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 먼 북쪽 - 마르셀 서루

2018. 1. 16. 23:02문화/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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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읽는 남자입니다.


집에서 일하는 집돌이인지라 추운 겨울, '집 밖은 위험해'라는 생각이 확고해 밖에 나가는 시간은 많이 줄었다.


어머님을 뵈러 병원을 가야할 일이 아닌 이상 도서관을 가거나 마트나 재래시장에 장을 보러 나가는 일이 유일하다. 요새는 온라인 쇼핑이 워낙 잘 되어있어 장 보러 나가는 일도 예전처럼 많지는 않다.


책은 글을 쓰는 자질이 너무나 없는 나에게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교과서이자 추운 겨울, 할 일이 많지 않은 백수와 흡사한 전업투자자 겸 블로거에게 유일한 친구이자 취미이며 잠이라는 마법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마술이기도 하다.


그럼 먼 북쪽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자.




먼 북쪽 (FAR NORTH) 책을 집어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일본어 번역판을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맡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번역도 해?라는 호기심이 이 책을 집어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어떠한 사전 정보도 없었기에 계속 궁금했다. 도대체 지금 이 소설의 시점이 현재야? 아님 과거야? 아님 현재와 과거, 미래 시점이 아닌 '상상의 세계'이거나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 떠나는' 판타지 소설인가? 곧 좀비가 나오나? 이런 모든 생각에 갇히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가 [먼 북쪽]이라는 책을 번역하게 된 사연을 책 뒷부분에 소개했다


'무엇보다 의외성에 가득 차 있다. 내 생각에 소설에서 의외성이란 무척 중요하다.'라고 썼다. 하루키 씨의 이 후기를 책을 다 읽고 난 뒤 봤기에 그 '의외성'이 내가 겪었던 '시점'에 대한 혼란과 상황 '판타지인지 좀비물인지 몰랐을'에 대한 '의외성'이라면 충분히 의외성으로 넘치는 소설이다.



요새 책을 읽다가 뭔가 와닿는 문장이 나오면 메모를 한다. 스스로에게 부족한 감성을 일깨워주고 '습작의 중요성'에서 좋은 문장들을 필사함으로써 부족한 글쓰기를 깨우치기 위함이다. 또한 가슴깊이 와 닿는 문장들을 읽으며 자기 성찰의 시간도 갖게 된다.


'시간은 균형감각이 있다. 단순한 생활방식일수록 수명이 길다. 복잡한 기계가 먼저 길옆으로 나가 떨어진다. 어떤 물건이 얼마나 오랫동안 오래 갈지 알고 싶다면 그 물건이 주변에 얼마나 오랫동안 있었는지 보라. 제일 최근에 생긴 물건이 제일 먼저 사라진다.'


'무슨 일이든 끄트머리에 줄서고 싶은 사람은 없지.'


'카인 이래로 우리는 늘 신에 더 가까이 가려고 서로를 죽여왔던 것이다.'


'인민재판은 원치 않는다. 스스로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언제나 끔찍하다.'


'도시의 지식과 풍습을 간직하고, 사람들이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도시의 발전을 위해 자기 몫을 더하는 그런 도시.'


'창문 틈새로 재앙이 숨어들어올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누구에게나 삶은 어느 정도 재앙이다.'


'내 삶은 고통이랄 것도 없었다. 그저 바람이 눈 위에 적어놓은 길고도 잔인한 농담일 뿐.'

- 먼 북쪽에서, 마르셀 서루 저 -



마르셀 서루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안다면 이해하기 조금은 편한 소설이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 편리한 생활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우리 앞에 놓여져 있는 이 순수한 우연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다. 수 많은 전쟁과 예기치 않은 대재앙, 천재지변 및 인재에 따른 엄청난 사고 등은 우리의 삶을 지금과 다르게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런 상황과 예기치 않은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면 어떤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코딱지만큼도 없다. (중략) 다만 그대들한테 남겨줄 세상에 대해선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더욱이 내 어린 시절과 너무도 다를 수 밖에 없을 그대들의 어린 시절. 그문제에 대해선 정말로, 정말로 유감이다.'

- 먼 북쪽에서, 마르셀 서루 저 -



소설 속, 메이크 피스는 말한다.

'이 글에서 써내려간 세월들은 내 삶의 가을에 해당한다. 이제 그마저 겨울로 접어들려 한다. 그러고보니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노년은 언제나 혹독하다는 사실.'

- 먼 북쪽에서, 마르셀 서루 저 -


그러고보니 내 삶도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 가을에 접어들었다. 그것도 기대 수명이 늘어났으니 가을이지 아니었다면 벌써 가을의 정점에 와 있었을 것이다.


내 남은 인생은 한 날의 해가 기울어가는 시점에 와 있다. 내 남은 인생은 절기로는 무르익어가는 가을에 와 있다. '풍요롭게 쓸 수 있었던' 시대를 살았음에 '전쟁이 멈춘 평화'의 시대에 살았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최근 일어난 지진, 화산폭발,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원전 사고 등을 겪는 일련된 재앙들에 보며 과연 우리는 후손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줄것인가? 자문할 수 있는 시간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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