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27. 15:04ㆍ톰군/서울 주변 여행
고궁박물관을 둘러봤으니 이제 저녁 겸 와인 한 잔 마실 곳을 찾아보러 다녔다. 서촌 한옥마을도 둘러보긴 해야하는데 어느덧 5시가 넘어가는 시각이라 한옥 마을을 찾아 둘러볼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걸어다니며 몇 군데 괜찮은 음식점 등을 발견했는데 통인시장까지 둘러본 다음에 내린 결론은 서촌은 멋드러진 음식점 천국이었다. 작지만 유럽풍의 멋진 디저트 카페부터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꾸며놓은 다양한 상점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타이 레스토랑 (아러이 막막)과 태국 북부 마을을 돕는 고서점, 대오서점 카페 등은 꼭 방문하고 싶은 곳 중 하나였다. 밍고네 식탁 또한 꼭 방문하고픈 곳이었다. 통인시장 안에서도 맛난 음식들 천국인데다 통인시장을 왔다갔다 하면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효자 베이커리에서 뭔가 하나씩 사고 나오는걸 보니 엄청 유명한 곳이구나하고 생각됐다.
그 중에 와인 한 잔 마시기 좋은 에노테카 친친을 소개한다.
(위치) : 에노테카친친 <-- 클릭하면 다음 지도로 연결됩니다.
- 에노테카 친친 (enoteca chin chin) -
박노수 미술관 바로 앞에 있다. 사진속에 보이는 저 하얀색으로 칠해진 집이 박노수 미술관이다. 약간 언덕에 위치하고 좁은 골목길이 나 있는 곳에 미술관이 있어 고베의 기타노 이진칸을 떠올리게 했다. 같은 의미로 에노테카 친친은 언덕길에 위치한 어반가든하고도 비슷한 느낌이다.
서촌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저런 집들의 연속일거라고 생각했는데 효자로 7길은 꽤나 깨끗한 신축의 한옥집들이 게스트하우스 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개조되어 있었다.
너무나 멋진 커피숍 부터 전시관까지 있어 서촌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려웠던 효자로 7길의 서촌.
내가 기대했던 한옥마을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어 사진찍을 생각보다는 눈으로 둘러다보고 주변을 걸어다녔다.
처음 와인을 이 곳에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멀리서 봤을 때는 간판도 없이 그저 그림으로 와인과 맥주 등이 그려져 있어 호감이 갔다. 막상 앞으로 다가서니 꽤나 유명해진 곳인 듯 하여 일단 다른 곳을 더 살펴보자 하고 발을 돌렸다.
지리 개념이 엉망인 나로서는 고궁박물관에서 궁궐 위치를 나타내는 지도를 보고 판단하건데 북악산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인왕산은 조금 좌측에 있는게 아닐까?
- 박노수 미술관 -
사전 정보없이 걷다가 발견한 박노수 미술관인데 이미 관람 시간을 놓쳤다. 다시 발길을 돌렸는데 바로 뒷편에 위치한 에노테카 친친은 저녁 6시 이후로 문을 연다고 한다. 1시간 정도 남는 시간을 어딘가에서 더 보내야 하기에 다시 서촌 주변을 돌아다녀 본다.
- 통인시장 -
어딜가나 시장은 너무나 볼거리, 먹을거리 천국이다. 시장에서 뭔가 먹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서촌은 지나다니면서 뭘 먹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선택장애를 불러 일으켰다. 너무나 괜찮은 곳이 많아서 한옥마을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이제 목표는 먹고 마시기!
- 옛스러움이 남아있는 한옥 -
통인시장을 건너 맞은편까지 가다보니 효자로 7길에 비해 조금은 더 옛스럽다고 할까? 낡은 한옥들을 발견하고는 그나마 위안을 삼았다. 여기도 앞 부분만 저렇게 한옥이지 조금 뒤로가니 다 현대식 빌라로 되어있다.
여기는 대신 갤러리나 카페 등이 없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동네인 듯 하다. 물론 한옥 게스트하우스도 보였지만 뒤로는 카페나 음식점, 갤러리 등이 없는 주택용 빌라들만 있다.
