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3. 23. 13:37ㆍ톰군/지난 해외 여행기
리스본 여행 : 트램
트램은 교통수단이기에 사실 굳이 따로 한 편을 할애하지 않아도 되었다. 단, 꽤 지난 일이기에 '기억의 편린'을 가지고 여행이라는 추억의 커다란 퍼즐 위에 한 부분을 맞춰 넣어야 하다보니 따로 뺴내어 한부분을 다시 만드는게 더 편리하다는 나만의 판단이었다.
고로 이번 편은 그리 할 얘기가 많은 편은 아니다.
- 28번 트램 -
시간이 많은 여행자였기에 부분적으로 방문하여 보았던 관광지들을 28번 트램을 타고 트램 내에서 다시 눈으로 담아보았다. 28번 트램은 가장 일반적인, 대중적인 관광명소를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트램으로 유명하다.
리스본은 트램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보니 각기 다른 트램 (언덕을 오르내리는 트램 또는 케이블카를 포함해서)을 구경하고 타보는건 꽤나 흥미롭다. 때로는 어디를 향하는지도 모르는 트램을 타고 무작정 어딘가로 가기도 했다.
대중교통 수단은 특정 목적지를 가장 빠르거나 아님 편안하게 우리를 이동시켜 주는 목적일지 모르겠으나 중, 고등학교 시절 돈 없고 시간은 남고 공부는 하기 싫을 때 그냥 버스를 타고 뒷좌석에 앉아 종점에서 종점을 오가며 잠에 들었던 시절이 나만 있을려나. 여튼 나만 있었다면, 예전에 난 그랬고 가끔 그런 유치한, 비싼 돈 들여 간 여행지에서 그런 여유롭지만 참 쓸모없는 짓을 자주하고는 한다.
세계 금융위기 터졌을 때가 2007, 2008년 정도였으니 그 때도 방콕에서 빨간 버스를 타고 버스노선도 모른체 무작정 종점까지 갔다가 다시 그 버스를 타고 돌아온적도 있다. 그런데 그 때 기억이 맞다면, 갈 때는 그 빨간 버스를 탔는데 돌아올려니 안 된다고 해서 짜오프라야 강을 건너가는 보트를 타고 (짜오프라야 강을 반대편으로 건너기만 하는 넓다란 보트도 있다) 거기서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흑백으로 찍은 사진에 담긴 서양인들의 얼굴은 어딘가 낯설면서도 편하다. 포르투갈에서 아이들은 동양인인 나를 보면 '치노'라고 가끔 놀리곤 했는데 차이나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지금 찾아보니 '눈이 크게 찢어진', '중국 사람' 등의 뜻이니 중국인이다라고 부른게 맞구나.
동양인을 특히 중국인을 요새는 워낙 자주 봐서 이제 감흥도 놀람도 사라졌겠지만 저 때만 해도 단체관광객들을 가끔 유명 관광지에서 보는 것 말고는 일반 동네에서 동양인을 본 건 꽤나 신기했으리라.
여행을 자주 다녀 본 사람들은 타 인종을 대할 때 스스럼없지만 자기가 살던 곳에서 평생을 벗어나지 않은 사람들에게 타언어를 가진, 타인종의 타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을 마주친다는 건 약간은 불편하고 약간은 낯설은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껏 내 것인 줄 알았던 트랙에서 벗어나 새로운 트랙에 익숙해져가는 지난한 순례가 시작되는 것이다.'
- [흩어지는 구름] 조해진 저 -
살아가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각도 바뀌고 그에 따른 가치관도 변하고, 여러 습관이나 스타일도 변한다. 물론 허리도 자주 아파오고 있다. (이건 슬픈일이다)
요새들어 여행과 삶에서 고정된 관념이나 습성을 버리고 새로운 트랙에 올라 익숙해지려 노력하고 그 익숙함에 다시 벗어나 새로운 트랙으로 올라서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게 옳냐 그르냐는 별개로 내 삶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떤 식으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와 같은 의미다."
-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저 -
리스본의 트램에 대해 글을 쓰는데 쓸데없는 소리만 주절주절 쓰고 있다. 여행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한 세대 전에야 여행이 무척 희귀한 일이었지만 요새는 세계 각지 어느 오지에서도 한국인들이 여행을 하고 있다. 결국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사진을 찍느냐가 아닌, 그 곳에서 무엇을 느끼고 남기고 돌아왔는가? 그런 뒤 어떻게 내 스스로가 변화했는가?에 대한 기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식으로 쓸 것인가? 여행기를 통해 남들에게 정보를 줄것인가? 남들에게 뽐내것인가? 내 안의 생각들을 끄집어내어 여행을 통해 '성찰'을 기록할 것인가? 또는 그냥저냥 남도 쓰니 나도 쓸것인가?
이렇듯 어떻 식으로 쓸 것인가 하는 문제는 내게있어 어떤 식으로 여행하며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와 같은 의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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