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12. 10:54ㆍ톰군/서울 주변 여행
서울여행 : [중랑구] 혼술하기 좋은, 책 읽기 좋은 Chef K 이탈리안 포차
면목정보도서관에 블로그를 쓰러 갔다. 석촌호수벚꽃 구경이라도 갈까했는데 전날 강풍에 벚꽃잎들이 거진 떨어진 듯 해서 이제는 벚꽃 시즌도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듯 했다.
홍릉수목원 (산림과학원) 블로그를 쓰면서 경희대나 청량리 주변 맛집을 방문안한게 약간 마음에 걸렸을까? (으레 국내여행을 하면 이벤트 성으로 맛집 또는 지극히 주관적인 음식점 등을 방문하였다) 면목동 주변에 먹을만한 곳이 뭐가 있을까 찾아봤다.
블루리본을 중심으로 보니 김치찌개, 중화식 만두 등이 면목동과 회기동 주변에 있는데 다음에 먹어봐야지 하는 느낌이 든다. (한마디로 지금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무작정 걸어보기로 했다. 우선 면목정보도서관에서 나와 사가정역으로 걸어갔다.
면목역과 사가정역 맛집 리뷰를 보니 그나마 혼술하기 좋은 곳이 있었는데 사가정 반지하 와인바였다. 그런데 막상 내려가려니 용기가 안 난다. 와인과 맥주, 소주 등을 같이 파는 곳이라 뭔가 혼자 책읽으며 마시기에는 약간의 부족함이 느껴진다.
- Chef K 이탈리안 포차, Sauvignon Blanc, Chile -
그렇게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 마주친 Chef K 이탈리안 포차.
서양식을 파는데 포차와 결합한 퓨전(?), 콜라보레이션(?) 뭐라 이름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다.
Chef K 이탈리안 포차, 일요일은 영업을 안 하는 모양이다.
와인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와인바의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들어갈 때 부터 포차스러운 면도 없지않아 혼합된 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요새 <책도둑>을 읽느라 다른 책을 읽을 시간이 안 났다. 그리고 며칠 뒤면 제주도 여행을 떠나야 하는지라 더더욱 다른 책들을 읽을 생각을 안 했다.
제주도 여행 떄는 최소 두 권의 책을 가지고 가려고 마음 먹었다. 한 권은 지난 치앙마이 여행 때 (러이끄라통 축제) 알고 지내게 된 작가분이 신작 발간했다고 기념으로 준 책 한 권과 지난 번, 감명깊게 봤던 영화 <아주 긴 변명>이었다
제주도 여행은 한 달 (31일)이라 두 권의 책으로 부족할터지만 스마트폰에 ebook이 들어있고 휴양지에서 쉬는 여행이 아니므로 이 정도면 충분할테고 부족하면 제주도에서 어떻게든 더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어제, 도서관에서 블로그에 글을 쓰고 아무 생각없이 도서관에서 <아주 긴 변명>을 검색했는데 책이 비치되어 있다. 대출도 가능하다.
그래서 그 책을 대출받아 집으로 가는 길에 와인바에 앉아 읽고 싶은 마음에 Chef K 이탈리안 포차를 들어가게 되었다. 생각보다 이 곳을 방문하게 된 이유를 '아주 긴 변명'을 하게됐다.
관련글 : [영화 리뷰] 남겨진 이들을 위한 영화 아주 긴 변명 (The Long Excuse)
- 알리올리오와 쇼비뇽 블랑 -
와인을 주문하면 간단한 치즈 플레이트가 함께 나온다.
와인 메뉴는 한정적인데 레드와 화이트 두 종류가 있고 레드 4~5 종류와 화이트 2 종류가 있다. 그 중에 모스카토가 하나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레드 와인 중에는 이탈리안 와인이 있다.
최근 토스카나 와인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 (파타야에서 샤도네이 와인, 토스카나을 마셨다) Chef K 이탈리안 포차를 기대했는데 와인이 제한적이라 이유를 사장님 겸 Chef 분에게 여쭸더니 와인이 제한적인 대신에 코르크 차지(Cork Charge)를 만원만 받는다고 하신다.
아마도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한정적인 와인보다는 손님들이 직접 여러 와인들을 가져와 마셔도 좋고, 레스토랑 내에 한정적인 와인을 맛봐도 좋다는 뜻일 듯 하다.
알리올리오의 맛은 꽤나 훌륭했다. 광화문 <어반가든>에서 먹었던 맛과 비교해보면 꽤나 비슷하면서 매꼼한 맛이 났는데 알리올리오를 생각하면 칵테일, 마티니 같다는 생각이 든다. 꽤나 만들기 쉬운 요리이면서 어렵게 느껴지고 각 레스토랑이나 바마다 맛이 조금씩 다 다르다.
알리올리오를 너무나 좋아해서 (다른 서양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한다) 유럽에서도, 일본에서도, 동남아 여러 국가 여러 도시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서양식을 먹을 기회가 오면 알리올리오를 즐겨 먹는데 올리브 오일 특유의 부드러운 향과 볶은 마늘의 단 맛이 어울러져 맥주나 와인, 차와 함꼐 마시기 좋다.
지난 번,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알리올리오를 직접 만들어 먹는 장면이 나와서 더더욱이나 알리올리오가 먹고 싶어졌다.
- 니시카와 미와 <아주 긴 변명> -
<아주 긴 변명>의 저자이자 영화감독이기도 한 독특한 이력의 작가이자 감독이다. 영화를 보고 책을 한 번 꼭 읽어봐야지 했는데 영화를 먼저 봤음에도 책의 초반부의 내용에 담겨진 그녀의 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작품이 끝나면서 주인공이 인간적인 성장을 꾀하고 새로운 출발의 출구를 찾으면 안도하기는커녕 오히려 시큰둥해진다. 인간이 그렇게 쉬이 성장하는가. 당신이 성장한 거 맞아?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거야? 순 거짓말. 어차피 거짓말쟁이가 쓴 거짓말이잖아. 나는 어느 틈엔가 그 사람 작품의 최대 적이 되고 말았다.
<아주 긴 변명> 중에서
두 시간 가량 와인과 함꼐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었는데 50 페이지 밖에 못 넘겼다. 내용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책의 내용에 깊게 빠져들어 몇몇 글들을 메모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남들에 비해 책 읽는 속도가 느리기도 하다.
책 내용 중에 꽤 감명 깊었던 많은 내용들을 쓰고 싶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다시 감상문을 써야겠다. 아무튼 지금 이 페이지는 Chef K 이탈리안 포차에 대한 얘기를 담는 곳이니 말이다.
포차에서 틀어주는 노래는 올드 팝, 라이브 공연이었는데 몇몇 노래는 꽤나 다시 들을만 해서 책을 손에 놓고 음악을 감상하였다. 손님은 제법 많지만 좌석 간격이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 음악 소리에 묻혀 책 읽는데 큰 방해를 받지는 않았다.
맥주와 소주, 와인 등 이질적인 술들이 함꼐 할 수 있는 저렴하면서도 맛 좋은 공간이었다. 와인바만의 특유한 분위기를 즐길려고 한다면 중랑구 쪽으로는 찾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은 앞으로 더 찾아보려고 노력해봐야겠다)
가끔 맥주 한 잔과 책이 그립거나 맛난 서양식을 저렴하게 즐기고 싶다거나 저렴하게 와인을 마시며 분위기에 취해보고 싶다면 이 곳도 꽤나 만족스럽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