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쑤저우의 연인(Spring Moon) - 베트 바오 로드 저

2018. 4. 3. 09:28문화/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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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설 중에서 가장 즐겨 읽었고 (무려 3번이나 읽었다) 책을 다 읽은 뒤 영문판을 산 책이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책을 꼽는다면 <대륙의 딸>을 꼽을 것이다.


여러번 책 리뷰를 쓰면서 내용을 소개했기에 생략하지만 이 책을 통해 또 하나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쑤저우의 연인 (Spring Moon)을 읽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난 리뷰를 쓴 <자비>나 <대륙의 딸>은 문화대혁명을 거쳤거나 거쳤던 대격변기 시대를 살았던 부모 세대 밑에서 자랐다. 그러하기에 이들의 소설은 문화대혁명에서 공동체 사회의 작은 시발점이자 가장 중요한 가족이 이 시기 어떤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는지를 자세히 그려낸다.


하지만 <쑤저우의 연인>은 그 보다 더 전 시점인, 중국이 열강들에 의해 분열되고 와해되는 시점과 그 이전의 서태후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던 시대까지 내려가 있다.


<대륙의 딸>에서는 군벌의 첩이었던 자신의 외할머니의 삶을 통해 간접적인 시대상을 묘사했다면 <쑤저우의 연인>은 장씨 가문이라는 쑤저우의 명문 가문, 한족의 중국인 가족을 통해 전통과 근대화라는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얘기를 중심으로 다룬다.


5대의 걸친 삶을 말하지만 실제 이야기는 '춘월'이라는 인물의 가족사이자 그녀를 중심으로 일어난 일들의 서사이다.




근대화의 필요성에 일찍 눈을 뜬 춘월의 할아버지는 큰아들은 미국에 유학을 보내고 둘째 아들은 책에만 빠져 지내므로 집에 놔두고 세째 아들은 현대식 군대에서 군인 수업을 받게 한다. 전통은 낡고 무디었다. 그래서 그 전통을 꺠야만 중국이 바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이것이 19c 말이었으니 조선은 여전히 은둔의 나라였던 시대였다.


<쑤저우의 연인> - 베트 바오 로드 저를 읽으면 가장 눈에 띄는게 바로 시다. 항상 시작될 이야기에 앞서 시가 먼저 등장한다.



새벽의 씨앗이 자라 저녁이 되고

황혼의 씨앗이 자라 아침이 된다



달디단 포도주가 때가 되면 시어지고

휘영청 보름달도 때가 되면 기우는 법.

인정도 사랑도 모두 이와 같아서 남는 것은 결국 시름과 걱정뿐.

그래도 온 세상이 사랑으로 묶였으니

난들 어찌 홀로만 무심할 수 있으랴.


- 백낙천 (당나라) -



하나 - 우주

그것이 둘로 나뉘면

하나, 둘

음, 양

모든 것에는 이렇게 반대되는 것이 있게 마련이지.

하나, 둘, 셋, 넷

이것은 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나, 둘, 셋, 넷, 다섯.

이것은 방향.

동, 서, 남, 북, 중앙.

이것은 오행이기도 하지.

흙은 나무를 낳고,

나무를 쇠로 베어지고.

불은 물로 꺼지고.

물은 흙에 고이지.



중국의 의화단 사건에 대한 묘사는 우리가 알던 짧은 지식과는 거리가 있어 꽤나 흥미롭게 읽었다. 사실 <쑤저우의 연인>은 5대의 서사를 다뤘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그의 큰아버지이자 연인이었던 용재, 그리고 작은 아버지인 귀재, 본인인 춘월과 그의 딸 채옥과 가문의 고아였던 아이 하풍의 이야기이다.


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휘몰아치는 역사의 격동속에서 그들이 생각했던 가문과 중국의 옛 전통과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던 개화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뤘다. 그래서인지 2권짜리 책인데 2권 중간까지는 꽤나 잘 읽히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 춘월의 딸 채옥의 부분으로 넘어가면서 갑작스런 공산주의로의 변화를 자세히 다루지 않았고 용재의 죽음 이후에서는 갑작스레 내용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몇몇 부분은 그냥 스치듯 넘어가 버린다.


국공합작과 그 분열, 그리고 모택동의 정권 장악 및 625전쟁 (남북전쟁)으로 인한 비극의 격화, 가장 큰 역사, 문화적 휘용돌이였던 문화대혁명과 그 광란을 그저 덤덤하게 그리고 무척 짧게 그려냈다.


19c 중간부터 20c 초반의 내용에서 가족이라는 구성원의 강력한 묘사는 사라지고 20c 중반부의 대격정은 그저 춘월과 용재, 용원 및 하풍과 채옥의 이야기로 덤덤하게 그려냈고 귀재의 이야기는 그저 쓸데없이 맴돌 뿐이었다.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지만 너무나 초반부의 몰입감과 강력한 묘사로 인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에서 가장 고조되야 할 후반부에서는 오히려 맥이 빠지며 대략적인 설명으로 넘어가며 빠르게 마무리 짓다보니 액션이나 전쟁 영화에서 그러니까 왜 이렇게 우리가 일어서야 하고 싸워야 하는지 많은 장면을 흥미롭고 다채롭게 보여주며 우리의 흥미를 유발시키다가 막상 액션이나 전쟁 장면은 짧게 몇 분 보여주고 영화가 마무리되면서 이 영화를 전쟁이나 액션 영화로 분류해 놓은 녀석들을 원망하게 만드는데 이 소설 역시 그런 느낌이 든다.


5대의 서사가 아닌 몇몇 중심 인물을 중심으로 장씨 가문이 겪은 이야기를 통해 중국의 전통과 문화, 그 전통에 맞서 싸워야 했던 변화의 시대에 어떻게 그들은 맞서 싸우며 저항하였는지 그리고 그 가족사를 통해 우리가 알고싶은 중국, 중국인이란 어떤 것인지를 묘사하는 소설이라고 이해하고 읽었다면 후반부에서도 그렇게 맥이 풀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책을 통해 느끼는데 몇몇 한족 출신의 중국인들은 자기의 자식들을 미국으로 빨리 유학을 보냈는데도 일본이 미국에게 맺은 불평등조약 이후 빠르게 개화에 성공하며 중국 또한 일본의 성공을 통해 중국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그들을 보며 대한제국도 청나라도 실패한 개화의 물결이 어떻게 일본만은 성공할 수 있었을까 갑작스레 관심이 가진다.


일본은 성공고 청과 대한제국은 실패했던 이유는 시대의 그 마지막 찬스를 일본은 빠르게 잡았고 그 이후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너무 늦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썩어빠진 왕정의 무능함과 전통이라는 옛것에 너무나 깊게 빠져 세상의 변하는 흐름을 못 본 '좌정광천 (坐井觀天)'했던 이들의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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