 머리 감는 시간도 확 단축됐다는 점이다.

 

당연 머리 말릴 필요도 없다. 헤어 드라이어와 왁스, 젤 등을 사 모은 게 엄청 많은데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다시 머리를 기를지도 몰라서 방구석 어딘가에서 뒹굴고 있다.

 

여튼 시간도 단축되고 어딜 지날 때 머리가 닿아 헝크러지거나 강한 바람에 스타일이 망가질까 걱정할 일도 없다. 당연 이발비도 안 든다. 이 점 때문에 해외에 나가 살 때 반삭으로 지낼려고 미리 시도해본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이가 들다보니 이성에 대한 감정도 예전 같지 않다.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외로웠는데 막상 만나면 싱겁다. 아니. 아무런 감정도 못 느끼겠다. 머리를 밀면 밀기 전에도 쉽사리 만날 수 있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ㅋㅋㅋ 밀고 나면 아예 포기하는 수준일거라 이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애써 이성에 노력할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반삭인 나를 좋아하는 여자라면 만날 용의가 있겠지만 그런 여자는 세상에 없을테니 말이다.

 

 

● 자기애와 자기혐오가 극에 달했던 여름

 

지금도 애써 달래고 벗어나려 노력중이다. 자기애야 원래 강했고 자기혐오는 덩달아 극에 달해져는데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 변환 같다고 할까, 총합은 변하지 않고 양쪽을 향해 롤러코스터를 타며 양쪽을 오고 가는 형국이라 올해 더위와 추위의 간극 만큼이나 극심했다.

 

예전에는 무척 높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내 자신이 자존감이 높은 건지 낮은 건지 가면 갈수록 알 수 없지만 숫자 4를 처음 겪으며 (이번 생은 처음이라 ㅋㅋ) 아님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지금 이 시점에 찾아 온 정신적 육체적 변화에 꽤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며 내 내면과 싸우는 사이 반삭을 했다. 어느 종교에 귀의하겠다는 뜻은 아니고 남은 인생은 크게 부정적인 요소가 반응하지 않는다면 반삭의 머리를 갖은 삶을 살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위에 장황하게 설명한 변명과 이유 등이 셀프 반삭의 구차함이라면 그로인해 정신적 안위에 평상심을 유지하고 남은 인생의 반환점은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더 열정을 가지고 앞을 나아가고자 하는 내 의지의 발현이지 않을까 하는 꿈보다 해몽,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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