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8. 9. 18:20ㆍ문화/영화
한참 <힐링>이 대세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의 젊은 이들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고 최근에는 소확행 -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이라는 말이 주요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주요 단어는 사실 '노을'입니다. 그럼에도 선미가 학수에게 했던 대사가 아직도 긴 여운으로 남습니다.
'값 나가게 살지는 못 혀도 후지게 살지는 말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 소확행을 풀어 사투리로 옮겨 담으면 선미의 대사와 상통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변산
래퍼 심뻑
래퍼를 꿈 꾸는 심뻑, 학수
<쇼미더머니> 6년 연속 참가자 심뻑, 학수는 랩 할 때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3차 때마다 고비를 넘기지 못하며 탈락을 하고 맙니다. 그런 그에게 고향을 물으면 서울이라고 말하는 학수입니다.
남주 박정민이 직접 가사를 써서 랩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랩에 대해 잘 모르지만 꽤 리듬을 타는 듯 했습니다. 실제 랩을 좀 아는 분들 사이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선미가 학수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서울에서 고향 친구들을 만나게 된 학수는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아버지가 뇌졸증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학수는 그래서 어떻하라고 하냐고 되묻자 선미는 무슨 말을 그렇게 심뻑, 심뻑하게 하냐며 쏘아 붙이는데.. 선미인줄도 모르고 학수는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화를 내고 전화를 끊습니다.
<쇼미더머니> 3차에서 키워드 랩 배틀, 어머니가 나오자 랩을 완성하지 못하고 도전을 포기하고 고향, 변산으로 내려간다.
"형, 서울 사람 아냐?", "형, 고아라며?"
학수는 그렇게 고향 변산을 알리고 싶지 않았을 만큼 좋은 기억이 없는 고향, 변산.
이 놈의 동네 정말 가지가지하네, 정말 ㅋㅋㅋ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지만 어머니 장례식에도 찾아 오지 않은 깡패 아버지의 옛 기억으로 냉랭한 기운만 감돌고 고향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다 보이스피싱 용의자로 몰려 변산을 떠나지도 못하게 되는데...
"아, 고향이라고 해준 건 *도 없으면서 정말, 이**넘의 동네 발목을 *나게 붙잡네." ㅋㅋㅋ
학수는 학교 선배이자 자신의 습작 노트를 훔쳐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에 당선되어 기자가 된 최기자의 도움으로 풀려나지만 앙금은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노을 마니아 선미
용의자 신분으로 변산을 떠나지 못하는 학수.
노을 마니아, 선미는 학수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있는데.
"동네 좁잖여." ㅋㅋㅋ
학수가 너 그거 어떻게 아냐, 라고 묻자 동네 좁잖여. 라며 애써 학수에 대한 관심을 애둘러 표현하는데 ㅋㅋㅋ
첫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완성되어 진다, 학수가 선미에게 넌 뭘 그렇게 쓰냐라고 묻자 자신의 쓴 소설의 주제를 이렇게 말한다. ㅋㅋㅋ
노을 마니아 정작가는 학수를 학수는 미경을 좋아했더랬다
"염병헐 놈, 미경이는 한 눈에 알아보네." ㅋㅋㅋ
선미의 목소리도 못 알아채고, 병원에서 선미를 처음 봤을 때도 못 알아보고, 백일장을 나간 기억도, 문예반 같이 MT를 간 기억도 안 나는 것 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선미에게는 "기억이 안 난다."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었던 것이죠. ㅋㅋㅋ
미경과 최기자는 사귀는 사이였고 이에 열받은 학수는 미경과 드라이브를 가자고 합니다. 미경은 학수에게 마음을 살짝 내비치는데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고향 친구들도 선미도 미경도 최기자와 용대도 만나게 되는 학수
어릴 적, 자신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용대는 지역 사회 발전과는 전혀 무관한 조폭이 되어있었습니다.
번호 바꿔야겠네, 학수는 용대의 만남으로 심난하기만 한데요. 용대는 어떻게 알고 학수가 있는 곳까지 찾아 올 수 있었을 까요?
학수 때문에 마음 아프고 아픈 아버지 때문에 힘든 선미
간병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가족 중에 누가 아픈 게 얼마나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일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선미가 노래방에서 악을 쓰며 노래를 부를 때 모습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가더군요.
아플 때는 나 몰라 하고 돌아가셔여야 가족 노릇하는 사람들, 참 많습니다. 영화와는 관계 없는 얘기였네요. ㅎㅎㅎ
선미는 어쩌다 노을 마니아가 됐을까
내 고향은 폐항.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밖에 없네.
"야, 김학수. 넌 개**여, 이 **넘아." 선미가 노을을 바라보며, 무덤가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학수에게 소리친다.
사실 노을에 대해 선미가 그 동안 수도 없이 봐 왔던 노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얘기가 나온다. 그 부분이 더 중요함에도 안 쓰는 이유는 그 부분이 왜 선미가 노을 마니아가 되었는지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에요.
궁금하면 500원. ㅋ
영화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자의 마음은 뭐다?!
남자들의 영원한 미스테리.
여자의 마음은 뭐다?!
미경에 대해 학수와 용대는 내기를 하고 내기에 진 학수는 용대 꼬봉 노릇을 자처하는데..
학수는 아버지가 경미한 뇌졸증이 아닌, 대장암으로 인해 죽을 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와 맞서 싸우고, 아버지는 학수에게 후지게 살지 말라고.. 꼬봉으로 살 바에는 차라리 죽어, 라고 말하며 아들을 깨우치는데..
학수는 용대와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맞다이을 붙게 되는데..
조폭 양아치, 동창이자 학대 받았던 용대와의 싸움은 꽤나 젠틀하게 싸우고.. 동창들이 하나 둘 씩 몰려들며 동창회로 끝나는 어이 없는 드라마가 되기 시작하는데... ㅋㅋㅋ
이 부분은 너무 사실성이 떨어지지만 "좁은 동네잖여."로 넘어가겠습니다, 로 넘기고자 한다면 넘어갈 수 있겠다 싶네요. ㅋㅋ
네티즌 투표에서 다시 보고 싶은 래퍼 1위로 무대에 서게 된 심뻑
래퍼로 무대에 선 심뻑, 학수.
그란디 선미와는 어떻게 됐당가?
궁금하면 500원.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 아버지가 5년 전에 뇌졸증(?), 뇌경색(?) - 이제 병명도 헷갈리는데 - 으로 쓰러지셔서 의사소통이 현재는 거의 불가능 할 정도로 불편하시기에 영화에 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어머니도 오래 병원 생활 하시다 올해 하늘 나라로 가셨고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가 다르다.
(Happy families are all alike; every unhappy family is unhappy in its own way.)
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
사실 영화를 관통하는 학수의 방황하는 자아는 어두웠던 가족사에서 시작합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 그로 인한 아버지에 대한 배신과 분노. 하지만 영화는 학수가 아버지를 통해 진심 용서하는 법을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 그 부분에서 이 영화가 완성도가 꽤 높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값 나가게 살지는 못 혀도 후지게 살지는 말어, 소확행. 남들이 올리는 SNS 인생 따라 해보겠다고 헛다리 짚으며 사는 세상 속에서, 진심 나를 위한 소확행. 내 자신을 향해 후지게 사는 인생 되지는 말자고 보여지는 인생이 아닌 내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자고 다짐하게 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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