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10코스 제주의 산과 바다에 빠져들다

2018. 5. 11. 13:55톰군/국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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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제주 올레길 10코스를 한없이 걸어다녀봤어요. 모슬포에서 시작해 사계리까지 걸었으니 올레길을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제주 4.3의 비극적 장소 및 일제말기, 태평양 전쟁 때 강제노역 현장 등을 살펴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 다녔습니다.


그리고 송악산에 이르러 산과 바다가 한데 어울러진 곳을 오른다는 것이 제게 얼마나 큰 행복감을 불러 일으키는지 새삼 느끼게됐어요. 올레길을 걷는것도 좋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정해 준비 땅! 그리고 목표를 달성해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좋겠지만 그냥 송악산 전망대에서 한없이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그 시간을 만끽하는 것도 참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제이스페이스 (J-SPACE) -


아무래도 이제 제주 섬에서 보내는 시간은 기이한 암석등을 바라보며 산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즐기는 것 외에는 큰 감흥이 안 느껴지는 듯 해요. 그리고 남은 시간은 제주시로 와 카페테리아 분위기가 물씬 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제이스페이스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 마시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인터넷 면세점 쇼핑을 했어요. ㅎㅎ 역시 인터넷 면세점은 한국이 가장 싼 듯 해요.


그럼 어제 올레길 오르는 얘기로 다시 돌아가보죠. 제가 머무는 숙소는 덕수리쪽으로 산방산과 송악산 등과 가까워요. 그리고 이 산들 주변에는 올레길 10코스가 해안도로를 끼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남들과 반대로 올레길을 돌아다니기로 마음 먹었어요. 남들은 화순에서 모슬포항 방향으로 걷는다면 저는 반대로 걸은거죠. 모슬포에서 시작합니다.




모슬포항 - 운진항 - 알뜨르 비행장 - 섯알오름 4.3 유적지 - 동일오름 - 송악산 둘레길 - 사계화석발견지 - 사계리까지만 걸었어요.



총 17.4km 26000걸음을 걸었던 하루였네요.


올레길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용머리해안 및 산방산은 다음 주에 오를려고요.


선크림을 바른다고 발랐는데도 팔등은 완전 검하네요. 어제는 칠부 운동복을 입고 걸었는데 그래서인지 발목 위에서 칠부 바지 선까지 싹 탔어요. ㅎㅎㅎ


4.3 비극의 현장 및 일제 말기, 태평양 전쟁 때의 강제노역의 현장 등은 다음에 여행기를 통해 올리도록 할게요. 송악산이 마라해양도립공원으로 202년 7월까지 정상 출입이 금지되어있어 둘레길 전망대만 돌아다녔어요.


형제섬이나 가파도 등은 날이 흐렸는데도 꽤나 가까이 있어 잘 보였어요. 마라도는 그냥 뿌옇게 있다는 흔적 정도로만 보이더라군요. 송악산을 그냥 둘레길로 쓱 둘러보고 가려고 했는데 여기서만 2시간을 넘게 보냈어요.


예전 부산 태종대를 여행할 때도 해남 땅끝전망대나 거제 지심도를 여행할 때도 그렇지만요. 산이나 언덕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전망이 너무나 좋았어요. 그냥 단순히 좋았다가 아닌 이 곳에 머물고 숨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라고 느낄 정도였어요.


사실 제주도에서 머문 지 20일이 다 되어가는데요. 요새는 조금 심심하고 외롭게 느껴지긴 해요. 아무래도 별채라 호스트 부부 분들과 만날일도 없고 말할 일도 없긴해요. 잘 갖춰져있고 제 성격상 말 걸려고 애 쓰는 편도 아니고 막상 집에 돌아오면 밖으로 나오지도 않으니까요.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갔는데 정말 고립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ㅎㅎ


그래서인지 제주시로 나오는 요즘이 너무 즐거워요. 역시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저로서는 섬이나 전원 생활이 잠깐 즐기기 좋지 혼자서 살아야한다면 도시로 떠나고 싶어질거라 생각해요.


그래도 여행하며 제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도시에서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길 좋아하고 바다의 파도치는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걸 좋아하죠. 액티비티한걸 즐기기보다는 너무 깊게 관여하지 않으면서 그 공간에서 머무는 것을 즐기죠. 특히나 맑은 날,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잔잔한 파도소리를 듣고 있으면 행복감에 강하게 휩싸이는 것 같아요.



- 송악산에서 -



- 송악산에서 -


- 송악산에서 -


3월 태국 꼬창 여행부터 4~5월 제주도까지 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는데 역시 바다는 계속 봐도 질리기는커녕 만족은 커져만 가네요. 애월 곽지해수욕장의 바다색이 더 에메랄드 빛깔의 느낌이 강했어요. 하지만 송악산의 푸르른 자연을 뒤로 하고 바라보는 바다는 그 무엇보다 특별한 것 같아요.


송악산 둘레길의 전망대에서 한없이 바다를 바라봤어요. 정말 이 순간이 멈췄으면. 다음에도 봄이나 가을 따듯한 하지만 뜨겁지 않은 날씨에 제주에 머물며 이런 풍경을 무한 감상하고 싶어져요. 바람이 몹시 불었고 20도도 안 되는 기온이었지만 다녀 온 지금 제 발목 부근 및 팔등은 무척이나 검고 빨개요.



쇠소깍에서 제주 올레길 6코스를 걸을 때도 그리고 지금 올레길 10코스를 걸을 때도 항시 듣던 음악을 듣지 않아요. 파도 소리를 듣고 싶어서 산이나 오름길에서는 새소리의 지저귐을 듣기 위해서요. 자연의 소리가 그리웠나봐요. 항상 도시에 머물다보니 음악 소리만 듣고 살잖아요, 우린.


그래도 조금씩 나이트라이프도 그립고 도시도 그립네요. 서울은 그립지 않지만 조만간 떠나게 되는 하노이나 삿포로 등은 그리워요. 거기서 뭘하며 시간을 보낼지 벌써 머리속에 들어와있어요. 하노이에서는 분짜를 실컷먹고 앉을뱅이 의자에 앉아 노천 펍에서 베트남 젊은이들 틈에서 낯선 이방인인 제가 앉아 같이 술 한 잔 마시는거죠. 운이 좋다면 친구를 만들수도 있을테고요. 아니라도 그 분위기를 같이 즐길 수 있을테에요.


그래도 지금은 남은 제주를 조금 더 즐길려고요. 바다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더 거닐고 아름답고 따듯한 햇살을 즐길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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