- 에노테카 친친 (enoteca chin chin) -
6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다시 찾아왔다. 밍고네 식탁부터 아러이 막막 타이 레스토랑, 스페인 레스토랑, 통인시장 외에도 쟁쟁한 음식점들을 뿌리치고 이곳에 온 이유는 조용한 곳에 위치해있고 유명한 듯 하면서도 유명한 티를 안 내는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느낌의 유명한 레스토랑임을 뽐내고 있는 듯 한 모습 때문이었다.
- 린드만 빈 65 샤도네이 -
요새 즐겨마시는 샤도네이.
그 중에서도 호주산 샤도네이가 청량감이 칠레산에 비해 더 좋다. 칠레산은 반대로 말하면 더 드라이하다고 봐야하나?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샤도네이를 접한것도 있기에 호주나 뉴질랜드 산이 더 익숙한 탓도 큰 듯 하다.
옛날국수맛집에서 비빔국수를 먹은게 꽤 든든했나 보다. 배가 고프지 않아 작은 치즈 플레이트를 주문했다. 올리브는 꽤나 맛있었다.
- 화장실 내부 -
남자 쉐프 분과 여자분이 있었는데 요새 다 동안이니 얼굴보고는 모르겠고 부부 또는 커플일수도 있고 누가 사장분인지 아닌지 혼자 잠깐의 상상에 빠져보기도 했다. 남자 쉐프분은 듬직했고 여자분은 귀여웠다는 팩트.
[신도 버린 사람들 - 나렌드라 자다브] 남은 부분을 다 읽어야지 하고 들고갔는데 내부는 어두운 편이었다. 그래도 와인 마시면서 책을 다 읽었다. 노래는 대중적인 팝 위주였는데 뭐 분위기를 내는데 재즈풍이나 팝이나 어느 정도 조용한 분위기에서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을 듯 했다.
내부 분위기는 특색있는 전화기 (실제 전화를 받는거 보니 작동하는 전화기였다)가 있고 장식된 사슴 머리가 걸려져 있다. 테이블은 작지만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옆 테이블과 거리가 가까워 오히려 홍콩의 소호 거리의 와인바가 연상되기도 했다.
- 블루리본 서베이 2015, 2016, 2017, 2018 -
블루리본 서베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레스토랑 평가서라고 한다. 에노티카 친친에 대한 평가는 꽤나 설득력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Good!
에노티카 친친은 혼자서 술마시기에도 좋았다. 다른 테이블에는 연인 또는 친구와 술을 마셨는데 혼자 마시는 내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도 주지 않았다. 한국도 점점 혼자 술 마시는 분위기에 대해 나쁜 편견은 없는 듯 했다.
"잘 마셨습니다." 계산하며 인사했던 한마디.
잘 마셨다. 와인도 좋았고 가격도 착했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친절함과 계산하면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나오는 과정도 좋았다. 근처에 들린다면 또 들리고픈 곳이다.
- 장한평 촌닭치킨 -
와인을 마시고 나니 기분이 좋아져서 김광석 노래를 듣고 싶어졌다. 장한평에 노가리라는 가게에서 김광석 노래를 포함, 옛날 노래등을 들을 수 있는데 거기서 맥주 한 잔 가볍게 마시며 먹태나 먹을까 했었다.
관련글 : 여의도 불꽃축제 2017. 09. 30 & 장한평 노가리
앗뿔사! 일요일 문을 닫나 보다.
어떻하지? 하며 걷다가 발견한 장한평 촌닭치킨.
후라이드 한마리에 8,000원이란다. 걷기도 많이 걷고 와인 마신 뒤 살짝 허기도 진 듯 해서 후라이드 치킨 하나 시킨다. 맥주나 소주는 이제 병당 4,000원이 어느덧 굳어진 듯. 카스 맥주 2병에 후라이드 한마리 먹어주고 올림픽 폐막식 보며 휴일의 서울여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