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그리고 멈추다 풍경이 있는 항동철길

2018. 8. 28. 14:12톰군/서울 주변 여행

반응형

폐철길을 걸을 때면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에 사라잡히게 됩니다.


저만 그런건지 다른 이들도 그러한건지 모르겠지만 일본 훗카이도, 오타루에서도 사람들이 폐철길을 따라 거닐기도 하고 그 곳에 멈춰서서 사진을 찍는 것을 보면 폐철길이 남기는 이미지는 그저 고철 이상인지도 모르겠네요.


관련글 :  오타루 건축물과 폐철길



서울에서도 이런 폐철길을 볼 수 있는데요. 그 중에서 대표적으로 알려진 항동철길을 방문해봤습니다.


맑은 하늘아래 철길의 멈춤 표지판이 내 눈에 들어왔다


길이 4.5km의 항동 철길은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경기도 부천시 옥길동까지 이어지는 단선 철도이다. 국내 최초의 비료 회사인 경기화학공업주식회사가 1954년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옥길동에 설립되면서 원료 및 생산물의 운송을 위해 설치되었다. 1959년 5월 30일에 준공되었다. 2014년 각종 매체에 걷기 좋은 명소로 소개되고 있으나 부정기적으로 화물 열차가 다니고 있어 탐방객의 주의가 필요하다.

안내문에서



사실 이 글을 돌아올 때 봤으므로 처음 걸었을 때는 폐철길이라 생각하며 걸었습니다. 앞부분에 계속 페철길이라 언급하는 것은 후에 그 사실을 알았기에 폐철길로 오해하고 걸었던 그 감정 그대로를 나타낸 것입니다. 


# (주의!) 2018년 6월 1일, 열차운행재개 알림 플랜카드가 걸렸있으며 현재도 운행중인 철길이라고 합니다.



천왕역 3번출구로 나오면 항동철길과 푸른수목원을 향하는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항동철길과 푸른수목원


집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천왕역에 도착했습니다. 3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이정표를 확인할 수 있어 카카오맵 지도 앱을 켜지 않고도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주택가 옆으로 나 있는 철길


햇살을 피할 겸 걸었던 보행로


폐철길에 피어있는 잡초들


폐철길 옆 집 - 사람이 살고 있을까?


철길 위에 이어진 철선


달리기 위해 나 있는 철선은 이제 영원히 멈춘걸까, 이 철선은 잊혀진 것들에 대한 낭만으로 우리에게 남는가, 에 대한 생각들을 하며 거닐고 있었습니다.



열차운행재개 알림 (2018.6.1)


열차가 달리는데 어떻게 잡초가 무성히 자랄 수 있을까 과연 달리기는 하나, 의문이 들었는데요. 여기 말고도 돌아갈 때 안내문을 보니 비정기적으로 운행한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할 듯 합니다.



땅끝마을 해남보다 가까운 개성


작년 해남 땅끝마을을 보고 왔는데 325km나 떨어진 곳이군요. 


해남 여행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들을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해남보다 개성이 더 가깝다는 사실이 당연하면서도 왠지 더 멀게만 느껴집니다.


1950년 남북전쟁 또는 625 참변이 일어나고 가깝지만 가장 먼 곳이 되어버린 우리 민족.


어려을 적 불렀던 동요 '통일 - 통일이여 오라!', 처럼 그런 날이 과연 올까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제정세는 바람과는 달리 항상 쉬워보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항동철길역


항동철길 아트레일 프로젝트 2015


비정기적으로 운행하는 물류 수송선이니 정차하지는 않을텐데요.


기념 건축물일지 아님 실제 정차하는 역일지는 모르겠네요.


걷다


그리고 멈추다


길은 누군가에게는 걷는 곳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멈춰 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 삶에 나 있는 길 또한 걷다 멈춰 서 내가 가는 길이 내가 이루고자 하는 길인지 수시로 점검이 필요하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항동철길이 꽤 이름이 나 있나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거닐고 또 멈춰 서 사진을 찍으니까요.



열차가 다닌다면 어떤 모습일까?


전 멈춰 서서 내가 가 보지 못한 길들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이번 6월에 베트남 하노이 기찻길을 방문했는데 실제 마을 사이를 지나는 기차입니다. 엄청난 덩치의 철덩어리가 얼마나 큰 굉음을 내며 제 옆을 스쳐 지나가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죠. 기차가 빠르게 제 옆을 스칠 때 느껴지던 바람과 그로인해 살짝 중심을 잃었던 그 순간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기차 안에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 하노이 종착역에 가까워질 무렵이라 몸도 마음도 급해질 듯 합니다.


기차가 빠르게 제 옆을 통과하며 어두워진 저녁 하늘 아래 뒷모습을 남긴 채 떠나버린 그 휑한 철길을 보며 순간 몇 초 동안 빠르게 슬라이드 화면으로 지나간 옛 추억들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그리고 기차가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철길 처럼 적막함이 제 몸을 감싸안습니다.


관련글 :  좁은 마을을 통과하는 하노이 기찻길 (Hanoi Train Street)



항동철길에 열차가 다닌다면 그 옆을 스칠 때의 느낌은 어떨까요? 너무 짧은 4.5km의 단선 운행이라 그리 빠르지 않을테지만 하노이 기찻길 마을을 통과하던 (사파에서 하노이로 들어오는 기차였다) 그 때의 느낌을 다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 글이 마음에 들었다면 글 아래 공감을 눌러주세요. 감사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