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남겨진 이들을 위한 영화 아주 긴 변명 (The Long Excuse)

2018. 2. 17. 17:04문화/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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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를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아주 긴 변명을 처음 접했을 때 무엇보다 시선을 사로 잡는 배우가 있었다. 바로 '후카츠 에리'인데 어느 순간 일드에서도 잘 안 보여서 궁금했는데 갑자기 영화에서 나타났다.


'후카츠 에리'는 일본의 연기파 배우라는데 이견을 보일리는 없을 듯 하고 나는 '막내장남 누나셋'에서의 그녀의 연기를 보면서 약간은 고 최진실 씨가 떠오르곤 했다. 특출나게 이쁘다고 느껴지진 않지만 뭔가 맛깔스러운 연기와 시대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배우로 꼽혔다는 점에서 비슷하고 키도 비슷한 듯 보였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방송에 모습을 안 보이다가 어느 순간 뜻하지 않게 영화에 나타났다. 최소한 일본 미디어를 잘 이용하지 않은 나에게는 그녀의 등장은 그렇게 뜻밖이었다.


 남겨진 이들을 위한 영화 아주 긴 변명 (The Long Excuse)



- 출처 다음 영화 -


아주 긴 변명이라는 이 영화는 다른 영화와 좀 다른게 [니시카와 미와]라는 여자 감독이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를 다 본 뒤 원래 영화의 원작 소설이 아주 긴 변명이라는 정도는 알고 봤으나 책의 저자와 영화 감독이 같은 사람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떻게 작가가 영화 감독을 아니. 영화 감독이 작가도 할 생각을 다 했지? 저 사람 천재야?라고 싶어 유튜브에 그녀의 인터뷰마저도 영화 감상 뒤 체크 할 정도로 영화의 깊은 여운이 계속 남는 작품이었다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강하지만 약해. 똑 부럴질 때도 있어. 어른이 되고 부모가 돼도 꽉 안아도 부족할 만큼 너희가 소중해도.. 살다 보면 많은 생각을 해. 하지만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사람을 쉽게 버려서는 안 돼. 무시하거나 깔보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나처럼 돼. 나처럼.

사랑해도 좋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인생이 돼. 쉽게 헤어지지 못할 줄 알았어. 헤어지는 건 순식간이야. 그렇잖아. 그러니까 소중한 건 꽉 붙잡아. 너희는 꼭.. 알았지?


- [아주 긴 변명]에서 -


영화는 아내, 후카츠 에리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남편은 콤플렉스 가득한 TV에도 가끔 나오는 소설가. 그와 그녀에게 사랑은 없다. 오래된 부부에서 느껴지는 그저 그런 같이 살아야 하는 의무로 살아가는 부부들처럼 그들에게 더 이상의 사랑은 없다.


하지만 갑작스런 아내의 죽음은 그에게 혼돈의 세계에 빠지게 된다. 별 의미없는 아내의 죽음일지라도 말이다. 그는 이기적인 인간인 자신을 어쩌면 죽도록 싫어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진정 도망가고 싶었던 것은 자기 자신으로부터였다는 생각도 든다. 


뜻밖의 아내 친구, 유키의 남편과의 만남이라는 설정이 내게는 조금 부자연스러웠다. 아내와 유키는 고등학교 절친이자 여행을 함꼐 떠나던 중, 차가 전복되어 추운 겨울 물에 빠져 죽는 사고를 당한다. 유키네는 저 영화 포스터처럼 아이가 둘이다.


영화는 뜻밖의 전개. 아이들과 사치오의 만남으로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그는 죽음 뒤에 남겨진 이들과 함께하며 내면의 성장을 하게된다. 그리고 사치오는 기차 안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랑해도 좋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인생이 돼. 쉽게 헤어지지 못할 줄 알았어. 헤어지는 건 순식간이야. 그렇잖아. 그러니까 소중한 건 꽉 붙잡아. 너희는 꼭.. 알았지?"



-출처 YouTube オンブラ・マイ・フ (Ombra mai fu) -


사치오가 '인생은 타인이다'라는 글을 수첩에 적으며 기차에 혼자 몸을 싣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이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인터뷰 내용 중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에 대해 밝힌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은?


일단 영화와 달리 소설의 최대 장점은 사람과 돈이 들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중략) 소설은 어떤 면에서 굉장히 자유롭게 인물 설정, 전개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키워드가 되는 것이 아이들이다. 아이들이라는 존재는 사실 어른들 마음대로 움직여지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 아이들을 소설 속에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좋아다.


소설은 영화와 달리 러닝타임에 관한 시간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소설은 일종의 번역입니다. 나의 인식이 더해진 세계에 대한 번역. 그런 인식은 차가운 지성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 김성중 [상속]에서 -



소중한 사람의 죽음은 남겨진 이들에게는 어떤 의미든 간에 가슴속에 오래 남겨져 있기 마련이다. 잠깐의 좋았던 추억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가슴 속 후벼판 상처의 말들을 기억하기도 한다. 남겨진 이들에게 영화에서는 그들이 갖는 상처를 어루만지며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에게 그 소중함을 잊지 말라고 그 소중한 건 꽉 붙잡으라고 말한다.


영화를 먼저 봤으니 소설에서는 어떤 느낌을 얻게 될까 궁금해진다. 다음에 여행갈 때 가져가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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