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생활 정리

2017. 6. 14. 13:15톰군/국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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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조선소 얘기부터..


숙소 생활는 보통 빌라 투룸에 4명이서 같이 생활해요. 그러니까 원룸에 2명이서 생활하는 꼴이겠네요.


숙소비는 보통 팀장이라고 조선소 밑에 제 1 하청업체 그 밑에 팀장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사업 하는 분 소속으로 들어가서 팀장인 분이 숙소비는 보통 부담하고 각 공과금 등은 각각 5:5로 나눠서 내요.

기타 필요한 부분은 같이 생활하는 팀원끼리 내고요.

숙소 생활이 편한게 중요한데 아무래도 텃세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선임이 더 우선권은 인정해줘야 할 듯 해요.


텃세 심하고 같이 숙소 생활 못 할 정도로 힘들게 하면 그런데는 아마 오래 일하기 어려울거에요.

일 하시기 전에 미리 팀장 분에게 원룸 얻어서 생활하겠다 하면 약간의 지원은 해주는 듯 하더라고요.

이건 팀장분 마다 다르니 잘 알아보셔야 할테고요.

단점이라면 거제 물가가 상당히 비싸요. 원룸 6개월 단위로 계약하시는게 좋고요.

이유는 요새 조선소 경기가 안 좋아서 6개월 되기도 전에 물량 없어서 일이 떨어지거나 아님 타 조선소로 옮겨 일하게 될 경우 숙소를 옮겨 다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될 수도 있더라고요.


조선소 내에서 아침, 점심 (일요일 제외)은 해결하는데 밥은 잘 나오는 편이에요.

다만 매일 먹다보니 조금 질리고 밥 먹는 시간이 무척 짧아요.

이유는 배에서 내려올려면 안전 장비 등을 다 벗어야 하고요.

내려와서 줄서야 하고 다시 밥 먹고 배까지 가야하고요.

다시 안전 장비를 착용해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1시간 내라 항상 빠듯해서 저처럼 밥 천천히 먹는 사람에게는 밥 먹는 즐거움을 얻기 어려워 조금 아쉬웠네요.


배 위에서 항상 오르락 내리락, 그리고 협소한 공간에서 무릎을 굽히고 쇠덩어리 위에서 기어 다녀야 할 때가 꽤 있어서

무릎이 많이 상했어요.

처음에는 뭉친 듯 걷기 어렵더니 점점 다리 보다 무릎이 안 좋은게 예전부터 안 좋았던 무릎이 탈 난 듯 싶더라고요.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서울에 두 번 정도 왔다 갔는데

지난 주 서울 왔을 때 병원가보니 무릎 후방 인대가 살짝 늘어났대요.

결국 일 못 하면 쉬는 날 만큼 월급을 못 받는데

어머님 아파서 서울오느라 셔, 제 무릎으로 또 며칠 쉬어야 하고 다시 무리하면 이번에는 인대 손상이 올 지도 모른다 하니 거제도 생활은 이렇게 허무하게 한 달 조금 넘게 일하다 그만 두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조선소는 주 6일(월~토) 일하고 일요일 하루 쉬는 경우가 많고 혹시나 잔업 및 특근하게 되면 추가 월급을 더 받지만 몸이 피로회복이 안 되더군요. 저 처럼 체력 약한 사람에게는 쉬운 일은 아니였지만 돈의 소중함, 땀을 정말 원 없이 흘려봤다는 것 하나로 위안을 삼아봅니다.

조선소 일 하면서 일요일 하루 남는 시간에 거제도 여행하기가 쉽지 않아 남해 여행을 못하고 떠나와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조선소 배 사진 올리고 싶었는데 방위 산업이라고 하나요?

내부 시설물이 보안을 유지해야 해서 사진 찍고 올리면 안 된다 하여 내부 사진은 올릴게 없네요.





그 동안 밖에서 먹고 다녔던 사진 올려봅니다.

정말이지 한국에서 와인 구입 가격 무척 싸서 좋아요.

올 초까지 외국에 머물러 있어서 다른 물가는 한국이 무척 비싸게 느껴지는데요.

와인 하나 만큼은 정말이지 마시면서 행복하다 느껴집니다.

요즘은 바나나 막걸리에 빠져서 그거 마시고 있어요.

가격도 싸고 막걸리, 영어로 traditional rice wine이니 또 다른 와인을 마시는 재미도 생겼네요. ㅎㅎ





행운인지 아님 불행인지 몰라도 4년 전 부터 부모님이 모두 아프셔요.

부모님의 연세가 워낙 많으셔서 '죽음'이라는 불편한 단어가 제게는 무척이나 쉽게 와 닿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늙을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단순히 오래 사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사는 동안 건강하게 오래 사는게 중요하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어머님은 종교 생활을 오래 하셔서 다른 아픈 분들에게 하나님을 믿으면 지금의 아픔이 위안되고 미래에는 더 행복해질거라 다른 분들에게 말씀하며 다니셨어요.

그런 분이 본인께서 아프셔서 요양병원-중환자실-일반병원을 4년째 돌다보니 어느덧 건강한 육체가 시들해지니 정신적 건강함마저 잃는걸 보게 되더라고요.


어머님께 평생을 종교에 헌신하며 사셨으니 종교적 기도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으시라고 말해도 쉽지 않다네요.

죽고 싶어도 목숨이 떨어지지 않으니 살아야 하는 아픔이 하루하루를 좀 먹고 있다는 현실이 무척이나 힘들테지요.


건강함에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함이 있지요.

그런데 부모님을 보니 육체적 건강함을 잃으면 보통 사람은 정신적 건강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고요.

이런 깨달음을 부모님을 통해서 또래의 나이에 비해 일찍이 알게 되었다는 점은 행운이겠죠. ^^



무릎이 아직도 안 좋아 잘 걷지 못하지만 오늘 이발을 할려고 걷다가 동네 구립 도서관을 찾게되어 책을 빌릴 수 있었어요.

20대 때 한참 헤매였을 때 책을 통해 세상을 살아갈 나침반을 얻게 되었는데요.

조금 살만해지고 외국에 나가 살게되니 책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어요.

물론 제 구차한 변명이지만 책을 안 읽게되니 저처럼 남 말 안 듣고 고집 센 사람에게는

책이나마 삶의 나침반을 유지했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안 좋은 상황에 빠지면 더 나쁜 상황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정신적 건강함.

삶의 멘토.

누구나 찾고자 하는 것들이지요.

책이 저에게 이런 것을 100% 줄거라 생각지 않아요.

육체적 건강함이 유지되지 못한다면 보통 사람들에게는 한낱 먼지에 불과할 뿐이죠.


하지만 삶에 즐거움을 책에서 찾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죽어야 할지 책이 저에게 삶의 나침반이 되어줄테니까요.


서울에서 새로운 일도 찾고 생활도 해야겠네요.

무릎아 빨리 나아다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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