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좋은 다큐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

2018. 5. 13. 17:57문화/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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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완전 반대로 봤는데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를 먼저 보고 다음 일본판 여름과 가을 편을 본 뒤 겨울과 봄을 봤다.


일본 리틀 포레스트는 뭔가 사실감이 더 느껴졌는데 그래서인지 여름과 가을편은 내가 다큐 한 편을 영화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본 토속 음식이 주로 나오다보니 여름과 가을편은 사실 한국과 많이 다른 음식 문화를 엿보는 정도 의미 말고는 뭔가를 제대로 느끼기 어려웠다.


그런면에서 겨울과 봄편은 조금 더 음식 등도 더 쉽게 와 닿은 것 위주였고 한국편에서 나오듯 친구들도 더 자주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부분도 섞여 있었다.



[리틀 포레스트 : 겨울과 봄]


영화를 보기 전에는 일본 여행을 몇군데 다녀오면서 비슷한 음식 문화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무리 비슷해도 나라가 다르고 풍토가 다르니 실제로 처음 보는 음식들이 많을거라 생각은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여름과 가을 편에서는 토속 음식이 주로 나오면서 이런 내 마음 속 예상과 맞아 떨어졌고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이라는 생각이 다시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겨울과 봄 편은 다시 익숙한 음식들이 나오면서 그리고 친구들과 교류도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조금은 더 익숙한 우리네 모습을 닮은 듯 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전편에 비해 조금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전편은 너무나 다큐같았다면 겨울과 봄편은 조금은 다큐와 영화를 혼합한 모습이라고 할까? ㅎㅎㅎ


추우면 힘들긴 하지만 춥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것도 있어.


[리틀 포레스트 : 겨울과 봄] 중에서


나는 겨울을 극히 싫어한다. 30대의 대부분을 추운 한국의 겨울을 피해 동남아에서 보냈는데 작년 최고의 한파 때 겨울을 온전히 한국에서 나면서 더욱 겨울을 싫어하게 됐다. 예상대로라면 추운 한국을 피해 몇년안에 해외로 나가 살게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추운 한국의 겨울을 1,2년 더 버티며 지낼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 대사가 내 마음에 파고들었다.


계절에는 각기 특징이 있어 그 계절에 맞는 풍토가 사람과 문화, 환경을 만든다. 추운게 무조건 나쁘다면 문명은 더운 나라에서만 꽃피고 절대 추운 나라에서는 문명을 만들지 못했으리라. 단지 추운게 피부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며 겨울이 있기에 음식 문화가 다채로울 수 있고 겨울이 있어 봄이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했다.


스트레스는 단걸로 해결한다.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 편을 보고 난 뒤 처음으로 면세점에서 고디바 초콜렛을 샀다. 난 단걸 극도로 싫어한다. 심지어 샐러드 등을 먹을 때도 단 드레싱 소스를 극도로 피한다. 그나마 삿포로 여행 뒤에 고마 드레싱 정도를 좋아할 뿐이다. 드레싱의 단맛 때문에 가급적 야채를 생으로 먹을 정도다.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렛 등은 당연히 안 먹는다. 커피는 에스프레소를 술도 드라이한걸 위주로 마신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술로 풀지않고 단걸로 풀어 볼 결심을 이 영화를 보고 하게됐다. 별 내용은 없다. 스트레스라고 해봐야 일상에서 오는 도시적이지 않는 전원적인 생활에서 오는 고단함과 무료함, 외로움 등이 아닐까? 나도 스트레스라고 해봐야 혼자서 지내는 고독함, 외로움, 일상에서의 단조로움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일 것이다.



일상적 스트레스를 술이 아닌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을 통해 풀어가려는 생각을 하게됐다.


"뭔가에 실패해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볼 때 마다 난 항상 같은 걸로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열심히 살아 온 것 같은데 같은 장소에서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돌아온 것 같아서 좌절했어.

하지만 경험을 쌓았으니 실패를 했든 성공을 했든 같은 장소를 헤맨 건 아닐거야.

'원'이 아니라 '나선'을 그렸다고 생각했어.

맞은 편에서 보면 같은 곳을 도는 듯 보였겠지만 조금씩은 올라갔거나 내려갔을거야.

그런거면 조금 낫겠지.

아니, 그것보다도 인간은 '나선' 그 자체인지도 몰라.

같은 장소를 빙글빙글 돌면서 그래도 뭔가 있을 때 마다 위로도 아래로도 자랄 수 있고 옆으로도...

내가 그리는 원도 점차 크게 부풀어 조금씩 나선은 커지게 될 거야."


책을 읽는 것 같은 영화 속 독백에서 '원'과 '나선'에 대해 떠올려본다.


토인비는 '역사는 나선형으로 되풀이되지만 진일보한다'라고 말하였다. 영화에서 나선은 제자리를 돌아가는 원이 아닌 진일보하는 나선형을 가르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우리는 실패해서 좌절하는게 아니라 실패에서 새로운 것을 살펴 발전해나가는게 아닐까? 최소한 발전은 아닐지라도 제자리는 아닐 것이다.


한국판은 먹는 것에 조금 더 공을 들여서 '고독한 미식가'와 같은 드라마가 떠올랐다면 일본판은 실제 농사와 각 계절에 나는 토속 식물이나 야채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위와같은 철학적 메세지도 꼬박 던지고 있다.


최근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를 통해 내 식습관이나 사고의 방향마저도 바꾸는걸 보면 '좋은 영화 한 편은 좋은 책 한 권과 맞먹는다'는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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