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행복 그리고 행복이라는 유토피아를 찾아나서는 여행

2018. 6. 2. 16:42톰군/여행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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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가 은퇴이민자들에게 살기 좋은 도시 '세계 2위'에 뽑힌 적이 있었어요. 2010년도였을거에요.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도 치앙마이는 은퇴이민자가 살기 좋은 도시 10위에 랭크되어 있어요. 쿠알라룸푸르는 2010년 전세계 국가 수도중에는 유일하게 랭크되었고 그 때도 9위, 지금도 은퇴이민자가 살기 좋은 도시 9위네요.


The 10 Best Places to Retire Overseas in 2018 :  은퇴이민자가 살기 좋은 도시  <-- 클릭하시면 해당 뉴스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 usnews.com)





행복을 찾아 한국을 떠나 치앙마이에 머물렀을 때 처음 느꼈던 행복의 크기를 잊을 수 없어요. 너무나 벅찼고 감격스러웠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계속 그 때 그 행복감을 느끼고 싶어했어요. 2011~12년도였죠.


행복이란 사실 무척이나 추상적인 단어에요. 행복이란 순간적이고 상대적이라 잡을 수 있고 머무르게 할 수 있는게 아닌데 그 때는 그걸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치앙마이 생활은 한국에서의 삶 보다 행복해져야 해. 더 더 더 행복해야해! 라고 자신을 채찍질하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행복은 내면의 세계이고 그 형태가 정해진 것이 아닌 추상적인 개념임에도 그걸 붙들고 싸우는 멍충이 짓을 계속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내면에서 이는 행복이 생기지 않자 그걸 포장하기 시작하게되죠.


그렇게 블로그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는 행복한 삶, 디지털 노마드의 삶, 주식투자를 통해 여유로운 인생을 즐기는 삶으로 포장되어졌죠. 엄청난 여행을 다녔고 계속 뭔가 이렇게 살아야 남에게 보여주기 좋은 스탠다드 행복이라도 되는 양 계속 보여지는 행복, 가짜 행복을 손에 쥐려고 했어요.



- 블랙미러 시즌 3, 에피소드 1 Nosedive 추락 -


최근 블랙미러 (Black Mirror)를 보는데 어느덧 시즌 3을 보기 시작했네요. 꽤나 생각할거리를 많이 제공하면서도 각각의 에피소들이 너무나 몰입도가 강하고 스토리 완성도가 무척 높아요. 연결되는 내용이 아니다 보니 에피소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요.


그 중에 시즌 3 에피소드 1, Nosedive 급락, 추락 편입니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평점이 그 사람의 인격 및 교양수준, 심지어 사회적 클래스를 나타내줍니다.


회사생활, 사회적 사교활동 및 비행기 탑승권부터 렌트할 수 있는 차, 고급 주택에 입장할 수 있는 등급 및 프리미엄 주택을 구매할 때 주어지는 혜택 등 우리가 현재 살고있는 사회의 모습을 소셜미디어의 스코어로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어요. 눈에 보이는게 전부라고 믿는 시대. 아날로그의 삶이 아닌 디지털의 삶에 만족해하며 빠르게 중독되어 버린 시대의 모습이죠. 그러다보니 남으로부터 받는 평판이 남에게 인식되는 내 자신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어버렸죠.


남에게 보여주려는 가짜 행복의 노력은 비단 저 드라마 뿐 아니라 제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죠.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더라구. 친구들 대부분이 진심과는 상관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 (중략) 그런데 세상에, 기분이 너무 좋지 뭐야! 속 시원히 말하는 거 말야. 꽉 끼는 신발을 벗어던진 것 같았어."


"멀쩡한 신발을 놔두고 흙바닥에서 걸어다닐 수는 없잖아요."

블랙미러 시즌 3, 에피소드 1 Nosedive에서

"그래서 얻으려는게 뭔데?"

"글쎄요, 만족할 수 있을 만한 무언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그래, 이 정도면 괜찮아. 그러면서 숨도 좀 쉬고 마치 뭐랄까.. 기분이.. (중략) 우리 모두가 그렇죠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는 걸요."
블랙미러 시즌 3, 에피소드 1 Nosedive에서

우리는 대부분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죠. 남들처럼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이 정도만 갖추면 조금 더 평범하게 살 수 있으니 좀 더 노력하며 살죠. 우리 모두가 그렇죠.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는 걸요.
그리고 그런 노력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소셜 미디어에 열심히 행복한 순간을 모아넣고 그 순간의 영원한 것 마냥 미화하고 즐기죠. 그걸 보며 대리만족하는 이들 또한 나도 저런 행복을 가져야지 하며 순간의 행복을 영원한 행복으로 착각하며 그걸 잡을려고 애쓰기도 하고요.


