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17. 15:43ㆍ톰군/방콕 파타야 후아힌
나는 와인을 즐겨 마신다. 그렇다고 비싼 와인 바에 앉아서 와인의 수많은 각기 다른 특징들을 이해하고 뭐가 어떻고 저렇고 이런 이해까지는 못한다. 그냥 혼자 마셔도 부담없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마시기에도 독하지 않아 좋다. 몸에도 덜 나쁘고 약간 좋은 점도 있다고 하니 점점 들어가는 나이를 감안하면 와인이 내게는 꽤 맞는 술이기도 하다.
파타야 거리를 거닐면서 발견한 와인 바가 하나 있는데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는 밖에 나와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지만 구글링을 해봐도 와인바가 많지 않고 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와인 바인 와인 커넥션 (Wine Connection)이 더 애비뉴 몰 (The Avenue Pattaya)에 하나 있긴 한데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지 않는, 일반적인 셀링 전문점으로 들어와 있다.
- Bistro Wine Cafe Pattaya -
저녁 무렵에 친구 하나가 연락이 와서 잠깐 대화를 나눌 겸 찾아갔는데 다행히도 여기 바는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길가에 위치한 이곳은 주변이 서양 할배들이 많이 찾는 노점 바들이 많은 길이라 더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 Chardonnay Wine Toscana -
혼자서 마시면 책을 한 권 가져가거나 음악에 취해 2시간 정도 앉아 마신다. 목넘김이 쇼비뇽 블랑 (화이트 와인)에 비해서도 부드럽기 때문에 가볍게 대화를 나누거나 안주없이 또는 가벼운 안주와 곁들여 마시기에도 나쁘지 않다.
꼬창은 비치에서 지내는 시간과 투어 등은 너무나 황홀했다. 다음에도 또 간다면 프라이빗 비치 선베드에 누워 해가 떠 있는 시간 내내 책을 읽으며 낮잠을 즐기다 심심하면 잔잔한 파도를 들으며 비치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이나 와인 등은 은 가격 대비 만족감을 얻기 쉽지 않았다. 아마도 섬이라는 특성상 그럴테고 예전의 가격이나 품질 등을 고수하려는 오너의 입장이 그럴할테지.
다음에 꼬창에서는 음식이나 와인 등 보다는 리조트에서의 시간을 더 염두하고 싶다. 여튼 꼬창에서의 얘기는 이 쯤하고 다시 파타야 와인바로 돌아와보자.
가격이 꽤 합리적이었는데 (이 뜻은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이란 뜻이다) 1,000 바트 초중반이면 꽤 괜찮은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세금과 서비스 차지도 포함이라 더 괜찮다.
물론 이 가격이면 조금 돈 더 보태면 조니워커 블랙, 위스키 한 병을 살 돈이겠지만 위스키를 안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리고 나이들며 자꾸 뭔가 비교하고 따지는 것 보다 내가 좋은게 최고다라는 생각이 강해져서 그냥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와인 마시는게 행복하다. 그리고 비치 의자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거나 뜨거운 햇살 아래 걷다가 음식점에 들러 시원한 맥주 한 병 벌컥 들이키며 아! 지금 너무 행복해! 라고 그 순간을 즐기면 그만이다.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는 건 참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요새들어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들의 따듯한 관심과 애정이 무엇보다 내게 큰 힘이 되었다. 나이들어 누군가를 100% 이해한다는게 어렵다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럼에도 서로 비슷한 공통 관심사를 즐기고 나와 다른 문화를 친구로부터 배우고 그들의 생각이나 사는 방식을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연습을 이제서야 하게된다.
늦었지만 늦었다고 포기하기 어려운 것들이지 않는가!
지금 이 글은 호텔 수영장에서 쓰는데 뜨거운 햇살과는 달리 바람이 꽤 불어 시원하다. 너무 책을 아껴 읽어서인지 아직 가져온 책들을 다 읽지 못했는데 수영장에 앉아 늦은 오전 시간을 책을 읽으며 살며시 잠에도 빠져보고 다시 일어나 강한 햇살을 피해 그늘에 테이블에 앉아 블로그를 쓰고 있다.
이런게 여행 아닐까. 여유를 부릴 수 있는게 말이다. 너무나 타이트하게 이것 보고 저것 즐기는 여행보다는 그냥 하루 책이나 읽으며 영화나 보며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키고 딱히 생각이나 걱정등은 고이 머리 속 깊은 어딘가에 쳐박아 두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