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2. 09:24ㆍ톰군/태국 여행
새벽내내 내리는 비 소리에 잠에 푹 빠져들었는데 아침에 깨어나 보니 여전히 가는 비가 내린다. 오늘은 비치 쪽으로 못갈려나 아쉬워하며 조식을 먹으러 나갈 준비를 한다.
- 아나 리조트, 꼬창 -
비가 제법 내리니 리조트가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데 몇몇 외벽이 곰팡이가 설어 있어 더욱 그런 느낌을 갖게 한다. 보슬보슬 비가 내리므로 룸에 있는 우산을 챙겨 식당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조식을 마친 뒤에는 날씨가 개었는데 비가 내릴 때 리조트 앞의 바다 또는 호수의 색과 햇살이 방긋하고 웃을 때 물의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리조트 내부는 말할 것도 없다.
내가 머무는 동에서 조식당을 지나는 길에 스파실이 있는데 은은한 향이 퍼져 이 곳을 지나칠 때면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룸으로 돌아가 약간의 팁을 침대 베개 위에 올려놓고 비치타월 및 책, 물 등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이런 보트를 타고 비치로 갈려나 했는데 혼자라 직원 분이 나룻배 모양의 보트에 나를 실어 비치쪽으로 향했다. 지나는 길에 카약을 3명이서 같이 타는 모습을 보고 '사진 찍으며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기에는 좋겠군'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자 둘에 남자 하나의 여행, 저렇게 3인 구조인 경우는 대부분 중국계 쪽인데 어느나라 여행객인지 모르겠다.
카약을 타고 크롱프라오 비치 (Klong Prao Beach)쪽으로 가다보면 몇몇 식당이 보이는데 아나 리조트 카약이 그 식당 밑에 일부 보이는걸 봐서는 카약을 이용해 식당에 간 듯 했다.
개들은 선선해서 좋은지 여기저기 쏘다니다 물에 들어가 물장난도 치고 해변을 분주히 돌아다니며 자기네들끼리 장난을 치곤 하였다. 가끔 사람 있는 곳으로 와 먹을게 있나 한 번 훑어보거나 사람들이 귀여워해주면 재롱도 떨고 하는게 꽤나 사람 손길에 익숙한 개들인 듯 싶었다.
날이 흐려서인지 맑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드러냈는데 꽤나 산의 윤곽이 겹겹히 쌓여 두꺼운 구름밑에 걸쳐 있는 모습은 조용한 어느 산가의 마을 같은 느낌을 갖게했다.
- 크롱플라오 비치 (Klong Prao Beach) -
내 선베드 근처에 계시던 아주머니 두 분이 자리에 일어나 저 돌 사이의 바다쪽으로 걸어가보려 하고 있다. 수심이 꽤나 얕아서 꽤 멀리까지 나가야 제법 물이 몸에 차기에 반대편으로 이동할 때 슬슬 걸어가면 된다. 꽤나 궂은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걸 봐서는 뭔가 더 나은 바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지만 낮은 구름들이 하나둘씩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제법 비가 내릴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그렇게 빠르고 확연하게 구름들이 하나로 모여들며 위로 상승해 가는 모습을 보니 꽤나 신비롭게 느껴졌다. 책을 읽다말고 사진을 한참 찍었는데 곧 얼마 안 되어 비가 내릴지도 모르니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이었는데 기어코 햇살을 들어내기보다 다시 비 내리는 하루를 선택했다. 읽던 책을 덮고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한다. 안 그래도 고요한 크롱플라오 비치 (Klong Prao Beach)는 더 적막하고 고요함이 흐른다.
책을 읽다가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면 메모를 해두는 편이다. 그렇게 메모해둔 부분을 나중에 블로그에 담기도 하고 내 생각과 맞물려 한 편의 리뷰를 쓰기도 한다. 이번 편에 그 때 읽었던 책 내용 중에 메모해두었던 부분을 다시 꺼내어 뭔가를 말하려 했는데 시간이 지나 서울에 와서 다시 그 부분을 읽으니 크롱프라오 비치에서 그것도 비 내리는 울적한 날에 그런 우울한 글의 내용을 쓰는게 합당한가 하는 생각이 일자 마음이 바뀌었다.
돌아가는 길에 비디오로 일부분을 찍어봤다. 비 내리는 날도 나름 그것대로 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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