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 벚꽃 눈 내리는 장안 벚꽃길 (중랑천 벚꽃길)

2018. 4. 10. 15:23톰군/서울 주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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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집 근처에 중랑천이 있다. 어릴 때 기억에는 뚝방이었고 저녁이 되면 길 다니기가 무서운 좀 노는 형들이 놀이터였던 곳이다. 그리고 여름만 되면 범람하던 곳이기도 했다.


부모님과 떨어져 산 지 10여년이 지나고 작년 아버지 또한 몸이 안 좋아지셔서 들어와 지내다 작년 무시무시한 첫 겨울을 나고 드디어 봄이 왔다고 개나리가 피고 벚꽃이 어딜가나 하얗게 피어났다. 멀리서 보면 분홍색과 하얀색의 벚꽃이 빼곡하게 보인다.



- 장안 벚꽃길 (중랑천 벚꽃길) -


(위치) : 중랑천 벚꽃길  <-- 클릭하면 네이버 지도로 연결됩니다.


중랑천 또는 장안 벚꽃길은 장한평역에서 서울시립대, 휘경여중, 여고를 끼고 있는, 높지 않은 배봉산으로 이어져있다.




- 저녁 시간대의 장안벚꽃길 (중랑천 벚꽃길) -







저녁에 시간을 내서 걷는다면 낮에는 볼 수 없는 조명에 비친 벚꽃을 구경할 수 있다.




- 낮 시간대의 장안벚꽃길 (중랑천 벚꽃길) -


자유업인 전업투자자라 낮 시간대에 산책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간에 마트를 간다든지 도서관에 가서 블로그에 글을 쓰기도 한다. 아님 이렇게 산책로를 느긋하게 걸으며 꽃이 피고 지는걸 감상한다. 


요새 벚꽃이 활짝피면서 연세드신 어르신들 외에도 젊은 사람들도 더러 산책을 나온다. 추운 겨울에 비해서는 산책로에 사람들이 많아졌다.





누군가 벚꽃길에 떨어진 벚꽃으로 하트를 만들었다. 아주머니들이 이 앞에서 단체로 사진을 찍었는데 그 분들이 만든 것인지 그 이전부터 누가 만들어놨는지는 알 수 없다. 아주머니들이 만족할 때 까지 사진을 계속 찍고 간 뒤 나도 사진을 찍어본다. ㅎㅎㅎ




장한평역 위에서 시작된 중랑천 또는 장안 벚꽃길은 배봉산 자락길에서 산으로 이어진다. 배봉산은 높지 않은 산 (높이 108m)이라 동네 분들의 간단한 산책 코스로 사랑받는 곳이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 벚꽃이 회오리바람에 날려 눈처럼 내렸다. 벚꽃 눈이라고 불릴만큼 벚꽃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그리고 바닥에 쌓여있는 벚꽃이 작은 돌풍에 소용돌이 치며 멋진 풍경을 만들었는데 스마트폰으로는 몇몇 꽃잎들이 떨어지는 것 처럼 보이니 설레였던 마음으로 찍은 사진은 이래 아쉽기만 하다.



벚꽃 아래였던 거지

바람이 속눈썹을 스쳐갔던 것인데


살얼음 녹고 먼 산 봉우리 눈이 녹아

그 핑계로 두근거리며 당신을 불러내었던 것인데

그러니까 봄, 봄이었던 거야.

바람들 가지런한 벚나무 그늘에 앉아 커피 내리기 좋았던 평상이었던 거야.


햇살은 아직 야위었지만 당신 뺨을 비추기엔 모자라지 않아서

나는 당신 앞으로 슬며시 커피를 밀어놓았던 것인데


커피잔 휘휘 저으며 지금까지의 이별을 까마득히 잊고

당신과의 이별만 걱정이 되었던 이른 봄


꽃이 지고 다시 꽃 피는 그 사이

벚꽃잎 짧게 빛나던 허공


가만히 맨 손 쓰다듬으며 분홍의 시절에게 이르길

우리 한 생애가 이렇게 나란히 앉았으니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사랑인 것이지


커피 식어가도 봄날은 지나가도 꽃 핀 정성은 가득했네

말간 사기잔 조심히 커피 물 끊인 보람은 설레였네.


<벚꽃 커피 당신> 최갑수


벚꽃 아래에서 도시락과 함께  따듯한 커피 한 잔 마시며 벚꽃잎 눈 내리는 듯 하얗게 휘날리며 떨어지는 곳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것 또한 낭만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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