치앙마이의 삶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며 불평하기 시작했고 더 강하고 더 지속적인 행복을 위해 밖으로 떠돌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몇 년 뒤 부모님 모두 아프기 시작했지만 여행을 멈추질 않았죠. 더 더 더 행복해져야 했고 그 끝을 찾아야만 했으니까요. 그래서 행복이라는 유토피아를 찾아 2012년 이후로 더 많은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여행이 길어지고 계속되는 여행 일정에 더 이상 여행을 통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무렵에서야 여행에서 얻을게 아무것도 없음을 여행이 주는 힐링은 일상을 벗어난 잠깐의 휴식을 주었기 때문이지 그게 영원하다면 힐링이 아니라 무감각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되었죠. 여행은 행복으로 떠나는 유토피아가 아닌 삶의 또 다른 일상의 한 부분인것에 불과했어요.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여행을 미화하더라도 내가 가진 삶에서 여행은 한 부분에 불과한 것인데 거기서 어떤 유토피아적 신화를 찾겠다고 한다면 자기 자신에게 속고있거나 남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짓말에 불과할거라고 단언할 수 있을 듯 싶어요.

그렇게 수 년간 여행을 다녔고 계속 뒤따르는 좌절감에 행복은 없고 그저 남에게 보여주기 좋은 것들로 내 자신마저 피로감에 시달려 멈추고 싶어질 무렵에서야 치앙마이에서 '내려놓기'를 하러 여행 온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어요.


- 세계테마기행, 어른들의 동화 베트남, 출처 EBS -


베트남 여행을 준비한답시고 한게 세계테마기행, 베트남 편을 봤어요. ㅎㅎㅎ;;;


제가 가는 하노이가 나오고 제가 여행가려고 하는 사파와 박하 등 북부 소수민족이 사는 다랑이 계단식 논이 나오는 곳이죠. 어른들의 동화, 베트남 편인데 약간 유치해요. 제목에 너무 맞추려고 무리수를 두며 미화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자연스러운 듯 부자연스러운 베트남 통번역가 윤선애씨의 미소나 멘트도 그러하긴 한데 한국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다니고 전 세계 안 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다니다보니 조금 더 특색있는 테마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생기는 무리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럼에도 베트남 편을 보면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너무나 빠르게 성장하면서 옛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베트남의 사람들, 가족들, 전통 시장과 기차, 불편하고 투박한 것들, 위생적이지 않는 노점음식 등을 통해 잠깐이나마 행복을 경험한다는 것을요.


여행을 통해 찾을 수 있는 행복은 투박하고 불편한 것들과 즐겁고 환상적인 것들로 이뤄진 것이죠. 강한 자극은 상대적인 것들을 통해 행복을 경험하게 됩니다. 순간이라는 찰나에 말이죠.


관련글 :   [영화 리뷰] 꾸뻬씨의 행복여행 (Hector and the Search for Happiness)


이제 사흘뒤면 여행을 떠나네요. 세계테마기행, 어른들의 동화 편의 윤선애씨처럼 해맑게 웃을 수 있는 여행이 되길 바래봅니다. 행복은 찰나에 느껴지고 그 찰나의 기억이 모여 회상할 때 참 좋았지!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리고 여행의 순간에서 느껴지는 불편하고 힘든 일들을 통해 상대적으로 우리가 가졌던, 하지만 잊고있는 편안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닫게 되겠죠. 그래서 또 다시 찰나의 행복을 거머쥘수도 있을겁니다.


행복은 이렇게 평범한 일상에서 깨닫지 못하다 즐겁고 활홀한 순간과 불편하고 힘든 순간에 우리에게 잠시 찾아옵니다. 그래서 여행이 즐겁죠. 일상에서는 너무나 판에 박혀 살다보니 행복도 불행도 무감각해져버리니까요.


가짜 행복에 빠지지 않고 삶의 일상 속에 여행이 뜻밖의 행복한 일상이 되길 그 속에서 작은 행복들로 지금 내 자신이 가진 것들에 대해 감사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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